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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안에 모든 앱이 들어간다. 8억 사용자 플랫폼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

챗GPT 안에 모든 앱이 들어간다. 8억 사용자 플랫폼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
이미지 출처: 오픈AI 유튜브

오픈AI가 앱 생태계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지배해온 앱 유통 방식이 17년 만에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이다.

지난 10월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데브데이 2025((DevDay 2025)에서 샘 트먼 CEO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언을 했다. “오늘부터 여러분은 챗GPT 안에서 실제 앱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다. 지난 17년간 애플과 구글이 지배해온 앱 생태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대화가 곧 앱스토어가 되는 세상

오픈AI는 이날 ‘Apps SDK’를 공개하며 개발자들이 챗GPT 내부에서 직접 작동하는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제 사용자는 “스포티파이, 금요일 파티용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실행할 필요 없이 챗GPT 대화창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AI 매터스_오픈AI 데브데이 북킹닷컴 예시
이미지 출처: 오픈AI

부킹닷컴, 캔바, 코세라, 피그마, 익스피디아, 스포티파이, 질로우 등 주요 파트너사의 앱들이 첫 번째로 출시되었다. 실제 데모에서는 사용자가 챗GPT에서 강아지 산책 사업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한 후, 바로 캔바로 포스터를 만들고, 질로우로 사업 확장 도시의 부동산을 검색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모든 과정이 챗GPT를 떠나지 않고 이루어졌다.

AI 매터스_오픈AI 데브데이 북킹닷컴 예시
이미지 출처: 오픈AI 유튜브

오픈AI의 챗GPT 책임자는 비공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챗봇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다”며 “슈퍼 어시스턴트를 만들려다 조금 옆길로 샜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오픈AI의 진짜 야망을 드러낸다. 챗GPT는 단순한 대화형 AI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 서비스의 새로운 관문이 되려는 것이다.

앱스토어 독점 시대의 종말?

오픈AI는 주간 8억 명이 사용하는 챗GPT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에게 거대한 사용자층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권을 제공한다. 기존 앱스토어에서는 개발자들이 앱을 만든 후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챗GPT 플랫폼에서는 대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앱이 추천되기 때문에 발견성(discoverability)이 극적으로 향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 구조다. 애플과 구글은 지난 10년 이상 앱 구매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올트먼은 오픈AI가 얼마의 수수료를 부과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플랫폼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챗GPT의 발표는 2008년 애플이 앱스토어를 열었을 때와 같은 규모의 플랫폼 전환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전세계인의 일상에 침투한 챗GPT가 인터넷의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의 반응: 기회인가, 위협인가

오픈AI의 데브데이에는 1,5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석해 실제 도구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오픈AI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립토 전문매체 디크립트(Decrypt)는 “오픈AI가 챗GPT를 챗봇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개발자와 사용자를 오픈AI의 울타리 안에 묶어두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 질로우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챗GPT 내 앱을 통해 수억 명의 잠재 고객에게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의 AI 책임자는 공식 성명에서 “챗GPT 내 질로우 앱은 AI가 부동산을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며 “수백만 명에게 대화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최초의 경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디자인 미디어 디자인러쉬(DesignRush)는 “이러한 통합으로 인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활동하는 공간이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챗GPT API에 의존하는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오픈AI가 직접 앱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생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들의 경우 그들 중 챗GPT가 어느 서비스를 선택할지 불분명하다”며 “기업들이 챗GPT 응답에 노출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오픈AI는 사용자 경험을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의 경고: 공정한 경쟁일까?

흥미롭게도 일론 머스크는 이미 앱스토어 생태계의 불공정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머스크는 올해 8월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가 만든 그록(Grok)이 앱스토어 순위 6위에 머물러 있는 반면 챗GPT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애플이 오픈AI를 제외한 다른 AI 기업이 1위에 오르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애플 대변인은 “우리는 전문가들이 객관적 기준을 사용해 선정한 차트, 알고리즘 추천, 큐레이션 목록을 통해 수천 개의 앱을 소개한다”며 “사용자에게 안전한 발견 경험을 제공하고 개발자에게 가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반박했다.

