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빌드 2025] “나는 AI 에이전트와 잘 협업하고 있는가?”

이제 개발자들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가 아닙니다.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질문은 “나는 AI 에이전트와 얼마나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있는가?”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5(Microsoft Build 2025) 기조 연설에서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개발자의 요청에 따라 작동하는 AI 기반 코드 생성 도구로 시작했던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이 이제는 코드를 “함께” 작성하는 ‘페어 프로그래머(pair programmer)’를 넘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피어 프로그래머(peer programmer)’로 진화했다는 선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MS 빌드 2025 키노트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이러한 변화가 개발자의 일상, 개발 문화,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가져올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페어에서 피어로: 개발 파트너로 진화한 GitHub Copilot

깃허브 코파일럿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진화해왔습니다. 처음에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할 때 AI를 기반으로 적절한 코드를 제안하고 작성해주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마치 옆에서 “이 코드 이렇게 써보는 건 어때요?”라고 제안하는 형태였죠. 이는 소위 ‘페어 프로그래밍(pair programming)’의 AI 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MS 빌드 2025에서 공개된 최신 버전의 코파일럿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습니다. 이제 코파일럿은 깃허브의 이슈(Issue)를 직접 할당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요청에 따라 스스로 코드를 작성하고 테스트하며, 완성된 작업에 대한 풀 리퀘스트(Pull Request, PR)를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사티아 나델라가 직접 시연한 데모에서는 간단한 웹사이트 필터 기능 추가를 코파일럿에 할당했습니다. 특별한 지시 없이도 코파일럿은 새 브랜치를 만들고, 필요한 코드를 작성하고, 풀 리퀘스트까지 생성했습니다. 이는 마치 팀의 주니어 개발자에게 작업을 맡기는 것과 흡사한 경험입니다.

‘피어 프로그래머’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옆에서 조언하는 조수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제출할 수 있는 동료 개발자를 의미합니다. 이제 개발자는 버그 수정이나 새 기능 구현과 같은 작업을 코파일럿에게 위임하고, 다른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발자 업무를 재편하는 도구들: 코드, 업무, 협업 전반으로 확장

MS는 개발 영역을 넘어 업무 전반으로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키노트에서 발표된 새로운 기능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은 더 이상 업무 처리를 위한 단순 문서 작성 도우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리서처 에이전트(Research Agent): 웹과 기업 내부 자료를 모두 조사하여 심층적인 분석 결과 제공
• 애널리스트 에이전트(Analyst Agent): 여러 Excel 파일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 추출
• 코파일럿 스튜디오(Copilot Studio): 개발 지식 없이도 업무용 에이전트를 만들고 배포 가능
• 코파일럿 튜닝(Copilot Tuning): 기업의 고유한 언어, 문체, 노하우를 학습한 맞춤형 모델을 쉽게 개발

특히 코파일럿 튜닝은 법률 회사나 컨설팅 회사처럼 특정 전문 지식과 문서 형식이 중요한 곳에서 혁신적입니다. 회사의 문서 몇 개만 학습시키면 그 회사만의 언어와 스타일로 문서를 생성할 수 있게 됩니다.

Azure AI Foundry: 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

사티아 나델라는 키노트에서 ‘애저 AI 파운더리’를 “인텔리전스를 위한 생산 라인”에 비유했습니다. 쉽게 말해 ‘파운더리’는 개발자가 AI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마치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 선택부터 조립, 품질 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듯, ‘파운더리’에서는 모델 선택부터 에이전트 구성, 배포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되어 있습니다.

개발자는 오픈AI, 미스트랄, 새롭게 추가된 그록 등 다양한 모델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여러 에이전트가 마치 전문가 팀처럼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에이전트는 데이터 분석을, 다른 에이전트는 문서 작성을, 또 다른 에이전트는 이미지 분석을 담당하도록 설계할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메디슨(Stanford Medicine)의 사례는 이러한 협업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파운더리’를 사용해 환자 기록, 의학 문헌, 방사선 이미지를 각각 담당하는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의사들이 종양 회의를 준비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제공합니다. 이전에는 의료진이 수동으로 연간 4,000회 이상 준비해야 했던 복잡한 작업이 AI의 도움으로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개발 환경의 근본적 전환: 코드 작성자에서 AI 오케스트레이터로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개발 환경과 문화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개발자들은 이제 모든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들의 작업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의 조화로운 연주를 이끌어내듯, 개발자는 AI 에이전트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역할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 영역	과거	현재와 미래
개발자 역할	주로 ‘코드 작성자’	오케스트레이터: 여러 AI 에이전트에 작업을 배분하고 결과를 검토하는 지휘자 역할 설계자: 구현 세부사항보다 큰 그림과 아키텍처에 더 집중 멘토: AI에게 코딩 스타일과 패턴을 가르치는 역할
팀 구조	개발자, QA, 기획자, 문서작성자 등 역할 분리	• QA, 기획, 문서화 작업의 상당 부분을 에이전트가 담당 • 개발자와 비개발자 간의 경계 희석 (코파일럿 스튜디오로 비개발자도 에이전트 제작 가능) • 팀의 규모보다 ‘에이전트 활용 능력’이 경쟁력으로 부상
개발 프로세스	순차적이고 시간 제약적인 개발 주기	• 프로토타이핑 속도 획기적 향상 • 레거시 코드 유지보수와 기술 부채 해결에 에이전트 활용 • 24시간 개발 사이클: 개발자가 퇴근해도 에이전트는 작업 계속

AI 시대의 동료는 코드도, 인간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Build 2025에서 보여준 비전은 단순한 개발 도구의 발전이 아닙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개발자의 가치는 이제 얼마나 많은 코드를 작성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AI 에이전트와 협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사티아가 언급한 ‘페어 프로그래밍’에서 ‘피어 프로그래밍’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닙니다. 이는 AI가 더 이상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라 능동적인 동료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개발자의 성공 여부는 “나는 AI 에이전트와 얼마나 잘 협업하는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린 미래의 개발 환경은 새로운 ‘개발 문화’의 밑그림입니다. 이 문화에서는 인간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함께 일합니다. 개발자는 창의성, 전략적 사고, 윤리적 판단을 제공하고, AI는 반복적인 작업, 방대한 지식 처리, 24시간 생산성을 담당합니다.

이제 시작된 ‘피어 프로그래밍’ 시대에서, 진정한 개발 혁신은 AI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서 비롯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MS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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