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으로 마비된 미국인 케이시 해럴(Casey Harrell)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임플란트로 언어를 되찾았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 따르면, 연구진은 6월 15일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해럴이 약 22.6개월 동안 집에서 3,800시간 넘게 기기를 독립적으로 사용한 기록을 발표했다. 그 사이 해럴은 18만 3,000문장, 약 200만 단어를 전달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이런 임플란트를 단 사람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가장 오래 이어진 음성 소통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UC 데이비스(UC Davis)의 세르게이 스타비스키 연구원은 해럴을 “말하는 BCI의 첫 파워 유저”라고 표현했다.
해럴은 2023년 7월 다섯 시간에 걸친 수술로 뇌에 64개짜리 전극 배열 네 개, 총 256개의 전극을 이식받았다. 핵심은 말운동피질(speech motor cortex)의 신호를 읽어 음성으로 바꾸는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연구진은 영어의 모든 소리를 이루는 39개 음소(phoneme)에 대응하는 뇌 활동을 지도화해, 먼저 뇌 신호를 음소로, 다시 음소를 단어로 변환하는 개인 맞춤 해독기를 만들었다.
성능은 빠르게 올라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수술 약 한 달 뒤 첫날 50개 단어를 99.6% 정확도로 말했고, 어휘는 이후 12만 5,000개로 늘며 97.5% 정확도를 보였다. 현재 정확도는 99%에 이른다. 해럴은 커서도 제어할 수 있어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고 웹을 이용하며 환경운동가로서 자신의 일을 이어간다. 해독된 문장을 자동 삭제하는 ‘프라이버시 모드’와 어린 딸과 대화할 때 쓰는 ‘욕설 필터’ 같은 기능도 더해졌다.
의미가 큰 대목은 연구진 없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연구팀이 직접 방문해 기기를 연결해야 했지만, 지금은 간병인이 착탈을 돕고 해럴이 거의 매일 스스로 사용한다. 위트레흐트 의료센터의 한 연구자는 “기술이 환자에게 의미를 가지려면 실제 사용 환경에서 검증돼야 한다”며 이번 성과의 의의를 짚었다.
다만 신중론도 함께 전했다. 해럴에게 잘 작동한다고 해서 다른 ALS 환자에게도 같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한 환자는 7년간 BCI를 쓰다가 뇌 퇴행으로 기능이 멈춘 사례가 있다. 침습적 뇌수술을 꺼리는 환자도 많다. 연구진은 자연스러운 억양과 감정까지 담아내는 ‘브레인투보이스(brain-to-voice)’ 시스템으로 해럴의 ‘온전한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chnology Revie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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