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생성형 AI 논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는 ‘에이전트’다. OpenAI가 소개한 챗GPT 에이전트(ChatGPT agent)는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사용자의 일을 수행하는 도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penAI는 챗GPT가 웹을 탐색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문서를 만들고, 스프레드시트와 슬라이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더 이상 대화창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검색하고, 비교하고, 정리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용자는 이제 AI에게 단순히 “알려줘”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해줘”, “정리해줘”, “비교해줘”, “만들어줘”라고 요청한다.
AI 사용 역시 회사 안의 생산성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2026년 「How People Are Really Using AI in 2026」에서 생성형 AI가 업무의 효율화뿐 아니라 글쓰기, 학습, 정보 탐색, 조언, 창작,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술이 달라지면 사람의 역할도 달라진다.
지난 글에서 나는 AI 시대의 브랜드가 무엇으로 남는가를 물었다. 기술은 더 빠르게 진화하고, 제품은 더 쉽게 복제되며, 콘텐츠는 더 많이 생산된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질문으로 가야 한다.
그 선택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는 회사에서는 마케터다. 퇴근 후에는 AI 도구를 만들고, 주말에는 강의를 하며, 온라인에서는 콘텐츠를 발행한다. 어떤 날은 고객이고, 어떤 날은 창작자이며, 또 어떤 날은 커뮤니티 운영자다.
그의 직업은 무엇일까.
과거의 브랜드 전략은 이 질문에 비교적 익숙한 방식으로 답했다. 연령, 성별, 소득, 직업, 관심사, 라이프스타일을 묶어 고객 페르소나(persona)를 만들었다. 페르소나는 여전히 유용한 도구다. 사용자 경험 연구 기관인 닐슨 노먼 그룹(Nielsen Norman Group)은 페르소나를 특정 제품의 전형적 사용자 또는 목표 사용자를 현실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설명한다. 추상적인 고객 집단을 구체적인 사람으로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페르소나는 분명한 효용을 가진다.
문제는 페르소나가 틀렸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AI 시대의 사람은 하나의 직업, 하나의 관심사, 하나의 구매 의도로 고정되지 않는다. 한 사람 안에는 여러 역할이 동시에 존재한다. 회사에서는 실무자지만, 퇴근 후에는 창작자다. 주말에는 학습자이고, 온라인에서는 발행자다. 어떤 브랜드 앞에서는 구매자이지만, 다른 브랜드 앞에서는 기여자, 추천자, 협력자가 된다.
![[AI와 브랜드 경험] AI 시대, 한 사람은 하나의 페르소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1 이미지 생성: ChatGPT, 프롬프트: 오주석](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6/07/AI브랜드경험4_이미지1.jpg)
이미지 생성: ChatGPT, 프롬프트: 오주석
그래서 브랜드가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진다. “이 사람은 어떤 세그먼트에 속하는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무엇으로 변화하려 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이 관점은 클레이턴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대중화한 ‘고객이 해결하려는 일(Jobs to Be Done, JTBD)‘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크리스텐슨 연구소는 이 이론을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향해 가거나 멀어지게 만드는 상황과 힘을 읽는 렌즈로 설명한다. 전통적인 마케팅이 인구통계나 제품 속성에 집중했다면, 이 관점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기능적, 사회적, 감정적 이유를 함께 본다.
다시 말해 사람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어떤 진전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를 끌어들인다.
여기에 심리학자 헤이즐 마커스(Hazel Markus)와 폴라 누리어스(Paula Nurius)가 제안한 ‘가능자아(possible selves)‘ 개념을 더해볼 수 있다. 가능자아는 개인이 될 수 있는 자기, 되고 싶은 자기, 두려워하는 자기의 모습을 뜻한다. 사람은 현재의 자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되고 싶은 자기, 피하고 싶은 자기,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미래의 자기와 함께 움직인다.
브랜드가 놓치기 쉬운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고객은 지금의 필요만으로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브랜드를 선택한다.
러닝화를 사는 사람은 신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자신, 첫 마라톤을 완주하는 자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자신을 함께 산다. 노트 앱을 쓰는 사람은 기능만 쓰는 것이 아니다. 더 정리된 사람, 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 더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가능성을 실험한다.
AI는 이 변화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 생성형 AI는 검색, 글쓰기, 요약을 넘어 업무 실행과 창작, 학습, 의사결정의 파트너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답변만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새로운 역할을 시도하는 실행 환경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네오 폴리매스(Neo-Polymath)‘라는 개념은 하나의 유용한 렌즈가 된다. 네오 폴리매스는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경계와 틀을 넘어 배우고 연결하며,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BARAM Experience의 네오 폴리매스 커뮤니티 역시 폴리매스를 경계와 틀을 넘어 배우고 연결하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이번 글에서 네오 폴리매스를 특정 세대나 직업군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변화의 방향이다.
