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13억 원.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AI 영화제의 그랑프리 상금입니다. 그리고 이 상금을 가져간 건 할리우드도, 한국도 아닌 튀니지의 한 감독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서는 ‘AI 옴니버스 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건 작품이 극장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13억 원 대신 불편한 침묵만 가져왔을까요?
오늘은 두바이 AI 영화제 대상작 <LILY>와 한국 최초의 AI 옴니버스 영화 <코드:G 주목의 시작>을 비교하며, 한국 AI 시네마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13억의 비밀, <LILY>
2026년 1월, 두바이 ‘1 Billion Followers Summit’에서 열린 AI Film Award. 116개국에서 3,500편이 출품된 이 대회에서 튀니지 출신 주베이르 줄라시 감독의 9분짜리 단편 <LILY>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외로운 기록보관사가 뺑소니 사고를 냅니다. 그런데 차 범퍼에 아이의 인형이 끼어버립니다. 인형은 마치 목격자처럼 주인공의 양심을 압박하죠. 결국 그는 자수하고, 병원에서 다친 아이에게 인형을 돌려줍니다.
기술적으로는 구글 제미나이와 비오(Veo)를 활용해 70% 이상을 AI로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디지털 도구로 윤리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 그것이 선정 이유였습니다.
3. <코드:G>가 놓친 것들
한편, 한국에서는 KT가 기획·투자한 <코드:G 주목의 시작>이 CGV에서 단독 개봉했습니다. ‘인간성’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옴니버스. 기술적 도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SF에 대한 오해입니다. 다섯 편 중 대부분이 로봇과 근미래를 다룹니다. AI로 만들었으니 AI가 나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건 클리셰를 클리셰하는 겁니다. <LILY>에는 로봇이 없습니다. 인형 하나로 인간의 양심을 이야기합니다.
둘째, 플랫폼의 선택입니다. 영화관은 ‘재미’라는 단 하나의 규칙이 지배하는 링입니다. 개그맨 박명수의 말처럼, ‘관객은 AI 영화라서 선택하지 않습니다. 재미있으면 보고, 없으면 안 봅니다.’ 극장이라는 링에 올랐으면 흥행의 규칙부터 알아야 했습니다.
셋째, 브랜딩의 문제입니다. ‘코드: G 주목의 시작’이라는 제목을 검색해보셨나요? 영어, 한글, 기호의 복잡한 네이밍. 마케팅 이전에 발견조차 되지 않는 영화. 이것은 배급의 실패입니다.
4. Well-Made vs Made-Well
김도훈 평론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오해하고 있다. 할리우드가 AI를 근심하는 이유는 특수효과를 대체할 기술이라서가 아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라서다.’
그는 ‘코드: G 주목의 시작’ 이전에 개봉했던 강윤성 감독의 AI 영화 <중간계>를 향해 ‘AI로 특수효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썼어야 했다. 그거야말로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영화’라는 타이틀에 더 어울렸을 것이다. 영화도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고 혹평했죠.
한국의 AI 시네마는 ‘Well-Made’, 잘 만드는 것에 집착하다가 ‘Made-Well’, 잘 팔리는 것을 놓쳤습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영상을 만들어도, 그것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LILY>는 왜 13억 원을 받았을까요? 기술이 아닙니다. 뺑소니라는 보편적 죄책감, 인형이라는 상징, 자수라는 도덕적 선택. 이것이 관객의 심장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5. 에필로그: 감독이 먼저다
AI는 1부터 9까지를 완성해줍니다. 하지만 10은 인간이 채워야 합니다. 그것이 스토리텔링이고, 그것이 연출입니다.
소라, 클링, 비오, 런웨이는 성능 좋은 카메라일 뿐입니다. (물론 자동확률을 곁들인) 하지만 좋은 카메라가 좋은 영화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AI 시네마 디렉터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생성 이전에, 당신은 감독이 되었습니까? 기술을 배우기 전에, 이야기를 알았습니까? 도구를 다루기 전에, 감정을 이해했습니까?
관심경제 시대의 경쟁력은 주목입니다. 하지만 주목은 시간이라는 지불가치를 채울 수 있어야 시작됩니다. 한국의 AI 시네마, 그 주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필자 소개
생각ㅣmaverick
2023년, 국내 최초로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설립하고 누적 700명과 함께 AI 수업과 연구를 진행하며,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AI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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