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영상이 SNS에서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전체 제작 과정에서 AI를 몇 퍼센트나 활용했는지보다, 어떤 기획을 가지고 AI를 사용했는지, 그 결과물이 얼마나 창의적인지가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경향은 2026년에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계획하는 마케터라면 2025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핫한 AI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AI 매터스 에디터가 엄선한 AI 뮤직비디오 5개를 소개합니다.
1. 팬덤을 활용한 AI 뮤비, 스풉 – 흑백요리사2 애니 오프닝 ‘MOVING ON’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AI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영상이 아닐까요? 흑백요리사 시즌 2가 방영되는 동안 SNS에는 수많은 짤과 밈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영상은 스풉이 제작한 흑백요리사2 애니메이션 버전 오프닝 영상 ‘MOVING ON’이었습니다. 한의대생이자 AI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스풉은 해당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에 공개하며 노래와 영상 모두 AI로 생성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미지에는 나노바나나, 노래는 수노AI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월 3일 공개된 이 영상은 2주도 안 돼 좋아요 2.4만 회, 조회수 100만 회에 육박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2,600개가 넘는 댓글에서는 팬덤의 열광과 함께 생성형 AI에 대한 다양한 인식이 드러납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정도면 애니메이터·작곡가 일자리 많이 사라질 것 같다”, “AI 퀄리티가 벌써 이러면 5년 뒤는 상상도 안 된다”며 기술의 발전 속도에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AI 특유의 기괴함이 잘 안 보일 정도로 편집과 연출이 자연스럽다”, “그냥 AI라서 신기한 게 아니라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동시에 “AI로 딸깍하면 만들어지는 줄 아나 봐… 이 사람이 잘 만든 거다”, “개인이 만든 결과물인데 이 정도면 단체가 각 잡고 만들면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는 반응도 눈에 띕니다. AI를 도구로 활용했을 뿐, 기획과 연출, 팬덤 맥락을 정확히 이해한 제작자의 감각이 핵심이라는 인식입니다.
2. 일본을 넘어 한국 SNS까지 장악한, KageBow(影ぼう)–개척자(開拓者 / Pioneer)
일본의 AI 크리에이터가 만든 ‘개척자’는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일본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일주일 만에 한국 SNS까지 점령하였습니다. 영상이 업로드된 지 2주가 지난 지금,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 회 돌파를 앞두고 있는데요.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KageBow는 첫 영상으로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수노 AI로 보컬 녹음과 편곡을 진행했습니다. 감각적인 영상 아트와 디자인 역시 다양한 AI 툴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는데요. 일본 요괴·신화적 세계관과 어우러진 비주얼에 대해서도 “일본 요괴들이 사는 세계에 혼자 떨어진 기분”, “AI 특유의 불쾌함을 오히려 매력으로 잘 활용했다”, “AI로 만든 영상인데도 터치와 분위기 통일감이 놀랍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AI를 활용해 만든 뮤직비디오지만 가사 자체는 AI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AI를 비판하는 가사를 AI 목소리로 부르게 한 선택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라는 반응도 있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AI 활용 방식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바로 AI를 잘 쓴 사례”, “1인 창작자의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준다”, “작사·작곡은 사람이 하고 편곡과 보컬을 AI가 맡은 점이 오히려 인상적”이라는 댓글처럼, 단순히 AI로 ‘잘’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AI를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에 주목하는 시선이 뚜렷했습니다.
3. AI에 ‘힙’을 더한, 알로뮤비 – 신데렐라 인생
AI 제작 영상에 ‘힙’을 더하면 이런 느낌일까요? AI로 뮤직비디오를 전문으로 만드는 유튜브 채널 ‘알로뮤비’가 공개한 ‘신데렐라 인생’은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영상과 가사로 주목받았습니다.
지난달 공개된 이 영상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조회수 4만 4천 회, 좋아요 1,200여 개를 기록하며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댓글을 보면 “인스타 알고리즘 타고 왔다”는 반응이 많을 정도로 인스타에서 화제가 된 AI 영상입니다.
일부 시청자는 “AI로 이런 감각적인 결과물이 나오다니 놀랍다”며 사용된 AI 툴 자체에 관심을 보였고, “AI인데도 가사랑 콘셉트가 너무 사람 같다”, “AI 제작 영상인데 힙하고 촌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대기업 아이돌 노래보다 더 좋으면 어쩌란 말이냐”, “아이돌이 불러도 될 퀄리티”, “노래방에 나오면 무조건 부를 곡” 같은 반응은 AI가 만든 콘텐츠를 ‘기술 시연’이 아니라 실제 소비 가능한 음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영상입니다.
