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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문서 시장의 PPT 혈투: 모든 AI가 슬라이드에 목매는 이유

AI 문서 시장의 PPT 혈투: 모든 AI가 슬라이드에 목매는 이유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최근 생성형 AI 시장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AI 서비스가 너도나도 “PPT를 만들어드립니다!”를 외치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챗GPT 에이전트는 “3개의 경쟁사를 분석하고 슬라이드를 만들어줘(analyze three competitors and create a slide deck)”를 주요 사용 사례로 내세웠고, 젠스파크는 올해 5월부터 ‘GENSPEED’ 전략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기능을 선보였으며 그 가운데 ‘AI 슬라이드’라는 PPT 제작 기능을 공개하며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다. 클로드 역시 MCP로 디자인 편집 툴인 캔바(Canva)와 연결해 슬라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감마(Gamma App)와 같이 이미 ‘PPT 자동 생성’으로 선두를 달리는 플레이어가 있음에도 챗GPT, 클로드까지 모든 범용 AI가 PPT 제작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왜 모든 AI가 PPT에 혈안이 되었나?

PPT는 AI에게 완벽한 ‘킬러 앱’

PPT가 AI들의 각축장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프레젠테이션 제작은 AI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완벽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첫째, 구조화의 마법: PPT는 본질적으로 정보를 구조화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복잡한 내용을 논리적 순서로 배열하고, 각 슬라이드마다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일은 AI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다. 감마 앱의 사용자들이 “더는 ‘빈 페이지 증후군’도 없고, 디자인에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극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멀티모달의 진짜 활용처: AI가 텍스트, 이미지, 디자인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멀티모달 능력이 PPT에서는 진짜 빛을 발한다. 젠스파크의 경우 “AI가 이미지, 영상, 오디오도 넣어주고, 필요하면 웹에서 찾아 추가할 수도 있다”며 원스톱 서비스를 자랑한다.

셋째, 명확한 성공 지표: 챗봇의 답변이 좋은지 나쁜지는 주관적이지만, PPT는 다르다. 슬라이드 구성이 논리적인지, 디자인이 깔끔한지, 내용이 이해하기 쉬운지 등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AI 서비스들이 자신감 있게 PPT 기능을 내세우는 이유다.

사용자들도 PPT에 환호하는 이유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업무 동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70%가 AI가 창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답변했다. PPT 제작이야말로 이런 효과를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시간 절약의 체감도가 극대화: 기존에 PPT 하나 만드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면, AI로는 정말 몇 분 만에 초안이 나온다. 감마는 “몇 초 만에 ‘디지털 마케팅 회사소개서’ PPT를 완성할 수 있다”며 이런 속도감을 어필한다.

디자인 콤플렉스 해결: 많은 직장인들이 가진 공통된 고민이 바로 “PPT 디자인”이다. 내용은 좋은데 보기 흉하게 만들어져서 고민인 경우가 태반. AI PPT 도구들은 이런 디자인 부담을 완전히 덜어준다.

그럼에도 모든 AI가 할 수 없는 이유? 기술적 진입 장벽의 함정

PPT 제작이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레이아웃 엔진의 복잡성: 텍스트양에 따라 글씨 크기를 조절하고, 이미지와 텍스트의 균형을 맞추고, 슬라이드 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사용자들이 “젠스파크는 당장 제출해도 손색없을 수준, 클로드는 영감만 얻는 수준, 퍼플렉시티와 챗GPT는 못 봐줄 정도”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이런 차이 때문이다.

디자인 에셋의 저작권 문제: 예쁜 PPT를 만들려면 고품질 이미지, 아이콘, 템플릿이 필수다. 하지만 이런 에셋들은 대부분 유료이거나 저작권 문제가 있다. 캔바가 강력한 이유도 자체적으로 구축한 방대한 디자인 에셋 라이브러리 때문이다.

파일 호환성의 늪: 젠스파크 사용자들이 “PPTX로 export 해도 계속 로딩만 되다가 멈춰버리네요”, “투명 효과, 동작 효과, 글꼴 등이 손상되는 디자인 열화나 오류가 발생합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럼, AI가 만든 PPT를 실제 파워포인트에서 열었을 때 제대로 보이게 하는 것은 별개의 기술이다.

MS는 지금 뭘 하고 있나? 원조의 반격

PPT의 원조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2025년부터 Office 365 제품군의 가격이 대폭 인상되며 기능이 통합되었고, 기존 Microsoft 365 (Office) 앱의 이름이 Microsoft 365 Copilot으로 변경되었다.

파워포인트 코파일럿(PowerPoint Copilot)의 차별화 전략: 최근 업데이트에서 Copilot은 PDF 파일을 참조하여 프레젠테이션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자동 요약 기능도 추가되었다. 곧 PowerPoint Backstage view에서 직접 코파일럿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생성할 수 있는 “Create with Copilot”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생태계 통합의 위력: MS의 진짜 강점은 생태계 통합이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간의 연동성을 강조하며, 미팅 주요 논의사항을 실시간 요약하거나 놓친 부분을 알려주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PPT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업무 전체 프로세스를 AI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용자들은 “상당히 비싼 가격인데다가 한국어 지원이 거의 되지 않아 혹평을 받았었다”며, “사실상 오피스 길잡이의 후속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직까지는 가격 대비 큰 장점이 없는 편”이라고 평가한다.

연간 개인은 32만 원에서 비즈니스용은 약 48만 원까지에 이르는 코파일럿 구독료는 무료나 저렴한 AI 도구들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MS로서는 자사 생태계의 편의성과 안정성으로 이 가격 차이를 정당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AI 시대, 우리의 발표 자료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2~3년간은 각 AI 서비스들이 자신만의 특색으로 시장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빠른 아이디어 스케치”에 강점을 보이는 젠스파크 방식이 급한 업무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감마처럼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서비스들이 마케팅이나 대외 발표용으로 선택받을 것이다. 캔바처럼 PPT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개인 사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MS가 다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 시장에서는 여전히 파워포인트가 표준이고, 코파일럿이 조직의 쉐어포인트 나 기업 데이터와 연동되는 기능들이 강화되면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PPT 전쟁의 진짜 승자는?

AI PPT 시장의 혈투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경쟁의 진짜 수혜자는 사용자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PPT 한 장 만드는 데도 몇 시간씩 걸렸지만, 이제는 정말 몇 분 만에 전문적인 수준의 발표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많은 AI 커뮤니티에서 슬라이드를 만들어주는 AI 툴 덕분에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질이 현저히 향상되었으며, 짧은 시간 안에 최신 정보를 담고 디자인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것과 같이, 이미 업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진짜 게임 체인저는 단순히 PPT를 빨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표와 소통 자체를 혁신하는 AI가 될 것이다. 챗GPT 에이전트가 3개의 경쟁사를 분석하고 슬라이드를 생성한다고 표현한 것처럼, 앞으로는 슬라이드를 생성하는 것에 더해 AI 음성 요약과 같은 기능을 활용해 “분석해서 발표까지 해줘”가 가능한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PPT 전쟁은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치열한 경쟁 덕분에 우리의 업무는 분명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바뀌고 있다. AI가 슬라이드를 만들어주는 동안,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AI가 PPT를 만들어주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을 말할지 결정하는 것” – 이것이 바로 이 PPT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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