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와 아크연구소 연구진이 AI가 설계한 박테리오파지 16종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8월 6일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만 감염하는 바이러스이고, 이번에 만들어진 16종은 대장균 가운데 비병원성 균주만 감염한다. 유전체 전체를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85개 설계 가운데 16종
연구진이 쓴 모델은 브라이언 히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조교수가 만든 게놈 언어 모델 Evo 2다. 챗봇처럼 글을 다루는 모델과 달리 유전 서열을 학습한다. 설계 템플릿으로는 박테리오파지 ΦX174를 골랐는데, 유전체가 5,386개 염기에 유전자 11개로 짧아 합성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유전자들이 서로 겹쳐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Evo 2가 쓴 서열 가운데 285개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대장균에 넣었고, 세균 증식을 멈춘 16종을 골라냈다. 대학원생 새뮤얼 킹이 수천 개 후보에서 검증 대상을 추리는 계산 절차를 만들었다. 히 교수는 DNA 합성 비용이 여전히 높아 가능성 있는 후보에만 집중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에 없던 변이
만들어진 16종은 가장 가까운 자연 유전체와 비교해 각각 67개에서 392개의 새로운 변이를 가졌다. 이 가운데 13종에는 알려진 자연 서열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변이가 들어 있었다. 변이가 392개로 가장 많았던 Evo-Φ2147은 근연 파지와 염기 일치율이 93.0%였는데, 일부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 새로운 종에 해당한다.
연구진이 흥미롭게 본 것은 Evo-Φ36이다. 이 파지는 계통상 멀리 떨어진 파지 G4의 DNA 포장 단백질을 가져다 썼는데, 사람이 직접 설계해 시도했을 때는 작동하지 않던 조합이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해 보니 더 짧은 G4 단백질이 캡시드 안에서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성 대장균 제압
연구진은 ΦX174에 내성이 생긴 대장균 3개 균주를 만들어 실험했다. 16종을 섞은 칵테일은 세 균주 모두에서 1~5회 계대 만에 내성을 뚫었지만, ΦX174 한 종만 쓴 경우에는 실패했다. 히 교수는 파지 하나에 내성이 생기면 그 약은 끝이지만 유전적으로 다른 파지 여러 종을 섞으면 세균이 칵테일 전체에 내성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핵균과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병원 내 감염의 주요 원인인 녹농균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습 데이터에서 빠진 것들
연구진은 안전장치를 세 겹으로 뒀다고 밝혔다. 첫째, Evo는 인간 감염 바이러스 서열을 학습 데이터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해 해당 서열을 생성하지 못한다. 둘째, 숙주 범위를 정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ΦX174와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실제로 16종 모두 대장균 C와 W 균주에서만 증식했고 다른 6개 균주에서는 자라지 않았다. 셋째, 실험은 전용 생물안전 캐비닛에서만 진행했고 장비를 격리 구역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스크리닝이 걸러내지 못하는 서열
DNA 합성 업체가 위험한 주문을 걸러내는 방식은 주문받은 서열을 알려진 위험 서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것이다. 자연에 존재한 적 없는 서열은 대조할 원본이 없어 이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논문 저자들도 유전체 전체를 설계하는 작업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생물안전·생물보안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권고를 함께 적었다.
미국의 스크리닝 규범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2024년 4월 29일 발표한 핵산 합성 스크리닝 프레임워크다. 다만 이 문서는 모든 업체에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연방 생명과학 연구비를 받으려면 프레임워크를 지키는 업체에서만 합성 DNA를 사야 한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2025년 5월 5일 생물학 연구 안전에 관한 행정명령에 따라 개정 또는 대체를 앞두고 있고, 부처 간 협의체가 2026년 10월 13일 전에 기술 수준을 평가해 개정안을 권고하기로 돼 있다. 개정 방향에는 우려 서열의 정의를 규제 대상 병원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도 병원성이나 독성에 기여하는 서열까지 넓히는 내용, 스크리닝 단위를 50개 염기로 좁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공개를 택한 이유
연구진은 Evo 2를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했고 누구나 내려받아 유전체를 설계할 수 있다. 히 교수는 공개가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개조된 도구가 악용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다만 이미 존재하는 병원체가 구하기도 만들기도 더 쉬워 위험이 더 크고, 자연 진화에는 안전장치를 넣을 방법이 없지만 AI 도구에는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거다. Evo 2 같은 도구가 자연 발생 감염병과 인위적 생물학 위협 양쪽에 대응할 수단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히 교수는 다음 단계로 더 길고 복잡한 DNA를 다루려 하고 있다. 유용한 화학물질이나 의약품, 연료를 만드는 미생물을 겨냥해 소형 세균 유전체까지 설계 대상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그는 남은 과제로 유전적 새로움을 어떻게 더 끌어낼지, 결과를 어떻게 더 통제할지 두 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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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은 스탠퍼드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스탠퍼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