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밍주 샤이엔시의 시장 후보 빅터 밀러(Victor Miller)가 인공지능(AI) 봇을 활용해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선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따르면 도서관 사서인 밀러 후보는 최근 샤이엔 카운티 도서관에서 열린 유권자 간담회에서 AI의 잠재력을 역설했다. 그는 “AI는 객관적이고 실수하지 않으며, 수백 페이지의 시정 관련 문서를 빠르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러 후보는 ‘VIC'(Virtual Integrated Citizen)이라 부르는 AI 봇을 활용해 시정을 운영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맥미니(Mac mini)와 아이패드(iPad)를 연결해 VIC을 시연하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도록 했다.
AI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미국 선거 캠페인에서 처음 있는 일이며,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관계 당국과 기술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밀러 후보는 오픈AI(OpenAI)와 선거 당국의 제재 시도를 피해가며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오픈AI는 자사 제품의 선거 캠페인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들어 밀러의 계정을 차단했지만, 그는 새로운 챗GPT(ChatGPT) 봇을 만들어 캠페인을 계속했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발레리 비르트샤프터(Valerie Wirtschafter) 연구원은 “와이오밍의 이번 사건은 지방 규제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오픈AI가 자사 모델의 선거 캠페인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 캠페인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밀러 후보의 캠페인은 AI 기술이 정치 분야에 얼마나 쉽게 침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AI가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선거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역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밀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42세의 밀러는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무소속 후보로, 현재 라라미 카운티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다.
밀러는 AI를 시정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올해 봄 공문서 공개 요청이 부당하게 거부된 후 처음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AI 봇이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AI가 인간보다 더 나은 시장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규제 노력을 앞서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AI의 정치적 활용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원문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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