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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네마 설명회] 제 7화 마왕 신해철의 귀환

7화 마왕 신해철의 귀환
이미지 출처: 생각

1. 프롤로그: AI 콘텐츠의 울림

    ‘마왕의 귀환, Ghoststation: the Next’.

    2024년 10월 27일, 세상을 떠난 지 11년이 된 신해철의 목소리가 돌아왔습니다. 단순한 복원이 아닙니다. 270시간의 육성 데이터에서 6,757개의 문장을 추출하고, 상황별 톤과 감정까지 학습한 AI 모델이 탄생한 겁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추모가 아닙니다. 망자의 목소리를 빌린 기술 과시도 아닙니다. AI 시대, 창작자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입니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되살린다는 것. 그것은 추모일까요, 아니면 모독일까요? 기술이 감정을 다룰 때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요?

    마왕의 귀환은 지금 이 시간, AI 슬롭(저품질 양산 콘텐츠) 생산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AI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생성 이전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오늘의 메시지입니다. 그럼 먼저, 마왕의 귀환을 감상해보시죠.

    2. 작품 소개


    3. 고스트 스테이션 프로젝트

    ‘고스트스테이션: 더 넥스트’는 고인의 가족이 설립한 넥스트유나이티드가 개발하고, 지인과 친구들이 검수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의 기획의도를 “이 시대에 가장 그리운 목소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만약 신해철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뭐라고 이야기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저희는 마왕 신해철이 남긴 독창적이고, 비타협적이었던 목소리의 흔적들을 모아, 그 정신을 2025년의 언어로 계승하고자 합니다. 이건 신해철을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그가 던졌던 질문들, 그가 지켰던 가치들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기에, AI기술을 이용해서 그 정신을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입니다.”라며 고스트 스테이션의 지속적인 확장을 예고했죠.

    4. 인형의 기사, Part lll

    1988년, 신해철은 무한궤도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 넥스트를 결성하며 한국 록의 새 장을 열었죠. ‘날아라 병아리’는 밝고 경쾌했지만, ‘인형의 기사’는 달랐습니다.

    “세상은 거대한 인형극이고, 우리는 모두 줄에 매달린 인형이다.”

    신해철의 세계관은 이미 1993년에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32년이 지난 지금, 그 인형의 기사가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새로운 파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AI라는 줄에 매달려서 말이죠.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신해철이 남긴 PC에서 발견된 흔적들. 생전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스테이션’의 새 시즌을 준비하던 자료와 새로운 오프닝 시그널이 발견된 것입니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신해철의 IP(지식재산권)에 대한 모든 권리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대표는 그의 아내 윤원희 씨.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상업적 복원이 아닌, 가족의 사랑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AI 음성 합성에는 일반적으로 일정 분량의 새로운 음성 데이터 학습이 필요합니다. 최적의 학습 스크립트를 읽어야 하죠. 하지만 10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새로운 녹음을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

    넥스트유나이티드는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방송, 강연, 공연 등 기록으로 남은 신해철의 육성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성을 스크립트로 변환해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죠.

    그들은 총 270시간. 그 방대한 음성 자료에서 중요 문장을 추출해 6,757개로 재구성했습니다. 잡음 제거와 저하된 음질 복구라는 전처리 과정은 게임사 펄어비스의 개발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펄어비스는 대표 게임 ‘검은사막’ 내에 신해철 동상을 세우는 등 신해철 측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회사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가지. 모든 데이터에 메타데이터를 넣어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단순히 목소리를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상황별 다양한 톤과 세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음성 학습에는 신해철이 직접 한 말만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검수에는 자녀인 하연, 동원 씨와 생전 고인과 가깝게 지낸 사진작가 강영호가 참여했습니다. 데이터 전처리, 학습, 추출에 관한 기술은 고인과 절친했던 방송인 겸 뮤지션 남궁연이 개발했고, 신병진 방송작가가 모든 육성 자료를 글로 옮기고 분류했습니다.

    5. 죽은 자의 초상권

    AI로 고인을 복원하는 작업은 신해철의 프로젝트만이 아닙니다.

    1990년대 힙합 듀오 ‘듀스’는 무려 28년 만에 신곡을 내놨습니다. AI가 30년 전 숨진 멤버 고 김성재의 목소리를 재현해 낸 겁니다. 1995년 요절한 전설적 가수의 목소리가 다시 세상에 울려 퍼진 거죠.

    2023년, 비틀즈는 AI를 활용해 존 레논의 목소리를 복원한 신곡 ‘Now and Then’을 발표했습니다. 50년 전 녹음된 데모 테이프에서 피아노 소리와 섞인 레논의 보컬을 분리해낸 거죠. 이 곡은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록 퍼포먼스 상을 수상했습니다.

    AI를 이용한 곡으로 첫 그래미상 획득이라는 역사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모든 복원이 환영 받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나 가수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복제해 딥페이크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인의 초상권과 음성권을 보호하는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죠.

    하지만 ‘고스트스테이션’이 다른 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권리자인 가족이 직접 프로젝트를 주도했습니다. 둘째, 고인이 직접 한 말만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했습니다. 셋째, 가족과 친구들이 결과물을 검수했습니다.

    넥스트유나이티드 윤원희 대표는 “기술적으로 목소리를 복원하는 방식의 접근이 아니라 가족, 친구, 그리고 팬들과 청취자들이 원하는 ‘울림이 담긴 목소리’ 그 자체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다.”고 의 이 프로젝트의 철학을 압축했습니다.

    6. 에필로그: 듣는 AI, 시대가 온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하나의 흐름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2025년, 케이팝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죠. 그럼 과연 이 프로젝트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주제곡 ‘골든’의 작곡가 이재였습니다. 그는 노래를 만들고, 저작권료로 평생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죠.

    2025년, 오픈AI는 아이폰의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와 함께 ‘IO’라는 새로운 AI 디바이스를 개발 중입니다. 아이오는 화면이 없습니다. 모든 인터랙션이 음성으로 이뤄지죠. 보는 AI가 아니라, 듣는 AI일거라는 예측이 대다수의 중론입니다.

    신해철 프로젝트는 이런 맥락에서도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AI 영상에 집중했습니다. Runway, Kling, Sora. 모두 시각적 생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하지만 청각 기반 AI 콘텐츠는 이제 막 부상하고 있습니다. 음성 합성, 음악 생성,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 그리고 그 중심에 ‘목소리’라는 가장 인간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신해철의 목소리는 단순한 사운드가 아닙니다. 그의 사상이고, 감정이며, 시대정신입니다. AI가 그것을 복원했다는 건, 기술이 단순한 모방을 넘어 해석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의미입니다.

    ‘마왕의 귀환’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AI 시대, 창작자의 유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AI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한국이 AI 슬롭 1위라는 불명예를 벗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좋은 도구가 아닙니다. 더 깊은 질문이고, 더 진지한 태도이며, 더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생성 이전에,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복원 이전에, 창작자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 이전에, 인간이 시작하고 인간이 끝내야 합니다.

    신해철은 생전에 말했습니다.

    “음악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이제 AI도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일 뿐입니다.

    ✒️필자 소개

    생각ㅣmaverick

    2023년, 국내 최초로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설립하고 누적 700명과 함께 AI 수업과 연구를 진행하며,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AI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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