4. AI 생성 뮤직비디오 최초 400만 조회수 돌파한, 심통봇 – 고스타그램
AI로 만든 노래가 화제가 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지만, AI 노래가 대중 히트곡 반열에 오르는 사례는 여전히 드뭅니다. 그런 점에서 유튜버 심통봇이 작년 8월 공개한 고스타그램(GHOSTagram)은 한국 AI 음악 신에서 하나의 분기점처럼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고스타그램은 공개 후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확산됐고, 2025년 12월 기준 유튜브 조회수 400만 회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패러디나 기존 가수의 스타일을 차용한 작품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AI 노래 중 최초로 400만 조회수를 넘긴 사례입니다. 단순한 ‘AI 실험작’을 넘어 대중이 자발적으로 소비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요.
이 곡은 수노 AI를 활용해 음악을 제작하고, 여러 AI 영상 생성 툴을 조합해 뮤직비디오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 반응은 AI 제작에 대한 언급보다는, “2010년대 감성이 떠오른다”, “남녀 혼성 보컬이 친숙하다”, “레트로하면서도 묘하게 새롭다”는 감상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 저승사자와 처녀귀신이라는 남녀캐릭터 구도, 그리고 랩과 보컬의 대화 형식은 2010년대 피처링 형식의 음악을 떠올리게 합니다.
AI가 전면에 드러나 있지만 최종적으로 기억되는 것은 노래의 분위기와 이야기, 그리고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점에서, 고스타그램은 AI 음악이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입니다.
5. AI로 ‘종교’를 힙하게 번역하다, 박히치 – 반야심경 현대어 (Heart Sutra 現代語 Ver.)
AI로 만든 뮤직비디오가 음악 장르를 넘나들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사상과 종교의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박히치’가 공개한 반야심경 현대어 (Heart Sutra 現代語 Ver.)는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을 현대어 가사로 재해석하고, 이를 AI 음악과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영상은 조회수 60만 회를 넘기며 종교·철학을 주제로 한 콘텐츠로는 이례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댓글 수만 1,100개를 넘기며 단순한 호기심 소비를 넘어 해석과 토론이 이어지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뮤직비디오의 핵심은 ‘번역’입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어려운 문장을 지금 세대가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바꿨습니다. 여기에 AI 작곡 기반의 음악과, 부처·예수·공자·소크라테스 등 인류의 성인들을 캐릭터화한 영상 연출이 더해지며, 반야심경은 더 이상 ‘외워야 하는 경전’이 아니라 듣고 느끼는 메시지로 재탄생합니다.
댓글 반응 역시 이를 증명합니다. “불교가 이렇게 힙할 줄 몰랐다”, “종교를 떠나서 그냥 음악이 너무 좋다”는 감상부터, 반야심경의 ‘공(空)’ 개념을 철학·시뮬레이션 이론·현대 물리학과 연결해 해석하는 장문의 댓글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AI로 만들었지만 센스는 사람의 것”, “가르침은 변하지 않지만 전달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반응은, 이 작품이 단순한 AI 실험작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의 성공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를 얼마나 썼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설계했는지가 남는다
이번에 살펴본 다섯 편의 AI 뮤직비디오는 공통적으로 “AI로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어떤 기획과 맥락 위에서 AI를 활용했는지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팬덤을 정확히 겨냥한 2차 창작, AI 자체를 비판하는 역설적 메시지, 힙한 감성으로 재해석한 동화와 종교, 그리고 대중가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히트곡까지. AI는 이 모든 사례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표현을 확장하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특히 댓글 반응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의미심장합니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AI라서 신기하다”에 머물지 않고, 완성도·서사·메시지·세계관을 기준으로 호불호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는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기술 그 자체는 차별점이 될 수 없고, 결국 사람의 기획력과 해석 능력만이 콘텐츠의 생명력을 결정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2026년의 AI 마케팅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떤 툴을 쓸지보다, 왜 이 이야기를 이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가 질문해야 합니다. 이번에 소개한 AI 뮤직비디오들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참고서이자, 앞으로 AI 콘텐츠가 평가받게 될 기준을 미리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AI는 무엇이든 점점 더 잘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여전히, 사람이 설계한 이야기에서 시작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