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5에서는 다양한 로봇 기술들이 선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대거 몰려와 “이런 것도 되나?” 싶은 로봇들을 쏟아냈는데요. 고정되어 있는 가전 사이로 움직이는 로봇들이 유독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IFA에 어떤 로봇들이 주목을 이끌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중국발 로봇 청소기 대란, “불가능은 없다”
드리미: 계단 정복한 로봇청소기의 등장
중국 드리미는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로봇청소기 ‘사이버X(Cyber X)’를 공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최대 25cm 높이의 계단을 초당 0.2m 속도로 등반할 수 있습니다. ‘쿼드트랙’ 기술을 탑재해 무한궤도 형태의 4개 타원형 바퀴를 사용하며, 평지에서는 일반 바퀴로 작동하다가 계단에서는 다리 형태로 변형됩니다.
드리미는 로봇팔이 장착된 ‘사이버10’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진공 청소기가 달린 로봇팔을 사용해 좁은 공간과 각진 구석까지 청소할 수 있습니다.
모바: 수영장 속으로 풍덩!
드리미에서 갓 분사한 모바는 더 과감했습니다. 아예 로봇청소기를 물속에 집어넣었거든요. ‘로버 X10’이라는 수중 로봇청소기는 수조 내부 벽면에 달라붙어 청소하며, 수조 바닥의 이끼 등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미국의 단독주택 수영장 시장에서 수요가 클 것”이라는 모바 관계자의 말처럼, 이들은 이미 북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로보락: 여전히 강자의 여유, 초슬림 설계와 다양한 제품군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인 로보락은 두께 7.9cm의 초슬림 로봇청소기 ‘큐레보 커브 2 프로’를 선보였습니다. 2만5000Pa의 흡입력을 제공하며, 카펫 두께에 따라 높이를 자동 조절하는 섀시 리프트 기능과 리트랙트센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로보락은 이번 IFA에서 프리미엄 로봇 잔디깎이 3종을 처음 공개했는데요. IDC에 따르면 로보락은 2025년 상반기 출하량 기준 21.8%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출하량은 약 23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7.9% 성장했습니다. 로봇청소기에서 시작해 이제는 집 밖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이 엿보인 행보였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이제 이런 것도 한다
독일의 자존심, 뉴라 로보틱스
독일 뉴라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포 애니원(4NE1)’과 집사 로봇 ‘미파’를 전시했습니다. ‘포 애니원’ 로봇이 빨래를 색깔별로 분류하고, ‘미파’ 로봇이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주워 서랍에 넣는 모습은 정말 집사 같았어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CES에서 직접 언급했을 정도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이 회사, 가격도 우리 돈 2200만 원으로 경쟁사보다 40%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하네요. 독일답게 기술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습니다.
TCL의 AI 육아 로봇
TCL의 ‘에이미’는 좀 특별했습니다. 단순히 청소하는 로봇이 아니라 아이를 돌봐주는 AI 컴패니언이었거든요. 아이와 대화하고, 영상도 보여주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부모에게 알림까지 보내주는 똑똑한 육아 도우미였죠.
볼리와 Q9는 어디로? 숫자로 보는 IFA 2025
삼성전자의 ‘볼리’와 LG전자의 ‘Q9’ 등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은 이번 IFA에서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은 볼리에 대해 “열심히 테스트를 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고,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Q9 기획 당시만 해도 로봇의 하드웨어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솔직한 고백이긴 한데,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은 시장을 다 가져갔다는 게 문제입니다. 과거 중국 기업들을 ‘카피캣’이라고 부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드리미의 계단 오르기, 모바의 수중 청소는 단순한 하드웨어 개선이 아닙니다. 피지컬 AI의 집합체거든요. 계단을 오르려면 실시간으로 지형을 분석하고, 무게 중심을 계산하고, 최적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이 모든 걸 0.1초 만에 처리하는 AI 알고리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중국 기업들이 이런 멀티모달 AI 기술을 실제 제품에 구현해내고 있는 겁니다.
이번 IFA 2025에는 총 18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700여 곳이 중국 기업이었습니다.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죠. 반면 한국은 지난해 127곳에서 올해 104곳으로 오히려 20% 줄었습니다. 숫자만으로도 중국의 공세가 얼마나 거센지 알 수 있었습니다. IFA 2026에서는 한국 로봇들도 베를린 전시장을 누비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