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테크 기업 젠스파크(Genspark)가 출시 7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5,000만 달러(한화 약 734억 원)를 달성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30개 이상의 AI 모델을 오케스트레이션 해 지식 기반 노동자들의 실무를 직접 처리하는 ‘슈퍼 에이전트’ 시스템이다.
젠스파크는 11월 10일 서울 성수동에서 글로벌 AI 커뮤니티 더 AI 컬렉티브(The AI Collective)와 공동으로 개최한 ‘AI 크리에이터 밋업’에서 자사의 기술 아키텍처와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2023년 설립된 젠스파크는 올해 4월 정식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으로부터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업계의 검증을 받았다. 특히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전 세계 30조 토큰 규모 기업들 중 하나로 젠스파크를 언급하며 AI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LG테크벤처스도 젠스파크의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지식노동의 패러다임 전환
젠스파크 COO(최고운영책임자) 웬 상(Wen Sang)은 영화 제작에 비유하며 젠스파크의 비전을 설명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픽셀이나 단어 단위로 직접 작업하는 ‘배우’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슈퍼 에이전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줘’, ‘시장 리서치를 해줘’라고 지시하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웬 상 COO는 “AI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더 많이 일할 수도, 주 3일만 일할 수도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지식기반 노동자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덧붙였다.
젠스파크가 제시하는 미래는 단순한 업무 자동화가 아닌, 토큰 경제로의 전환이다. 웬 상 COO는 “AI가 일을 처리할 때 토큰을 소비하는데, 소비하는 토큰의 양이 곧 처리한 업무량을 의미한다”며 “세상이 점점 토큰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개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각 모델의 강점을 적재적소에
젠스파크의 폭발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독특한 3계층 기술 아키텍처다. 최하단에는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의 대형 언어 모델(LLM)부터 다양한 오픈소스 모델까지 30개 이상의 AI 모델이 배치돼 있다. 그 위에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가 있고, 최상단에는 100개 이상의 자체 개발 툴이 자리한다.
이 아키텍처의 핵심은 각 AI 모델의 강점을 작업 단계마다 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슬라이드를 제작할 때, 오픈AI 모델이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클로드 소네트(Claude Sonnet) 4.5가 HTML 코드를 작성해 슬라이드를 렌더링하며, 차트가 필요한 경우 오픈소스 모델이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 데이터를 시각화한다.
웬 상 COO는 “오픈AI는 추론에 강하고,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코딩에 뛰어나며, 구글의 제미나이는 이미지와 영상 처리에 강점이 있다”며 “각 모델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현대 에이전틱 AI를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00개 이상의 인하우스 툴로 ‘실제 업무’ 처리
LLM이 ‘두뇌’라면, 젠스파크의 100개 이상 인하우스 툴은 ‘팔다리’에 해당한다. 웬 상 COO는 “LLM은 자연어 입력에 대해 응답을 잘 생성하지만, 실제 업무와 LLM이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에이전틱 AI 기업들이 현재 LLM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부족하다”며 “웹 검색, 문서 처리, 전화 통화 등을 수행하는 마이크로 서비스 형태의 툴들이 LLM의 팔다리가 되어 실제 업무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젠스파크는 또한 피치북(PitchBook),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등 프라이빗 데이터베이스에 비용을 지불해 접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웹 검색이 아닌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웬 상 COO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웃풋의 품질”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한 번의 작업으로 스무스하게 완료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월까지 1억 6천만 달러 투자 유치… LG테크벤처스에도 투자받아
젠스파크는 올해 2월까지 총 1억 6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추가 투자 라운드도 완료한 상태다. 구체적인 금액은 11월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LG테크벤처스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웬 상 COO는 “LG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LG와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큰 계획이 있으며, 한국은 우리의 상위 5대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젠스파크는 초기 개인 사용자를 위한 제품으로 출시됐지만, 7월부터 기업들의 문의가 급증하면서 팀 플랜과 엔터프라이즈 플랜을 구축했다. 현재 SOC 2 Type 2, ISO 27001, ISO 42001, GDPR 등 주요 보안 컴플라이언스 인증 과정을 진행 중이다. 웬 상 COO는 “개인 사용자뿐만 아니라 포춘 2000 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교육기관 등 모든 조직이 일을 더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커스텀 슈퍼 에이전트 기능으로 반복 작업 자동화
젠스파크는 최근 커스텀 슈퍼 에이전트 기능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템플릿이나 포맷을 지식 베이스에 업로드하고 지침을 설정하면, 이후에는 매번 프롬프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업이 처리된다. 웬 상 COO는 “기업 환경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슬라이드나 문서를 반복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매번 같은 지시를 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AI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커스텀 슈퍼 에이전트를 사용하면 한 번의 설정으로 모든 미래 작업이 자동화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주간 단위 신제품 출시할 것
젠스파크는 창업 첫날부터 글로벌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웬 상 COO는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된 덕분에 AI와 인터넷을 결합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1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지식 근로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하나씩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스파크는 거의 매주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비결은 ‘AI 네이티브 기업’이기 때문이다. 웬 상 COO는 “우리 회사 코드의 80% 이상이 AI가 작성한다”며 “물론 우리 팀의 기술 역량도 뛰어나지만, 처음 기술 파운데이션을 설계할 때부터 이런 확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웬 상 COO는 “창업팀 멤버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딩을 할 줄 안다”며 “우리는 확장성(scalability) 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한편, 젠스파크 측은 오는 20일 샌프란시스코 행사에서 이번 투자 라운드 완료와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AI매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