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뒤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던 과정. 이제는 곧 사라질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오픈AI가 발표한 “즉시 구매(Instant Checkout)”와 “에이전틱 상거래 프로토콜(Agentic Commerce Protocol, ACP)”은 대화 하나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제로클릭 쇼핑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판매 퍼널의 붕괴: 대화가 곧 구매가 된다
수십 년 동안 온라인 상거래는 인지 → 관심 → 고려 → 구매라는 판매 퍼널(Sales Funnel) 구조에 기반해 있었습니다. 기업은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죠.
하지만 챗GPT의 쇼핑 기능이 본격화되면, 이 구조 자체가 압축됩니다. 사용자가 “10만 원 이하의 발이 편안한 러닝화를 찾아줘”라고 말하는 순간, 챗GPT는 관련 있는 제품을 찾아내고, 바로 대화창 안에서 결제까지 연결합니다.
이 흐름은 SNS 시대의 소비자 행동 모델인 AISAS(Attention–Interest–Search–Action–Share) 모델에서, 대폭 단순화된 DCA(Desire–Chat–Action) 모델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Desire(욕구): 필요가 생기고
- Chat(대화): AI와 대화로 후보를 압축하고
- Action(행동):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리 잡는 것이죠.
즉, 고객의 여정이 클릭과 이동 없이 한 번의 대화로 끝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전쟁터: 키워드가 아닌 ‘맥락’
AI는 단순히 키워드 매칭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발이 편안한”이라고 했는지, “초보 러너용”라고 언급했는지까지 이해하고 반영합니다.
따라서 AI의 추천 알고리즘은 키워드 SEO가 아닌 ‘대화 기반 최적화’를 요구합니다.
브랜드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우리 제품은 어떤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는가?
- 고객의 어떤 상황에 꼭 맞는가?
- 신뢰할 만한 후기와 같은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는가?
즉, 제로클릭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광고비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에 맞는 관련성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커머스 플랫폼에서 AI 플랫폼으로: 권력의 재편
오픈AI가 스트라이프(Stripe)와 함께 만든 ACP는 낯설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합니다. 지금까지는 11번가나 쿠팡 같은 플랫폼을 통해야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CP는 일종의 공용 규칙을 만들어, 판매자가 복잡한 개발 없이도 AI와 직접 연결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곧 커머스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AI 플랫폼 중심 구조로의 이동을 의미합니다.
- 판매자는 고객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 관계를 주도할 수 있고
- 규모가 작은 상점도 제품 정보만 충실히 제공하면 AI 대화 속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노출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로클릭 시대의 핵심은 “플랫폼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AI 대화 속에서 어떻게 발견될까”입니다.
기업에게 주는 경고와 기회
제로클릭 쇼핑은 모든 기업에 똑같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위기 요인: 트래픽 기반으로 운영되던 쇼핑몰, 광고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는 고객 접점을 잃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UX보다, AI가 추천 과정에서 우리 제품을 얼마나 자주 인용하는지가 관건이 됩니다.
- 기회 요인: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고객 맥락에 맞는 메시지를 설계하는 브랜드는 AI 추천 리스트 상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개성 있는 가치와 스토리를 가진 중소 브랜드라면, 오히려 플랫폼 수수료 없이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로클릭 시대,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
- AI 친화 데이터 준비: 제품 사양, 사용 후기, 반품·A/S 정책을 구조화해 공개하세요.
- 맥락 최적화 콘텐츠 제작: 워드가 아니라 고객의 상황·과업 중심으로 제품을 설명하세요.
- 프로토콜 대비 인프라: 특정 플랫폼 최적화보다, AI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주문·결제 체계를 마련하세요.
챗GPT가 내놓은 ACP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닙니다. 검색–비교–구매의 단계가 하나의 대화로 압축되는 제로클릭 쇼핑 시대의 신호탄입니다.
기업에게 중요한 질문은 더 이상 “우리 사이트 방문자는 몇 명인가?”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AI의 대화 속에서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어떤 맥락에서 선택되는가?”가 진짜 성과 지표가 될 것입니다.
FAQ
Q. 제로클릭 쇼핑이 기존 온라인 쇼핑과 뭐가 다른가요?
A. 기존에는 검색 → 비교 → 결제 단계를 거쳤지만, 제로클릭 쇼핑은 챗GPT와 대화만으로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바로 이어집니다. 클릭과 이동이 사라지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Q.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A. 제품 정보(스펙, 후기, 정책)를 구조화해 공개하고, 고객 상황에 맞는 맥락 중심 설명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AI와 직접 연결되는 결제·주문 인프라도 갖춰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Q. 소규모 브랜드나 쇼핑몰도 기회를 가질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플랫폼 수수료 없이 AI 대화 속에서 바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는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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