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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하루 26시간 공부해야 따라잡는 시대, AI는 환자를 구할까 망칠까

Scientific Discovery & AI
이미지 출처: https://ideogram.ai/

글로벌 학술 출판사 와일리(Wiley)와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IQVIA)가 2026년 6월 발표한 보고서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AI가 의학 연구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만들었지만, 정작 그 성과가 환자에게 닿는 길은 오히려 더 막혔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의사, 연구자, 제약사, 출판사 등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25명의 리더를 모아 ‘AI 시대에 과학이 환자에게 도달하는 여정(science-to-patient journey)’을 진단했다. 이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기술은 빨라졌는데, 왜 환자는 여전히 기다리는가.

AI가 만든 역설, 빨라질수록 멈추는 시스템

이 보고서의 핵심 발견은 AI가 의학을 가속하는 동시에 정체시킨다는 역설이다. 와일리와 아이큐비아가 2026년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연구·임상시험·논문심사·진료 등 모든 단계의 속도를 끌어올렸지만 각 단계를 잇는 신뢰 구조와 협력 체계가 따라오지 못해 시스템 전체가 오히려 ‘멈춰선다(stall)’. 과학이 아는 것과 환자가 실제로 받는 것 사이에 벌어진 간격, 보고서는 바로 이 틈을 정조준한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과학 발견은 오랫동안 ‘이어달리기(relay race)’처럼 작동해왔다.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된 발견이 임상시험으로, 다시 논문심사를 거쳐 실제 진료 현장으로 바통을 넘기는 방식이다. 각 주자가 자기 구간을 끝내야 다음 주자가 뛴다. 그런데 AI가 첫 주자의 속도를 비현실적으로 높여버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연구는 임상시험이 검증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가설을 쏟아내고, 임상시험은 논문심사가 평가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앞 주자만 전력 질주하니 뒤 주자들 앞에 데이터가 산처럼 쌓인다. 결과는 ‘더 많은 산출물, 더 낮은 정확도’, 그리고 빨라지면서 동시에 느려지는 기묘한 시스템이다.

26시간, 5년, 39조 원이 말하는 정보 과부하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들은 의학 정보의 폭발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동료심사 논문이 약 10초마다 한 편씩 쏟아지고 있으며, 한 전문의가 자신의 세부 전공만 따라잡으려 해도 하루 26시간을 읽어야 할 정도다. 하루는 24시간뿐이니, 아무리 성실한 의사라도 구조적으로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의학 지식의 반감기(half-life)는 이제 5년 미만으로 짧아졌다. 반감기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낡은 정보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의대에서 배운 내용의 절반이 5년이면 흔들린다는 의미다.

낭비되는 돈의 규모도 충격적이다. 보고서는 미국 임상 전(前) 연구비 가운데 매년 약 2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9조 원이 ‘재현되지 않는 연구 결과’와 연관돼 있다고 추정한다.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은 같은 실험을 다시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그만큼의 연구비가 사실상 헛돈이 된다는 얘기다. 이 추정치는 2012년 미국 생명과학 연구비 지출에 약 50%의 비재현율을 적용한 학술 연구(Freedman 외, 2015)에 근거한다. 이런 비효율이 매년 반복되면, 환자가 받았어야 할 신약과 치료가 그만큼 늦어진다.

이어달리기에서 허브앤스포크로, 모델 자체를 바꾸는 시도

그림1. 과학 발견의 네 단계와 이를 관통하는 실사용 증거(RWE). (출처: Wiley·IQVIA 보고서)

그림1. 과학 발견의 네 단계와 이를 관통하는 실사용 증거(RWE). (출처: Wiley·IQVIA 보고서)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법은 ‘더 빠른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경기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핵심은 발견과 검증, 적용이 순차적 바통 넘기기가 아니라 끊김 없이 맞물려 도는 연속 고리(continuous loop)로 작동하는 구조, 이른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모델이다. 자전거 바퀴의 중심축(허브)에서 여러 바큇살(스포크)이 동시에 뻗어 나가듯, 한 단계의 결과가 다른 모든 단계로 실시간 전달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 구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실사용 증거(Real-World Evidence, RWE)’다. 실사용 증거란 통제된 임상시험이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의 환자 데이터에서 나온 근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실제 환자 진료에서 얻은 데이터가 거꾸로 임상시험 설계에 반영되고, 실패한 실험 기록까지 다음 연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며, 환자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보 시스템의 한 축이 되는 그림이다. 보고서는 AI가 이런 구조를 처음으로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다만 제도와 인센티브, 신뢰 구조가 이를 받쳐줄 준비가 됐는지는 일부러 답을 열어둔 채 질문으로 남겼다.