첫째, 정체성이 유동화되고 있다.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만 묻지 않는다. “나는 누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둘째, 지식과 경험이 연결되고 있다. 마케팅과 기술, 교육과 콘텐츠, 예술과 비즈니스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난다.
셋째, 삶이 포트폴리오화되고 있다. 하나의 조직, 하나의 직함, 하나의 경력 경로만으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표 1] 고정 페르소나에서 유동하는 오디언스로
| 기존 질문 | 새로운 질문 |
|---|---|
| 이 사람의 직업은 무엇인가 | 지금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
| 어느 세그먼트에 속하는가 | 어떤 상황과 관계 속에 있는가 |
| 무엇을 구매하는가 | 무엇으로 변화하려 하는가 |
|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가 | 어떤 경험에 참여하고 싶은가 |
| 현재 고객인가 | 미래의 참여자 또는 협력자인가 |
주: 닐슨 노먼 그룹의 페르소나 논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Jobs to Be Done 이론, 마커스와 누리어스의 가능자아 개념, BARAM Experience의 네오 폴리매스 논의를 바탕으로 필자가 재구성했다. 특정 조사 결과가 아니라, AI 시대 오디언스 이해 방식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비교표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세그먼트보다 상황을 읽어야 한다. 같은 사람도 출근길, 회의 직전, 주말의 공부 시간, 커뮤니티 모임 안에서 전혀 다른 욕구를 드러낸다.
둘째, 직업보다 역할을 읽어야 한다. 한 사람은 구매자이면서 사용자이고, 학습자이면서 발행자이며, 때로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확산하는 참여자다.
셋째, 현재의 고객상보다 미래의 정체성을 읽어야 한다. 사람은 지금 필요한 것만 찾지 않는다.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찾는다.
넷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가능성을 지원해야 한다.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은 더 설득력 있는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다음 행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BARAM Framework가 브랜드(Brand), 오디언스(Audience), 관계(Relationship), 정렬(Alignment), 모멘텀(Momentum)을 함께 살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랜드가 말하는 고객상과 실제 오디언스가 살아가는 역할 사이에는 언제나 간극이 존재한다. 브랜드는 고객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고 싶어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관계를 맺으며, 다른 가능성을 향해 이동한다.
좋은 브랜드 경험은 이 간극을 발견하고 정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가 말하는 약속과 오디언스가 실제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맞아야 한다. 나아가 그 경험은 현재의 필요뿐 아니라 미래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야 한다.
오디언스는 더 이상 고정된 집단이 아니다. 역할과 상황, 학습과 관계에 따라 계속 움직이는 존재다. 관계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거래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브랜드와 사람은 때로 학습의 관계, 참여의 관계, 협력의 관계, 자기 확장의 관계를 맺는다.
AI 시대에는 이 변화가 더 빠르게 드러난다. 한 사람이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다른 분야를 탐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의 해석자가 되는 일이 더 쉬워지고 있다. 브랜드가 여전히 과거의 고객 분류 방식에만 머문다면, 그 사람의 현재 필요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 가능성은 놓치게 된다.
결국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는 회사에서는 마케터다.
퇴근 후에는 AI 도구를 만들고, 주말에는 강의를 하며, 온라인에서는 콘텐츠를 발행한다.
그의 직업은 무엇인가.
어쩌면 이제 브랜드가 물어야 할 질문은 그의 직업이 아닐지 모른다.
그는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무엇을 연결하고 있는가.
무엇이 되려 하는가.
그리고 브랜드는 그 이동의 어느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가.
AI 시대, 사람은 하나의 페르소나로 남지 않는다.
역할은 겹치고,
정체성은 이동하며,
경험은 계속 쌓인다.
오래 남는 브랜드는 사람을 분류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 사람이 다음 자신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함께하는 브랜드다.
참고자료
- OpenAI. (2025). “Introducing ChatGPT agent: bridging research and action.”
- Harvard Business Review. (2026). “How People Are Really Using AI in 2026.”
- Nielsen Norman Group. “Personas Make Users Memorable for Product Team Members.”
- Christensen Institute. “Jobs to Be Done Theory.”
- Markus, H., & Nurius, P. (1986). “Possible Selves.” American Psychologist, 41(9), 954–969.
- BARAM Experience. “네오 폴리매스 | 경계를 넘는 사람의 브랜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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