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무료 이미지 편집 툴이 있다. 이름은 GIMP(김프). 그러나 김프의 인터페이스는 초기 사용자라면 적응하기 어렵다. 그런 김프를 포토샵처럼 바꿔주는 PhotoGIMP 소스 코드가 깃허브에 등장했다. 포토김프는 어도비의 코드를 단 한 줄도 복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포토김프는 저작권 위반을 하지 않은 것이 될까?

무료 이미지 편집기 김프(GIMP)는 적응하기 어렵다. PhotoGIMP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패치 프로그램이다. 현재 깃허브 스타 1만 1,600개를 받은 이 프로젝트는 다른 것들은 내버려둔 채 김프의 설정 파일만 바꾼다. 단축키를 포토샵과 동일하게 만들고, 도구 배치를 옮기고, 시작 화면과 아이콘을 변경한다. 실행한 모습은 포토샵과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PhotoGIMP는 GPL(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 3.0으로 배포된다. 대중에게 사용 전체를 허락하는 라이선스로, 어도비의 허락을 받은 적도 없고 받을 필요도 없다. 포토샵의 코드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꾼 것은 김프의 단축키 목록과 창 배치 같은 설정값뿐이다.
인터페이스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닐까
미국 저작권법 102조 b항은 아이디어와 절차, 그리고 ‘조작 방법(method of operation)’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표현은 보호하되 기능은 보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인터페이스에 크게 적용한 사건이 로터스(Lotus) 대 볼랜드(Borland) 판례다. 1995년 미 제1연방항소법원은 스프레드시트 로터스 1-2-3의 메뉴 명령 체계를 조작 방법으로 보고,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듬해 연방대법원에서 해당 평결은 4대 4로 갈려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메뉴 구조를 따라 만든 경쟁 제품은 침해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낸 룩앤필(look and feel) 소송도 비슷하게 끝났다. 데스크톱·창·아이콘이 겹친다는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겹치는 요소 대부분이 라이선스됐거나 기능적이어서 보호받지 못한다고 봤다. 2021년 구글 대 오라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글이 자바 API를 다시 쓴 것을 공정이용으로 인정했다.
그래서 단축키 매핑과 도구 배치는 저작권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Ctrl+T로 자유 변형’을 누가 독점할 수는 없다. PhotoGIMP가 손대는 것이 정확히 그 기능의 영역이다.
일부 창작성은 보호된다
물론 인터페이스의 모든 것이 자유롭지는 않다. 아이콘의 그림, 독창적인 배열, 화면의 시각적 디자인은 창작성이 있으면 보호된다. 상표와 트레이드 드레스는 저작권과 다른 축에서 작동한다. PhotoGIMP가 ‘Photoshop’이라는 이름이나 어도비 로고를 그대로 썼다면 상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체 이름과 아이콘, 스플래시 화면을 따로 만들어 그 선을 피했다.

무엇을 하는지(기능)는 대체로 자유롭게 쓰이고, 어떻게 보이도록 그렸는지(표현)와 누구의 이름을 달았는지(상표)는 함부로 가져올 수 없다. PhotoGIMP는 기능만 흉내 내고 표현과 이름은 새로 지었다.
AI로 다시 쓰이는 저작권
표현과 기능, 아이디어와 창작의 경계를 묻는 이 오래된 질문이 생성형 AI에서 다른 형태로 되돌아왔다. 하나는 ‘AI가 만든 것은 누구의 저작물인가’, 다른 하나는 ‘AI를 학습시키려 남의 저작물을 쓰는 것은 허용되는가’다.
AI 연구자 스티븐 탈러(Stephen Thaler)가 AI 단독 생성 그림의 등록을 요구한 소송에서, 2026년 3월 대법원은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간의 창작이 없으면 저작권도 없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미 저작권청도 2025년 보고서에서 프롬프트만 입력한 결과물은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람이 표현을 충분히 통제하고 다듬었을 때만 보호가 열린다.
학습 데이터를 두고는 법원마다 결론이 엇갈렸다. 2025년 6월 앤트로픽 사건에서 법원은 합법적으로 구매한 책으로 모델을 학습시킨 것을 변형적 이용이라며 공정이용으로 인정했다. 다만 불법 복제본을 모아 영구 보관한 부분은 침해로 봤고, 이 사건은 약 15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작품당 약 3,000달러) 규모로 합의됐다. 같은 달 메타 사건도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봤지만, 판단 근거는 사안마다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다. 톰슨로이터가 법률 AI 로스(Ross)를 상대로 낸 사건에서는 공정이용이 부정됐다. 학습 결과가 원저작물과 경쟁하는 서비스였다는 이유였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Stability AI)를 상대로 여전히 다투고 있다. 디즈니·유니버설·워너브러더스는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다. 어느 쪽도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규칙은 아직 확립 중
유럽연합은 AI법으로 학습 데이터 출처 공개와 저작권자의 옵트아웃(학습 거부) 존중, AI 생성물 표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옵트아웃을 기계가 읽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은 아직 협의 중이다.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안내서를 잇달아 내놨다. AI 산출물이라도 인간이 도구로 활용해 창작성을 부여하면 등록할 수 있고, 학습 단계의 공정이용 판단 기준도 정리하고 있다.
PhotoGIMP는 30년 전 로터스 판결과 궤를 같이 한다. 기능은 대체로 자유롭게 쓰이고, 표현과 이름은 만든 사람에게 남는다는 구분이다. AI도 이 구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다만 학습 데이터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무엇이 표현이고 무엇이 이용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AI 활용팁] 말 한마디로 영상 편집이 끝난다, GPT에 붙인 '챗컷'의 정체](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6/08/ChatCut.jpg)
![[AI 매터스 뉴스레터 #192] 'AI 영상'일 땐 경탄, '영화'로 보면 균열이 드러난다](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6/08/hellgrind_cover.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