2025년 2월, 오픈AI(Open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아버지가 되었다. 첫 아이를 얻은 그는 엑스(X)에 이렇게 적었다. “이런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I have never felt such love).”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만드는 사람이,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처음 한 말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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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유튜버 클레오 아브람(Cleo Abram)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는 평생 AI보다 똑똑해지지 못할 겁니다.” 이 한 문장은 수많은 뉴스 헤드라인이 되었고, 한국의 부모 커뮤니티에서도 빠르게 퍼졌다. 불안이 번지는 것은 언제나 빠르다. 부모들은 빠르게 이런 고민들에 사로잡혔다. 내 아이는 AI보다 뒤처진다고? 그럼 뭘 시켜야 하지?
하지만 같은 인터뷰에서 그가 한 이야기의 나머지 절반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는 “수만 년 동안 아이들을 키워온 방식과 다른 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사랑하고, 세상을 보여주며, 좋은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것.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만드는 사람이 정작 강조한 건, 기술을 가르치라는 게 아니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지키라는 거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또’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코딩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AI 교육’이다. 학원가에는 이미 ‘AI 창의력’, ‘AI 사고력’, ‘챗GPT(ChatGPT) 활용’ 수업이 쏟아지고 있다. 부모들의 인스타그램 피드가 AI 관련 사교육 키워드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2026년 AI 디지털교과서가 확대 도입되었지만, 현장 교사들은 “기기 충전함 관리하다 수업 준비 시간을 뺏긴다”고 토로한다. 1,900개 AI 선도학교가 지정되었지만 실제 커리큘럼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정책도, 방향도,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부모의 불안만 먼저 달리고 있다.
나도 그 불안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불안의 방향이 조금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점점 강하게 하게 된다. 우리가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아이가 AI를 모르는 게 아니다. AI만 알고,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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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빗(Comb)형 인재’를 이야기했다. AI가 기술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면서, 빗살 — 코딩, 디자인,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적 전문성 — 은 누구나 기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그런데 잠깐, 왜 등뼈가 이토록 중요한 걸까. AI 시대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작년에 배운 도구가 올해 쓸모없어지고, 올해 익힌 프롬프트가 내년이면 구식이 된다. 빗살은 부러지면 새로 깎으면 되지만, 등뼈가 부러지면 빗 자체가 무너진다. 등뼈는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뿌리다. 기술이 바뀌어도 다시 배우면 된다고 느끼는 힘,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 힘, AI의 답을 보고도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생각하는 힘. 이것들이 단단하면 어떤 시대가 와도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빗살이 아무리 많아도 등뼈가 약하면 첫 번째 실패에서 무너진다. 코딩 학원을 열 군데 보내도, 아이가 “나는 못해”라고 믿고 있으면 기술은 쌓이지 않는다. 결국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기술이 흔들릴 때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것도, 기술이 아니라 등뼈다.
그리고 그 등뼈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은 부모가 원래 해오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다리고, 물어보고, 함께 있어주기의 세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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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본다면 거창한 교육법이 필요한 게 아니다. 좋은 부모라면 응당 해야 하는 구전처럼 내려오는 양육의 방법이 있다. 그것이 AI의 시대를 거치며 더 중요해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세 가지는 어떤 것일까?
기다려주는 것.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다 막혀서 끙끙거릴 때, 답을 알려주고 싶은 걸 참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올트먼은 인터뷰에서 중학생 때 TI-83 계산기로 ‘스네이크’ 게임을 만드는 데 몇 주가 걸렸다고 했다. GPT-5에게 시켰더니 7초 만에 만들어졌다고. 그는 “3초 정도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 기능을 추가해봐”, “이건 이렇게 바꿔봐” 하며 끊임없이 재시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걸 ‘그릿(GRIT)’이라 부른다. AI 시대의 끈기는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시도하는 힘이다. 하지만 부모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건 그냥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는 시간을 빼앗지 않는 것. 레고가 무너졌을 때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 것. 우리가 예전부터 해오던 바로 그것이다.
물어봐주는 것.
아이가 AI를 써서 무엇인가를 해왔을 때 우리는 “잘했네”로 끝내지 않고 한마디 더 해주어야 한다. “이건 네가 생각한 거야, AI가 쓴 거야? 너는 이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질문했어?” 이 질문 하나가,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 — 를 훈련시킬 수 있다. 클레오 아브람은 올트먼에게 “사람들이 AI를 ‘생각에서 벗어나는 탈출구’처럼 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올트먼도 이를 인정했다. “분명히 챗GPT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AI가 답을 내놓으면 생각이 멈추기 쉽다. 그때 부모가 던지는 질문 하나 “네 말로 다시 설명해볼래?”가 아이의 사고를 다시 켜는 스위치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부모가 식탁에서 해오던 대화이고, 그 주제가 좀 더 확장됐을 뿐이다.
함께 있어주는 것.
여기서 좀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AI는 완벽하고 순종적이다. 내가 화를 내도 상처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답해주고,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다르다. 지저분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자주 서운하게 만든다.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의 95%가 10~20대라는 경찰청 통계는, 기술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감수성은 없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보여주고 있다. AI의 위로는 정교한 데이터 조합을 통한 연기(Acting)일 뿐, 감정이 없다. 진짜 위로와 연결은 체온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싸우고, 화해하고,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전부 훈련이다. 그 지저분하고 비효율적인 과정 한가운데 부모가 있어주는 것. 이것이 AI가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교육이라고 본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에이-아이랑] AI 시대, 아이의 감각을 깨우는 법… 물어보고, 기다리고, 함께하기 4 그림4](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6/04/그림4.jpeg)
기다려주는 것. 물어봐주는 것. 함께 있어주는 것. 전문가들은 이걸 그릿, 메타인지, 관계 역량이라 부르지만, 부모의 언어로는 훨씬 단순하다. 사랑하고, 기다리고, 함께하는 것. 수만 년 동안 부모가 해오던 일이다.
샘 올트먼은 AI보다 똑똑해지지 못할 시대의 아이를 안고, 가장 먼저 ‘사랑’을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만드는 사람이 돌아간 자리는, 결국 가장 오래된 기본이었다. AI 시대에 부모가 새로 배워야 할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미 하고 있는 것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하면 된다. 그것이 아이에게 어떤 기술이 붙어도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는 등뼈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에이-아이랑] 2화 AI 시대, 아이의 감각을 깨우는 법… 물어보고, 기다리고, 함께하기](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6/04/ai-irang-column-ai-age-parenting-wait-ask-be-togethe.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