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이 색다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AI가 만든 ‘모델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글로벌 도시를 무대로 한 새로운 캠페인 콘텐츠를 공개한 것이죠. 실제 모델의 초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복제 이미지는 촬영 없는 광고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며, 마케팅 효율성과 창작 윤리를 둘러싼 논의를 함께 불러왔습니다.
H&M은 단일 브랜드가 아닌 Arket, &Other Stories, COS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SPA 그룹입니다. 전 세계 75개 시장, 4,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이번 실험은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됩니다.
촬영장을 대신한 조명 데이터와 알고리즘
이번 프로젝트에서 H&M은 30명의 모델 동의를 받아 디지털 트윈을 제작했습니다. 단순 합성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와 조명 조건에서 모델을 수없이 촬영해 방대한 학습 데이터셋을 만들었죠. 그 결과 디지털 트윈은 실제 모델의 외형과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단순 CGI가 아닌 현실 기반 복제 이미지로서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뉴욕에서 도쿄까지, 하루 만에 이동하는 모델들
캠페인의 첫 결과물은 뉴욕과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미지였습니다. 비록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현실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비주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Vogue와 Chanel 캠페인에서도 활약한 톱 모델 Vilma Sjöberg, Mathilda Gvarliani의 디지털 트윈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들은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나”, “하루 만에 뉴욕과 도쿄를 오갈 수 있다”는 카피와 함께 디지털 트윈이 제공하는 초월적 경험을 보여주었습니다.

워터마크 하나가 바꿔놓은 신뢰의 공식
하지만 H&M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모든 디지털 트윈 이미지에 ‘AI 생성’ 워터마크를 달아 투명성을 확보했죠. 인스타그램·틱톡 같은 SNS 플랫폼 규정은 물론, 2026년 발효될 예정인 EU의 AI 관련 법률까지 고려한 선제적 대응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간 게 아니라, 제도와 소비자 신뢰까지 챙긴 전략이었던 겁니다.
포토그래퍼 대신 AI? 업계가 두려워하는 이유
물론 이런 시도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수많은 크리에이티브 직군의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단순히 일자리 문제를 넘어, 창작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에 대해 H&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Jörgen Andersso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는 마케팅을 혁신할 수 있는 도구이지만, 우리의 브랜드 철학은 여전히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기술은 더 빨라졌지만,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이번 디지털 트윈 캠페인은 확실히 효율성과 속도, 그리고 글로벌 유연성을 입증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AI가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감정과 맥락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요? 결국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람과 함께 어떻게 쓸 것인가’일지 모릅니다. H&M의 실험은 바로 그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