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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없이 AI로 무장한 본인 소송 급증…미국 법원 서류 더미에 파묻히다

변호사 없이 AI로 무장한 소송 급증…미국 법원 서류 더미에 파묻히다
변호사 없이 AI로 무장한 소송 급증…미국 법원 서류 더미에 파묻히다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본인 소송(pro se)’이 미국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ABA저널 보도에 따르면, 챗GPT(ChatGPT)·클로드(Claude) 같은 생성형 AI가 법률 문서 작성을 도우면서 가뜩이나 과부하 상태인 법원이 서류 더미에 시달리는 분위기다.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AI의 힘을 빌려 그럴듯한 형식의 소장과 준비서면을 쏟아낼 수 있게 된 결과다.

수치가 흐름을 보여준다. 수감자를 제외한 본인 소송은 2025년 전체 민사 사건의 16.8%를 차지해, 5년 전 11%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AI 활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본인 소송 제출 서류의 18%에는 AI가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장이 담겨 있었다.

법원이 떠안는 부담도 같이 커졌다. 사건 접수 후 첫 180일 동안 법원당 본인 소송 관련 접수 건수는 AI 보급 이후 평균 6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AI가 법률 접근성을 넓혀 주는 한편, 한정된 사법 자원을 빠르게 소진시키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AI가 만들어 낸 문서의 신뢰성이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챗봇이 지어낸 ‘가짜 판례’를 그대로 인용했다가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잇따랐는데, 비전문가인 본인 소송 당사자가 작성한 서류라면 이런 환각(hallucination) 위험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판사와 법원 직원이 진위와 형식을 일일이 가려내는 데 드는 시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변화가 더 또렷하다. 미네소타에 사는 한 남성은 전처와 그 변호사, 주 법원 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처음 제기한 소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석 달 뒤 챗GPT와 클로드의 도움을 받아 깔끔하게 정리된 소장과 50건에 이르는 추가 서류를 들고 다시 법정에 돌아왔다.

다만 AI가 승소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본인 소송 원고는 96%의 확률로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가 형식과 분량은 채워 주더라도 법리 판단과 증거 다툼의 본질까지 대신해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내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민원·소송 문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률 서비스와 사법 행정이 이 흐름을 어떻게 소화할지 곱씹어볼 만하다. 동시에 AI가 법률 정보의 문턱을 낮추는 순기능과, 검증되지 않은 문서가 양산되는 역기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자세한 내용은 ABA저널(ABA Journ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