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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브랜드 경험] AI 시대, 가장 강한 기술은 인간이다

Ojusuk column
이미지 출처: https://ideogram.ai/

대한민국의 겨울 거리에서 발견한 휴먼 테크와 브랜드 경험의 본질

가장 강한 기술은 2



경험은 최근에 등장한 마케팅 유행어가 아니다. 경험은 오래된 철학의 질문이자, 인간 심리의 문제이며, 오늘날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사상가였던 존 듀이(John Dewey)는 경험을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고 배우며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경험으로서의 예술』(Art as Experience)에서 예술을 삶과 분리된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 경험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 경험은 단순히 어떤 일을 겪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감각하고, 느끼고, 해석하고, 다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과정이다. 그래서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을 논할 때도 우리는 먼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마케팅 연구에서도 경험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발전했다. 브라커스, 슈미트, 자란토넬로(Brakus, Schmitt, Zarantonello)는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브랜드와 관련된 자극이 불러일으키는 감각, 감정, 인지, 행동 반응으로 정의했다. 이들은 브랜드 경험이 단순한 호감이나 만족과 구분되는 개념이며, 고객 만족과 충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² 다시 말해 브랜드 경험은 광고, 공간, 제품,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이 고객 안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그것이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가의 문제다.

AI 시대에 이 질문은 더 중요해졌다. 기업들은 AI를 도입하고, 자동화하고, 더 빠르게 실행하려 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어떤 AI를 쓰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경험을 남기는가”다. 기술은 브랜드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 기술은 브랜드를 더 깊게 만들 수 없다.

오늘날 고객은 제품과 서비스만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세계, 자신에게 남는 경험에 더 많은 가치를 지불한다. 자산을 축적하듯 경험을 축적하고, 상품을 소유하듯 기억할 만한 순간을 소유하려 한다. 럭셔리 소비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해지고 있다. 물건을 갖는 일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연결하고,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경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³

인간 중심 경험의 단서를 멀리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최첨단 기업, 럭셔리 리조트, 실리콘밸리의 기술 담론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대한민국의 겨울 거리에서 보았다.

지난 4월, 필자는 WXO(World Experience Organization)가 주관한 런던 익스피리언스 위크(London Experience Week 2026)에서 「휴먼 테크, 계엄령 아래에서」(Human Tech, Under Martial Law)라는 주제로 대한민국의 겨울 거리에서 발견한 인간 중심 경험을 이야기했다. 주제는 계엄령 아래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연대와 변화의 기술이었다.

Human Tech scaled

(이미지 출처;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페이스북)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첨단 테크놀로지(Technology), 즉 AI나 디지털 플랫폼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의 지혜, 창의력, 그리고 주어진 도구를 새로운 의미로 활용하는 능력에 가까웠다. 두려움을 함께 견디는 방식, 익명의 사람들을 서로 보이게 만드는 방식, 추위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그 독특한 기술은 대한민국의 겨울 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에서 보면 축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빛나는 응원봉, 깃발, 사람들의 웃음과 구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축제가 아니었다. 긴급했고, 집단적이었으며,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집단적 경험은 언제나 기억을 데리고 온다. 1980년대 민주화를 향한 거리의 몸짓, 2002년 월드컵의 붉은 함성과 응원, 2016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그리고 2024년 겨울 거리의 빛은 서로 단절된 장면이 아니다. 시대와 목적은 달랐지만, 그 안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반복해서 학습해온 공통의 감각이 있었다.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모이고, 어떻게 서로를 확인하며, 어떻게 두려움을 의식과 상징과 리듬으로 바꾸는지 알고 있었다.

기억은 세 가지 장면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었다. 팬덤 안에서 사용되던 응원봉은 거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빛이 되었다. 밈 깃발은 무거운 상황 속에서도 개인의 정체성과 유머를 드러내는 언어가 되었다. 선결제 커피는 현장에 없는 사람이 현장에 있는 사람을 돌보는 방식이 되었다.

응원봉, 밈 깃발, 선결제 커피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지치지 않게 하고, 서로를 보이게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었다. 응원봉은 안전과 지속의 인터페이스가 되었고, 밈 깃발은 익명의 군중을 보이는 개인들로 바꾸었으며, 선결제 커피는 돌봄과 신뢰를 경험의 구조 안으로 가져왔다.

브랜드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장면들은 더 흥미롭다. 필자가 구축한 BARAM Framework는 브랜드와 오디언스(Audience) 사이의 관계를 읽고 구축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여기서 오디언스는 단순히 브랜드의 메시지를 받는 집단이 아니다. 결코 수동적이지 않다. 오디언스는 개인의 차원에서 출발해, 현장과 커뮤니티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다시 사회와 세계가 바라보는 차원으로 넓어진다. 이를 BARAM Framework에서는 마이크로(Micro), 메조(Meso), 매크로(Macro) 오디언스의 다층 구조로 본다.

중요한 것은 오디언스가 이미 자신만의 경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 감정, 상징, 도구, 언어를 현실의 장면으로 가져온다. 응원봉은 팬덤의 기억에서 왔고, 밈 깃발은 디지털 문화와 개인의 유머에서 왔으며, 선결제 커피는 누군가를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왔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인간의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존중하고,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작성: 오주석 대표 (바람익스피리언스)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디언스에게 이미 내재된 인간의 기술을 발견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결되고, 표현하고, 돌보고, 움직인다.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더 잘 보이게 만들고, 더 안전하게 이어지게 하며, 더 의미 있는 관계로 확장하는 일이다.

휴먼 테크(Human Tech)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의 감각, 감정, 정체성, 돌봄, 관계를 더 잘 드러내고 연결하는 기술이다. AI 시대에 우리는 기술을 더 많이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인간을 더 쉽게 잊을 위험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휴먼 테크는 기술의 성능을 묻기 전에, 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경험을 남기는지 묻는 관점이다.

 AI 시대의 브랜드는 더 똑똑한 기술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그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감각을 남겼는지, 어떤 감정을 가능하게 했는지, 어떤 관계를 만들었는지로 기억된다.

응원봉은 AI가 아니었다. 밈 깃발은 정교한 플랫폼 전략이 아니었다. 선결제 커피는 거대한 기술 혁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간을 보이게 하는 기술이 있었다. 서로를 지치지 않게 하는 창의력이 있었다. 두려움을 유머로 바꾸고, 추위를 돌봄으로 바꾸고, 익명의 군중을 관계의 공동체로 바꾸는 지혜가 있었다.

AI 시대에 브랜드가 물어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더 빠르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더 깊게 연결하고 있는가.

우리는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가.
아니면 인간을 더 잘 보이게 하고 있는가.

가장 강한 기술은 인간을 지우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을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가오는 6월 25일, 이 질문을 서울에서 다시 이어가려 한다. 강의 주제는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 Human Tech and BARAM Framework」이다. AI 시대에 브랜드가 기술을 어떻게 인간의 경험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 그리고 브랜드와 오디언스의 관계를 어떻게 읽고 설계할 수 있는지 함께 다룰 예정이다.

2026년 6월 25일 Human Tech X BARAM



강의 안내 및 신청: https://luma.com/051hsprj


참고 자료

¹ John Dewey, Art as Experience, 1934.

² J. J. Brakus, B. H. Schmitt, and L. Zarantonello, “Brand Experience: What Is It? How Is It Measured? Does It Affect Loyalty?” Journal of Marketing, 73(3), 52–68, 2009.³ Knight Frank, The Wealth Report 2026. 럭셔리 소비가 상품 축적에서 경험 중심 소비와 자기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