머스크의 주장은 기존 앱 유통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오픈AI가 챗GPT를 통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이 권력 구조가 재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 입장에서의 변화: 더 편한가, 더 위험한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이 변화는 매우 편리해 보인다. 사용자는 이름으로 앱을 호출하거나(“피그마(Figma), 이 스케치를 작동 가능한 다이어그램으로 바꿔줘”), 챗GPT가 대화 맥락에서 관련 앱을 자동으로 추천받을 수 있다. 앱을 찾고, 다운로드하고, 실행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AI 매터스_오픈AI 데브데이 북킹닷컴 예시
이미지 출처: 오픈AI


하지만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테크크런치는 “제3자 개발자들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라며 “개발자들이 사용자의 전체 대화, 최근 몇 개의 메시지, 또는 앱을 호출한 프롬프트에만 접근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픈AI는 개발자들이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수집하고 권한에 대해 투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이 어떻게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 사용자는 언제 경험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한국 사용자들은 당분간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Apps SDK 기반 앱들은 유럽경제지역(EEA), 스위스, 영국을 제외한 지역의 로그인한 챗GPT 사용자에게만 제공된다. 한국은 서비스 대상에 포함되지만, 규제나 현지화 이슈로 인해 실제 출시 시기는 불투명하다.

특히 챗GPT 인라인 앱 접근은 현재 EU를 제외한 지역의 무료, 플러스, 고, 프로 사용자에게 제공되며, 비즈니스, 엔터프라이즈, 교육 등급은 올해 말 접근 권한을 받을 예정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더 큰 그림

오픈AI의 행보는 챗GPT가 스스로 슈퍼앱이 되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의 플랫폼이나 서비스들이 AI를 기존 앱에 추가하는 방식이었다면, 오픈AI는 전체 앱 생태계를 챗GPT의 AI 중심 맥락 안으로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능 추가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용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특정 작업을 하기 위해 해당 앱을 찾아 열고, 앱의 인터페이스를 학습하고, 작업을 완료한 후 다시 다른 앱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챗GPT가 제시하는 미래에서는 자연어로 원하는 것을 말하기만 하면, AI가 적절한 앱을 불러와 작업을 처리한다.

샘 알트먼은 키노트를 마무리하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렸던 것이 이제 AI와 함께라면 몇 분 만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한 은퇴한 80대가 챗GPT의 도움으로 노인용 아이폰 앱 11개를 만들었다는 사례는, 이것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통합 마케팅 대행사 함샤우트 글로벌 강명구 실장은 “예산 기반의 퍼포먼스 중심의 고객 획득에서 경험 개발과 데이터 최적화로 전환될 것”이라며 “고객을 방해하는 광고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자연스러운 의사결정 과정에서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에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웹사이트나 독립 앱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알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챗GPT 같은 AI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통합하고 소비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더 편리한 경험과 함께, 새로운 종류의 플랫폼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의 앱스토어가 우리의 디지털 생활을 통제했듯이, 챗GPT가 새로운 게이트키퍼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시작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2008년 앱스토어가 열렸을 때, 우리는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 우리는 그와 비슷한 규모의 전환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작은 화면 속 아이콘을 터치하는 대신, AI와 대화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앱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앱을 사용하는 방식, 앱을 만드는 방식, 앱을 유통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뿐이다.

오픈AI는 올해 말 개발자들이 앱 검토 및 게시를 위해 제출할 수 있게 되며, 사용자가 직접 탐색할 수 있는 디렉토리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챗GPT 안에서 얼마나 많은 앱이 작동하고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을지 알게 될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앱 생태계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으며, 여기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화가 곧 인터페이스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찾는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챗GPT 안에 모든 앱이 들어간다. 8억 사용자 플랫폼의 탄생이 의미하는 것 – AI 매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