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운영하고 있는 ‘생각’의 기고로 진행됩니다. 쏟아지는 AI 영상 중 진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별하고 그 안에 담긴 가치에 대해 알아보는 인공지능 영화 해석 및 해설 시리즈입니다.
1. 프롤로그
인공지능은 완벽한 영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완벽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을까요?
뮤직비디오는 영화와 다릅니다. 음악이 주인공이고, 영상은 조연입니다. 어떤 샷이 화려하든, 어떤 CG가 정교하든, 만약 그것이 음악을 가린다면 실패한 뮤직비디오입니다. AI생성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이 본질을 잊게 됩니다. 기술의 가능성에 취해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만 집중하다가, 정작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놓치는 거죠.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돌고래 유괴단이 제작하고 신우석 감독이 연출한 일레인의 뮤직비디오 ‘I Will Always Miss You’는 100% AI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는 건 AI의 능력이 아닙니다. 감독 특유의 연출력, 그리고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생성 이전에,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늘의 메시지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주인공, 일레인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시죠.
2. 작품소개
3. 돌고래 유괴단
돌고래를 유괴하는 단체? 이름부터 유쾌한 이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국내 광고와 뮤직비디오 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미디와 감성을 동시에 잡아내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실험적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제작 철학으로 말이죠.
돌고래 유괴단 신우석 감독과 일레인의 인연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캐논 홍보용 뮤직비디오 프로젝트 ‘달토끼’에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8년이 지나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로 부활했죠.
4. 세 가지 마법주문
신우석 감독은 이 뮤직비디오를 기획하며 세 가지 명확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검은 개를 주인공으로.
언캐니 밸리. AI가 인간을 생성할 때 피할 수 없는 불편한 골짜기입니다. 아무리 정교해도 어딘가 어색하고, 그 어색함이 오히려 불쾌감을 만들어내죠. 지난 1화에서 다룬 데이브 클락의 ‘프로스트바이트’도 이 문제와 싸웠습니다. 신우석 감독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지 않았습니다. 우회했죠. 동물을 주인공으로 세운 겁니다.
그리고 검은색이라는 선택. 검은 피부의 여인과 검은 개. 이 두 피사체의 공통점은 명도가 낮다는 겁니다. AI 생성모델은 밝기와 색상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검은색은 그 문제를 최소화합니다. 그림자 속에서는 디테일의 변화가 덜 눈에 띄니까요.
둘째, 감정의 일관성.
일레인의 뮤직비디오 가사는 실연에 관한 것입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상실의 무게. 뮤직비디오는 이 보편적인 감정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화려한 연출 없이, 과장된 CG없이, 그저 한 여인과 한 마리 개의 추억을 조용히 펼쳐놓죠.
셋째, 음악이 주인공.
뮤직비디오는 영화가 아닙니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1차 목표가 아니라, 음악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게 최종목표죠. 그래서 좋은 뮤직비디오 감독은 자신의 존재를 지웁니다. 영상이 음악을 설명하거나 가르치지 않고, 그저 함께 호흡하게 만들죠.
5. 빌보드 1위가 AI?
2025년 11월, 미국 빌보드 차트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AI아티스트 ‘자니아 모네’가 R&B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기록한 겁니다. 그리고 <홀우드 미디어>라는 독립 레이블이 모네와 약 44억원 규모의 음반 계약을 체결했죠.
댓글 반응은 흥미롭습니다.
“AI 제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노래가 좋으면 그만이다.”
AI 음악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하지만 논쟁과 상관없이, AI 음악은 이미 차트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팬을 만들고 있습니다.
6. 생성 이전에, 감독이 되어라
일레인의 뮤직비디오는 100% AI로 제작되었지만, 이 뮤직비디오가 우리를 울리는 건 AI 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라는 보편적 감정, 그리고 그것을 담아낼 줄 아는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죠.
지금 전 세계는 AI 생성도구의 홍수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도구가 좋아진다고 작품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좋은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담보하는 게 아니듯, 좋은 AI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신우석 감독은 AI생성도구를 선택했지만, 그보다 먼저 명확한 연출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검은 개를 주인공으로 세워 언캐니밸리를 피하고, 제한된 설정으로 일관성을 확보하고, 무엇보다 음악이 주인공이 되게 만들었죠.
AI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습니다. 생성 이전에,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것. 도구를 다루기 전에,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는 것. 기술을 배우기 전에,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일레인의 뮤직비디오는 그 진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작품이 AI로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에게 남기는 진짜 메시지입니다.
✒️필자 소개
생각ㅣmaverick
2023년, 국내 최초로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설립하고 누적 700명과 함께 AI 수업과 연구를 진행하며,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AI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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