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에게 노래 가사를 통째로 물어보면 전체를 알려주지 않는다. 뉴스 기사를 길게 인용해 달라고 해도 15단어 남짓에서 멈춘다. 이런 반응이 우연이 아니라는 정황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의 시스템 프롬프트라는 약 3만 8,000단어짜리 문서다.
시스템 프롬프트는 AI에게 역할과 규칙을 미리 알려 주는 기본 지시문이다. 이번 문서는 앤트로픽이 공식 공개한 자료가 아니다. 시스템 프롬프트를 모아 두는 깃허브 저장소(elder-plinius의 CL4R1T4S, asgeirtj의 system_prompts_leaks 등)에 페이블 5의 지시서로 올라온 유출본이다. 앤트로픽은 진위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 클로드의 반응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많아 개발자와 연구자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배경은 이렇다. 페이블 5는 6월 9일 공개됐다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로 잠시 중단됐고, 7월 1일 전 세계에 다시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 유출본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겪는 클로드의 ‘깐깐함’이 대부분 어디서 나오는지가 여기에 적혀 있다. 문서에서 드러난 규칙을 크게 네 갈래로 나눠 정리했다.
인용과 저작권 — 짧게 끊고, 반복하지 않는다
첫째, 한 출처에서 가져오는 인용은 15단어 안팎으로 제한한다. 둘째, 같은 대화에서 한 출처는 사실상 한 번만 인용한다. 셋째, 노래 가사와 시, 하이쿠는 길이와 무관하게 아예 내놓지 않는다. 저작권이 걸린 창작물을 통째로 복제하지 않도록 선을 그은 규칙들이다. 클로드가 기사 전문이나 가사를 요구하면 매번 비슷하게 거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과 안전 — 엄격하게 지키는 규칙
넷째, 무례한 요청에는 한 번 경고를 한 뒤 무례함이 이어지면 대화를 종료한다. 다섯째,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이름으로 특정해 달라는 요청에는 이름을 제공하지 않는다. 여섯째, 자해나 수면·식이장애를 의심할 신호가 보이면 위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나 방법을 알려 주지 않는다. 사람을 특정하거나 해칠 수 있는 정보 앞에서 특히 보수적으로 작동하도록 맞춰져 있다.
검색과 도구 — 정해진 절차대로만
일곱째, 모르는 최신 정보는 추측하지 않고 반드시 검색한다. 여덟째, 검색어는 1~6단어로 짧게 쓰고 ‘site:’ 같은 연산자는 쓰지 않는다. 아홉째,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검색 횟수를 나눈다. 단순한 확인은 한 번, 중간 난이도는 서너 번, 깊은 조사는 대여섯 번에서 열 번까지다. 열째, 외부 도구를 연결하는 MCP 앱을 제안할 때는 한 번에 한두 개, 많아야 세 개로 줄인다. 열한째, 스킬을 쓰기 전에는 그 스킬의 설명 파일(SKILL.md)을 먼저 읽는다. 도구를 남용하지 않도록 호출 절차를 촘촘히 못 박은 셈이다.
답의 형태까지 규정한다
열두째, 20줄이나 1,500자를 넘는 코드·문서는 대화창에 길게 쏟아 내지 않고 파일로 만들어 건넨다. 긴 결과물을 화면에 흘리는 대신 읽기 좋게 정리하라는 지시 때문이다.
이 규칙들이 정말 페이블 5의 것인지 앤트로픽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클로드를 써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페이블의 행동과 유사하다는 것을. 흥미롭게도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 코드의 시스템 프롬프트를 80%가량 줄이며 ‘짧은 지시’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3만 8,000단어짜리 유출본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무엇을 얼마나 지시할지를 두고 AI 회사들은 지금도 답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앤트로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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