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했습니다. 1년 전, 삼성은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LG는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외쳤습니다. 추상적이었습니다. 비전이었습니다.
1년 후, 두 기업은 실제로 소비자를 도와주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구체적입니다. 실물입니다. 냉장고는 이제 당신과 대화합니다. 로봇은 당신의 빨래를 갭니다.
1. 삼성전자 – “모든 가전에 두뇌를” 전략 구체화
삼성전자는 CES 2025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Home AI’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으로 가전을 손쉽게 제어하는 ‘퀵 리모트’, 집안 기기를 한눈에 관리하는 ‘맵 뷰’ 등 소프트웨어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1년이 지난 CES 2026, 삼성의 전략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모두’를 위한 AI에서 ‘당신’의 AI로
삼성전자의 슬로건 변화는 전략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25년 CES의 주제가 ‘모두를 위한 AI’였다면, 2026년에는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로 바뀌었습니다. ‘모두(All)’에서 ‘당신(Your)’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문구 변경이 아닙니다. AI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범용 기술에서 개개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개인 비서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지능의 깊이에 있습니다. 2025년의 AI가 “사용자가 시킨 일을 잘하는 똑똑한 도구”였다면, 2026년의 AI는 “사용자의 패턴을 미리 읽고 먼저 제안하는 동반자”로 진화했습니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하이 빅스비, 내 나우 브리프’ 보여줘”라고 말하면 ‘보이스 ID’ 기능이 목소리를 인지하고 일정, 사진, 건강정보, 관심 뉴스 등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누구인지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제공합니다.
윈 호텔로 옮긴 이유 – “경험이 필요했다”
이처럼 AI 가전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사용자가 어떻게 AI 가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했습니다. 삼성은 20여 년간 지켜온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센트럴홀을 떠났습니다. 대신 윈 호텔에 약 1,400평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습니다. 2025년에는 LVCC 센트럴홀에 약 1,019평 전시관을 운영했지만, 2026년에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왜일까요?
중국과의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물량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삼성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프리미엄 AI 경험을 제공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LVCC는 너무 넓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많은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제품을 ‘보여주기’에는 좋았지만, ‘체험하게’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독 전시관에서 삼성은 혼잡함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도슨트 프로그램도 강화했습니다. 관람객들은 실제 집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AI 가전이 작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은 보여주는 대신, 체험시켰습니다.
2. LG전자 – “가전이 된 로봇”
LG전자의 변화는 더욱 극적입니다.
CES 2025에서 LG의 주인공은 무선·투명 OLED TV ‘LG 시그니처 OLED T’였습니다. 전시관 입구에는 LED 사이니지 700여 장을 이어 붙인 초대형 키네틱 LED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화려했습니다. 압도적이었습니다.
CES 2026, LG 전시관의 주인공은 디스플레이가 아니었습니다.
‘공감’하는 AI에서 ‘해결’하는 AI로
LG전자의 전략 변화는 디스플레이에서 로보틱스로의 극적인 전환을 보여줍니다. 2025년 LG의 CES 주제가 ‘공감지능’이었다면, 2026년에는 실질적인 가사 해방을 약속하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이 핵심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공감’에서 ‘해방’으로의 전환은 AI의 역할이 감정적 교감에서 물리적 실행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AI의 실행력에 있습니다. 2025년의 AI가 “알아서 챙겨주는 비서”였다면, 2026년의 AI는 “대신 몸을 움직여 일을 해주는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CES 2025에서 LG는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하는 ‘이동형 AI 홈 에이전트’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가전들을 연결하고 집안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관리자’ 성격이 강했습니다. 화면을 통해 정보를 보여주고, 음성으로 조언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빨래 개고, 요리하는 ‘클로이드’ 등장
그러나 CES 2026에서는 한층 진화한 홈 로봇 ‘클로이드(CLOiD)’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모니터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세탁물을 꺼내 세탁기에 넣거나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등 실제 가사 노동을 직접 수행하는 ‘행동하는 AI’로 발전했습니다.
키를 105-143cm까지 조절할 수 있고, 87cm 팔 길이를 가진 클로이드는 VLM(Vision-Language Model)과 VLA(Vision-Language-Action) 기술을 적용해 수만 시간의 학습을 거쳐 인간의 동작을 정밀하게 모방합니다.
LG전자는 2026년을 로봇사업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을 공개하며 하드웨어 기술력까지 확보했음을 보여줬습니다. 화면 속에서 정보만 주던 AI가 이제 실제 세계에서 손과 팔을 움직여 물건을 집고 옮기는 ‘물리적 존재’가 된 것입니다.
초개인화 AI vs 피지컬 AI… 같은 위기, 다른 해법
삼성과 LG가 CES 2026에서 보여준 변화는 단순한 제품 라인업 조정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기업이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가격 경쟁이 아닌 경험 경쟁으로, LG는 로봇을 가전 시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더 큰 TV, 더 싼 냉장고”를 만드는 동안, 삼성은 “더 똑똑한 가전”을, LG는 “가전이 된 로봇”을 만듭니다.
삼성과 LG의 전략은 다르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가전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가전을 “지능을 가진 동반자”로 재정의했습니다.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보관하는 기계가 아니라, 당신과 대화하고 취향을 파악해 레시피를 제안하는 주방 비서입니다.
LG는 가전을 “가사 노동을 대신하는 존재”로 재정의했습니다. 세탁기가 빨래를 돌린다면, 클로이드는 빨래를 개고, 정리하고, 세탁기에 넣습니다. 다만 LG가 만드는 가전 중 일부는 팔다리가 있을 뿐이죠.
생각해보면 가전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가사 노동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냉장고는 음식 보관 노동을 없앴고, 세탁기는 빨래 노동을 없앴고, 식기세척기는 설거지 노동을 없앴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가사 노동을 대신해주는 로봇은? 그것이야말로 ‘궁극의 가전’인 셈입니다.
추상에서 구체로… ‘작동하는 AI’의 해
업계에서는 “중국이 물량과 하드웨어 스펙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용자 경험(UX)의 완성도는 삼성과 LG가 한 수 위”라며 “통합 AI 플랫폼과 로봇 기반 물리적 AI가 이번 CES의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2025년까지 AI는 스마트폰과 가전에 적용되고 서로 연결시키는 수준이었습니다. 2026년, AI는 물리적 공간에서 움직이고 행동합니다. 삼성의 제미나이는 냉장고 안에서 당신과 대화하고, LG의 클로이드는 집 안에서 당신을 위해 움직입니다.
이제 AI는 화면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의 집 안에서,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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