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권이라고 하면 흔히 ‘남의 나라 기술 없이 우리 힘으로 전부 만드는 것’을 떠올린다. 그런데 딜로이트(Deloitte)가 2026년 7월 발표한 보고서 ‘소버린 AI로 설계하는 아태 지역의 미래 경쟁력’은 정반대를 말한다. 소버린 AI(sovereign AI)란 한 국가가 외국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AI를 스스로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보고서는 이것을 ‘전부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오히려 혁신과 적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전 세계 정부가 AI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다루기 시작한 이유와, 한국이 그 경쟁의 어디쯤 서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반전을 먼저 짚어야 한다.
완전한 AI 자립 대신 하이브리드 주권으로 수렴하는 각국
딜로이트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대다수 국가가 ‘완전한 AI 자립’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데이터부터 컴퓨팅 인프라, 모델, 규제까지 AI의 모든 영역을 혼자 장악하는 ‘풀스택 AI 주권'(full-stack AI sovereignty)을 달성할 수 있는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첨단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만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선택적 주권'(selective sovereignty), 즉 하이브리드 접근법이다. 이는 국가 안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만 강하게 틀어쥐고, 나머지는 믿을 수 있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밥은 직접 짓되 쌀과 가스는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사 오는 셈이다. 보고서는 소버린 AI가 ‘전부 아니면 전무’의 개념이 아니라, 자국 이익에 맞게 참여할 전문성과 자원을 갖추는 ‘실질적 자율성’의 문제라고 정의한다. 완전한 독립보다 균형이 현실적인 승부처라는 것이다.

그림1. 딜로이트가 제시한 소버린 AI의 8대 정책 축. 전략부터 글로벌 협력까지, AI 주권은 이 여덟 개 영역의 균형으로 완성된다. (출처: 딜로이트)
미국 1,091억 달러 대 한국 13억 달러, 격차의 진짜 의미
투자 규모를 보면 왜 대부분의 나라가 하이브리드를 택하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1,091억 달러로, 중국(93억 달러), 한국(13억 달러), 인도(12억 달러), 일본(9억 달러)을 압도했다. 미국 한 나라가 나머지 주요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몇 배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이다.
2013년 이후 누적 투자액으로 넓혀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국이 4,709억 달러로 1위, 중국이 1,193억 달러로 2위이고, 인도(113억 달러), 한국(90억 달러), 싱가포르(73억 달러), 일본(59억 달러), 호주(40억 달러)가 뒤를 잇는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순위표가 아니라, 한 나라가 AI 인프라를 얼마나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체력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격차가 매년 누적되면 몇 년 뒤에는 AI를 ‘만드는 나라’와 ‘빌려 쓰는 나라’의 위치가 완전히 갈리게 된다. 다만 반격도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71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향후 4년간 인도에 175억 달러를 투자해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확장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GPU 94% 독점과 전력 3배 폭증이라는 병목
AI 경쟁의 진짜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반도체, 전기, 물이라는 점이 이 보고서의 반전 포인트다. AI 학습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미국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2025년 2분기 기준 데이터센터용 GPU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전 세계가 한 회사의 칩에 목을 매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25년 말 한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함께 지키는 ‘팍스 실리카'(Pax Silica)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고, 중국은 약 475억 달러 규모의 ‘빅 펀드 3기’로 자국 반도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와 물의 벽은 더 현실적이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2023년 380테라와트시(TWh)로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4%였는데, 2030년까지 약 1,000TWh로 거의 3배 늘어 전체의 약 3%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와 AI, 암호화폐의 전력 소비가 2026년까지 두 배로 늘어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을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데 쓰이는 물도 2027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66억 입방미터에 이를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이 1년간 쓰는 물의 절반 규모다. AI를 키우려면 결국 발전소와 상수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라이언부터 월드 베스트 LLM까지, 아태의 국산 AI 실험
아태 각국은 자기 나라 언어와 문화를 담은 ‘AI 모델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구권 AI가 자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AI 싱가포르(AI Singapore)의 레슬리 테오(Leslie Teo) 박사는 “서구권 대규모 언어모델(LLM)은 미국 서부 해안 중심의 편향성이 강해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언어를 위한 오픈소스 모델 ‘시라이언'(SEA-LION), 말레이시아의 멀티모달 모델 ‘ILMU’, 대만의 ‘TAIDE’, 한국의 ‘월드 베스트 LLM'(World Best LLM) 프로젝트, 그리고 20개 산업의 1,500여 개 데이터셋을 모은 인도의 ‘AI코시'(AI Kosh)가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인재 확보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AI 엔지니어 5만 명 이상을 키우겠다고 밝혔고, 인도네시아는 같은 해까지 약 900만 명의 신규 디지털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대만은 2040년까지 AI 전문인력 50만 명을 기른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작 이를 이끌어야 할 공공부문이 준비가 덜 됐다는 점이다. 딜로이트 조사에서 소속 조직이 생성형 AI에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고 답한 정부 리더는 6명 중 1명에 불과했는데, 산업계에서는 그 비율이 33~56%에 달했다. 정책을 짜는 쪽이 오히려 기술을 덜 이해하고 있다는 격차가 드러난 셈이다.
한국은 어디쯤 서 있나
보고서는 아태 지역을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여러 스펙트럼으로 그린다. 중국과 인도처럼 큰 시장과 안보를 앞세워 모든 것을 국산화하려는 ‘풀스택’형, 싱가포르와 호주, 뉴질랜드처럼 강한 규제와 글로벌 클라우드 협력을 결합한 ‘개방형’, 그리고 일본, 한국, 대만처럼 반도체와 첨단 제조를 축으로 삼는 ‘제조강국’형으로 나뉜다. 한국은 포괄적인 ‘AI 기본법’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춘 선도 사례로 꼽히지만, 동시에 미국·중국과의 투자 격차와 반도체·전력 병목이라는 현실적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결국 이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소버린 AI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어느 영역에서 협력할 것인가’이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10년의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가른다는 진단은 다소 이른 단정처럼 들릴 수도 있어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다만 AI가 국가 핵심 산업과 공공 서비스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이 선택의 무게가 커진다는 흐름만큼은, 투자 격차와 전력 수요 데이터가 이미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소버린 AI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소버린 AI는 한 나라가 외국 기술이나 데이터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고, 자국의 법과 가치에 맞게 AI를 스스로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기술을 무조건 다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중요한 영역에 대한 결정권을 국가가 쥐고 있다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Q. 왜 나라마다 자기 나라 AI를 만들려고 하나요? AI가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 공공 서비스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국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AI를 만들면 편향을 줄이고 국민에게 더 잘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동남아의 시라이언이나 한국의 월드 베스트 LLM 같은 국산 모델 개발이 늘고 있습니다.
Q. 그럼 우리나라도 모든 AI를 직접 만들어야 하나요? 보고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미국의 2024년 AI 투자만 1,091억 달러에 이를 만큼 격차가 커, 대부분의 나라는 핵심 영역만 직접 챙기고 나머지는 신뢰할 수 있는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딜로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소버린 AI로 설계하는 아태 지역의 미래 경쟁력 (Deloitte, 2026년 7월)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