다섯 가지 긴장, 그리고 AI가 부른 진짜 골칫거리

보고서는 모든 단계에서 반복되는 다섯 가지 긴장을 짚는다. 그중 출판 현장의 위기는 일반 독자에게도 와닿는다. AI가 만들어낸 저품질 논문, 이른바 ‘AI 슬롭(AI slop)’이 학술지 투고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AI 슬롭이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속 없는 AI 생성 콘텐츠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양으로 보상받는 학계의 ‘논문 안 쓰면 도태된다(publish or perish)’ 문화에 AI가 얹히면서, 통계적으로는 의미 있어 보이지만 임상적으로는 쓸모없는 연구가 쏟아질 위험이 커졌다. 참가자 그레이엄 워커(Graham Walker)는 “생성을 가속하면 소음을 가속한다(Accelerate generation, accelerate noise)”는 말로 이 위험을 요약했다.

더 무서운 장면은 진료실에서 벌어진다. 경험이 적은 의사일수록 AI가 술술 내놓는 유창한 답변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문제는 그 유창함이 정확함과 다르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를 “유창함이 정확함으로 오인되고 있다”고 표현한다. 매끄럽게 잘 쓰인 답이라고 해서 맞는 답은 아닌데, 초보 의사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환자가 위험해진다. 반대로 노련한 의사는 AI를 지나치게 불신해 무시해버린다. 같은 기술 앞에서 한쪽은 과신하고 한쪽은 외면하는 이 간극이, 보고서가 말하는 ‘채택의 격차(adoption gap)’다.

환자 손에 들어온 AI, 의료를 뒤집을 변수

가장 큰 변화는 환자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지니가 이미 램프에서 나왔다”고 표현한다. 환자들이 이미 생성형 AI를 첫 번째 의료 상담 창구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큐비아의 엘리자베스 파워스(Elizabeth Powers) 부사장은 “지금까지 의사를 환자가 접근할 수 없는 정보의 집약자로 봐왔는데, 그 정보가 환자에게도 소화 가능하고 접근 가능해지면 의료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어느 쪽인지 자문해볼 만하다. 증상이 생겼을 때 챗봇에 먼저 물어보는 사람이라면, 이미 이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셈이다. 문제는 소비자용 AI가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나 맥락, 오정보 차단 장치 없이 답을 내놓을 때다. 환자가 AI를 통해 믿게 된 내용과 의사가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는 방향’이 아니라 ‘권한을 키우는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와, 믿을 만한 출처가 먼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전략이 함께 필요하다.

기술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천장이다

이 보고서를 관통하는 결론은 의외로 기술 바깥에 있다. 참가자들이 제안한 기술적 해법은 대부분 이미 존재하고 실행 가능하지만, 정작 발목을 잡는 것은 ‘인센티브의 어긋남’이라는 점이다. 참가자 그레이엄 워커(Graham Walker)는 “의학은 수십 년간 ‘논문 안 쓰면 도태된다’를 중심으로 최적화돼 왔고, AI는 그 구조를 고치는 게 아니라 그대로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을 보상하는 시스템에 가속기를 달면, 가치가 아니라 소음이 폭증한다는 논리다.

흥미로운 참고점은 코로나19다. 규제와 경쟁, 데이터 공유의 장벽이 한꺼번에 내려갔을 때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모두가 목격했다. 보고서가 끝내 답하지 못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위기가 닥치지 않아도 그런 개방성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그리고 AI 판단이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들은 아직 열려 있으며, 앞으로 의료 AI의 방향을 가를 가능성이 있다. 분명한 것은 와일리와 아이큐비아가 강조했듯,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결국 누가 펜을 쥐느냐의 문제이며, 그 답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의사가 하루 26시간을 읽어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새 의학 논문이 약 10초에 한 편씩 나올 만큼 정보가 폭증해, 한 전문의가 자신의 세부 전공만 따라가려 해도 매일 26시간 분량을 읽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하루는 24시간뿐이라 사실상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Q. AI가 의료를 빠르게 만들었는데 왜 환자에게는 늦게 도달하나요?
연구 단계의 AI가 너무 빨라진 반면 임상시험, 논문심사, 진료 현장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데이터가 중간에 쌓이고 막히기 때문입니다. 단계를 잇는 신뢰와 협력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속도가 오히려 정체로 이어진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Q. 환자가 챗봇으로 증상을 검색해도 괜찮을까요?
이미 많은 사람이 AI를 첫 상담 창구로 쓰고 있지만, 소비자용 AI는 유창하게 틀린 답을 내놓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AI 답변은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Wiley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The science-to-patient journey: accelerants and obstacles from leaders across the field (Wiley & IQVIA, 2026년 6월)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Wiley·IQVIA 보고서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