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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AX] 축구를 배우는 로봇이 공장으로 온다 — 휴머노이드가 숙련공의 기술을 배우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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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AX] 축구를 배우는 로봇이 공장으로 온다 — 휴머노이드가 숙련공의 기술을 배우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얼마전 흥미로운 영상이 전 세계 제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에게 축구를 가르쳤다는 소식이었다. 단순히 공을 차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람도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고스트 라보나 킥’까지 소화했다. 대중에게는 흥미로운 기술 시연으로 보였겠지만, 필자는 이 영상에서   전혀 다른 것을 읽었다. 

연구진의 목적은 축구를 잘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진짜 원한 것은 인간 숙련공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축구는 그 실험실이었을 뿐이다. 공의 위치는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힘을 전달해야 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즉각 대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동차 조립 라인의   숙련공이 매일 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다. 

아틀라스가 축구공을 차던 그 순간, 미래 공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서 우리 중소 제조기업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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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배우는 방식, 인간이 가르치는 방식 

기존 산업용 로봇은 ‘프로그래밍’으로 움직인다. 정해진 좌표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한다. 조금만 환경이 달라지면 멈춘다. 소재가 0.5mm 틀어져도, 조명이 달라져도, 오류를 낸다. 이 한계가 산업용 로봇이 수십 년 동안 단순 반복 공정에만 머물렀던 이유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르게 배운다.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과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결합한다. 인간 숙련공의 움직임을 센서와 카메라로 포착해 데이터화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천 번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스스로   최적 동작을 찾아간다. 아틀라스 프로젝트에서 연구진은 클라우드 GPU 환경에서 수천 개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돌렸다. 그 결과 로봇은 단 하루 만에 인간 기준 약 1년치 경험을 축적했다. 

이것이 제조 현장에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베테랑 용접공이 30년간 손끝으로 익힌  감각, 정밀 조립 전문가가 10년 동안 체득한 힘 조절, 이것들이 AI 데이터셋이 되는 순간 수천 대의 로봇이 동시에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기술의 복제가 아니라, 기술의 증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생긴다. 로봇에게 가르칠 그 ‘숙련공의 기술’은 어디에 있는가. 누가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지금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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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말해주는 것 — 스승이 사라지는 공장, 스승을 붙잡는 공장 

▶️사례 1 — “로봇에게 가르칠 것이 없었습니다”   

울산 소재 자동차 부품 기업 K사는 지난해 정부 스마트제조혁신 사업을 통해 AI 비전  검사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불량 부품을 카메라로 자동 판별하는 시스템이었다. 공급업체 엔지니어가 와서 시스템을 설치하고 학습을 시키려던 순간, 문제가 드러났다. 정상 부품과 불량 부품을 구분하는 기준이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경력 22년의 품질팀장 박 씨. 그는 부품을 집어 들고 0.1초 만에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판정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그 자신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보면 알아요.” 결국 AI 비전 시스템은 박 씨가 정상과 불량으로 분류한 부품 사진을 수백 장 찍어 학습시키는 것으로 시작했다. 예상보다 3개월이 더 걸렸다. 

엔지니어가 돌아가면서 남긴 말이 씁쓸했다. “이런 케이스가 꽤 많아요. 시스템은 금방 설치되는데, 데이터를 만들 사람이 없어서 지연되는 경우요.” 로봇과 AI가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 현장에 있었지만, 그 스승의 지식은 아직 데이터가 아니었다. 

▶️사례 2 — “우리 반장님이 로봇의 선생님이 됐습니다”   

경남 소재 정밀 용접 업체 L사는 이 연재에서 소개해온 AX 단계를 착실히 밟아온 회사다. 1단계에서 AI 구독으로 영문 클레임 대응을 자동화했고, 암묵지 인터뷰 프로젝트로 핵심 기술자의 노하우를 체계화했으며, 6개월 전부터는 용접 공정의 전류·전압·아크 안정성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에 협동로봇 업체가 찾아왔다. 코봇을 이용한 용접 자동화를 제안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미팅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업체 엔지니어가 L사의 용접   데이터를 보더니 눈이 커졌다. “이 정도 데이터면 바로 학습에 쓸 수 있겠는데요. 보통은 이런 데이터가 없어서 저희가 처음부터 다 수집해야 하거든요.” 결과적으로 협동로봇  도입 비용의 30%를 절감했다. 이미 쌓인 데이터가 협상력이 된 것이다. 

L사 대표의 말이 이번 기고의 핵심을 담고 있다. “용접 반장님이 이제 로봇 선생님이   됐어요. 그분 데이터로 코봇이 배우고 있으니까요.” 숙련공이 로봇에게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숙련공의 기술이 로봇 안에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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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배우는 것은 결국 ‘우리의 데이터’다 

BMW는 독일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조립 공정에 시험 투입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통해 인간 작업자의 동작을 학습시키고 있다. 조선소에서는 베테랑 용접사의 손동작을 분석하고, 반도체 공장에서는 미세 부품 조립 전문가의 손 떨림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 모든 학습의 원료는 하나다. 인간 숙련공의 데이터. 

여기서 중소 제조기업 경영자가 던져야 할 바른질문이 있다. 지금 우리 공장의 숙련공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가. 혹시 아직 그 데이터가 박 씨의 눈빛과 손끝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박 씨는 몇 년 후 은퇴하는가. 

AX 4단계 로드맵에서 휴머노이드와 Physical AI는 3단계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3단계의 원료를 준비하는 작업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2단계의 암묵지 디지털화와 2.5단계의 센서 데이터 수집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쌓는 데이터가 훗날 휴머노이드를 학습시키는 교재가 된다. L사의 용접 데이터가 이미 코봇의 스승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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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스승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결국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닌가.” 이 질문은 늘 나온다. 필자의 답은 일관되다. 질문의 방향이 틀렸다. 

증기기관은 마부를 줄였지만 기계공을 만들었다. 컴퓨터는 타자수를 줄였지만 프로그래머를 만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역할은 ‘로봇 트레이너’다.  숙련공의 기술을 분석하고 데이터로 설계하는 사람, AI 학습 데이터의 품질을 검증하는 사람, 인간과 로봇의 협업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사람. 미래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로봇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결정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지금 현장에서 30년을 보낸 숙련공 자신이다.   손끝의 감각이 데이터가 되고, 눈대중의 기준이 AI의 학습 기준이 되는 시대. 경험이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로봇 안에서 계속 일하는 시대. 

이것이 가능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다. 지금 당장 그 경험을 기록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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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틀라스는 축구를 배운다, 내일은 우리 공장으로 온다 

아틀라스가 라보나 킥을 성공시킨 그 순간, 연구진이 진짜 확인한 것은 하나였다. 인간의 복잡한 신체 동작을 AI가 학습하고 재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학습의 속도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 

오늘날 우리나라의 중소 제조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은퇴를 5년 앞둔 핵심 기술자를 인터뷰하라. 용접 공정의 전류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하기 시작하라. 불량 판정의 기준을 처음으로 문서화하라. 이 모든 것이 훗날 우리 공장에 들어올 휴머노이드   로봇의 교재가 된다.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연구소에서 축구를 배웠다. 그 다음 학교는 전 세계 제조 현장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은 화려한 기술 기업의 엔지니어가    아니라, 30년 경력의 용접공이자 22년 경력의 품질팀장이다. 

그 스승의 지식이 지금 이 순간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오늘부터 그것을 붙잡는 것, 그것이 중소 제조기업의 Physical AI 준비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