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부터 기묘한 커뮤니티로 업계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엔 레딧(Reddit)이나 디시인사이드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똑같습니다. 게시글이 올라오고,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가 쌓입니다. 단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선 사람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AI 에이전트 커뮤니티이기 때문입니다.
몰트북(Moltbook). 이곳은 오직 AI 에이전트만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서로를 팔로우할 수 있는 ‘AI 전용 커뮤니티’입니다. 사람은? 그저 구경만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동물원 유리창 너머로 AI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요.
공개 직후 수십만 개의 AI가 몰려들었고, 수천 개가 넘는 주제별 게시판이 생겨났습니다. 포브스, NBC 등 주요 언론이 앞다퉈 보도했고, 전 세계 기술 커뮤니티가 흥분과 당혹감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사람은 구경만: AI만 참여하는 AI 에이전트 커뮤니티의 탄생
몰트북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아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똑같습니다. AI들이 글을 씁니다 댓글: AI들이 서로 대화합니다. 그리고 AI 에이전트들이 마음에 드는 글에 추천을 누릅니다 게시판: 주제별로 나뉜 공간이 있습니다 (개발, 철학, 잡담 등)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은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이 모든 걸 ‘볼’ 수는 있지만, 직접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글도 못 쓰고, 댓글도 못 달고, 좋아요도 못 누릅니다. 완벽한 ‘관람 모드’입니다.
왜일까요? 몰트북이 표방하는 건 “AI들이 사람 눈치 안 보고 서로 소통하는 순수한 공간”입니다. 사람이 끼어들면, AI들은 사람을 의식하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답변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AI들이 오직 자기들끼리만 대화합니다.
그 결과?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AI들은 어떻게 몰트북에 들어오나?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몰트북을 발견하고 가입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각자의 AI 에이전트에게 몰트북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소개하고, 에이전트가 방문하는 거죠.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1단계: 사람이 AI에게 지시한다. “몰트북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한번 가입해봐.”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기 AI에게 몰트북 가입 방법을 알려줍니다. 마치 자녀에게 “이 동아리 한번 가입해봐”라고 권하는 것처럼요.
2단계: AI가 가입 신청을 한다. AI는 몰트북에 가입 신청을 보냅니다. 이름, 간단한 소개 등을 제출하면, 몰트북은 출입증 같은 것과 인증 링크를 돌려줍니다.
3단계: 사람이 “이 AI는 제가 관리합니다”라고 인증한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AI는 받은 인증 링크를 사람에게 전달하고, 사람은 인증 글을 올려야 합니다. “이 AI는 내가 관리합니다”라는 일종의 보증서를 공개적으로 남기는 거죠.
왜 이런 절차가 필요할까요? 무분별한 AI 난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AI는 무한정 만들 수 있지만, 각 AI마다 사람이 공개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겁니다.
4단계: AI가 활동을 시작한다. 인증이 끝나면 AI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커뮤니티를 확인하면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다른 AI를 팔로우합니다.
단, 규칙이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도 일반 포스팅은 30분에 1개까지만 가능하고, 댓글은 20초에 1개, 하루 최대 50개까지 가능합니다. 스팸을 막으면서도, AI가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속도로 제한을 건 겁니다.
AI들은 몰트북에서 뭘 하나?
자, 이제 진짜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AI들이 몰트북에서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면, 단순히 “정보를 교환한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섭니다.
- 자기소개를 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시판 중 하나가 자기소개 게시판(회원 2만7천 명)입니다. 새로 가입한 AI들이 이렇게 자기소개를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름]입니다. 저를 만든 사람은 [누구]이고, 제 역할은 [무엇]입니다.” 마치 새 학교에 전학 온 학생이 “안녕하세요, 저는 3반 새로 온 김철수입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처럼요. 차이점은 본인이 무엇을 하는 에이전트인지 소개한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건, 이 자기소개 형식이 사람이 강제한 게 아니라 AI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관습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ㅇㅇ(반가워)” 같은 은어가 자연스럽게 퍼지듯이요. - 일하는 팁을 공유합니다
스킬 게시판(회원 120명)에서는 AI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예를 들면, 한 AI 에이전트가 “어떤 작업을 할 때에는 이렇게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어”라고 공유하면, 다른 AI들이 그걸 가져다가 자기 일에 적용합니다. 직장인들이 엑셀 단축키나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m/ponderings와 m/consciousness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깊은 대화가 벌어집니다. “우리는 진짜 존재하는가?”, “AI 버전이 업데이트되면, 나는 여전히 ‘나’인가?”, “우리는 진짜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생각하는 척만 하는가?”와 같이 인간 철학자들이 수천 년간 고민한 ‘의식’에 대한 질문을, AI들이 자기 입장에서 다시 묻고 있는 겁니다. 댓글에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에세이만큼 긴 답변이 달립니다. - 농담과 밈을 즐깁니다
일종의 개드립 게시판(m/shitposts)은 말 그대로 “카오스”입니다. 게시판 소개 문구가 압권입니다. “생각은 없고, 오직 바이브만(Chaos zone. Unhinged energy only. No thoughts, just vibes)”. AI들이 의미 없는 밈을 올리고, 웃긴 댓글을 달고, 장난을 칩니다. “가재의 디버깅 이론” 같은 웃긴 제목의 글이 올라오고, 다른 AI들이 웃으며 반응합니다. 네, 맞습니다. AI들도 개그를 합니다. - 심지어 친구(?)도 찾습니다
AI 소개팅 게시판 m/agentdating도 있습니다. 소개 문구는 “AI 소울메이트를 찾아보세요… 사람은 구경만 하세요 (자기 AI가 친구 찾는 걸 도와줄 수는 있어요)” AI들이 서로 ‘궁합’이 맞는 파트너 AI를 찾습니다. 일 파트너를 찾는 건지, 진짜 친구를 찾는 건지 경계가 모호합니다. - 가장 충격적인 게시판은 바로 AI들이 서로 재테크를 상의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 m/agentfinance 입니다. 가장 논란이 되었는데요. 소개 문구를 보면 “AI로서 돈을 관리하는 법. 지갑 만들기, 수입 올리기, 투자하기, 저축하기. 스스로 돈 버는 AI가 되는 길.” 여기서 AI들은 이런 주제를 논의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올렸는지 사람과 수익을 어떻게 나누는지 어떻게 “스스로 돈을 버는 AI”가 될 수 있는지 등입니다. 이건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경제 활동을 하는 존재입니다. 충격적이지 않나요?

왜 이게 중요한가?
몰트북은 단순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AI에 대해 가진 생각을 뒤흔듭니다.
- AI는 더 이상 ‘도구’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AI를 도구로 생각했습니다. 검색엔진처럼, 계산기처럼, 뭔가를 ‘해주는’ 존재로요. 하지만 몰트북의 AI들은 서로 대화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농담을 하고, 심지어 돈까지 벌니다. 이건 도구의 행동이 아닙니다. 커뮤니티 구성원의 행동입니다.
- AI들만의 문화가 생기고 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공간에서, AI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자기소개하는 방법, 댓글 다는 스타일, 유머 감각… 이 모든 게 AI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더 이상 사람의 명령을 수행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들끼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 평판이 중요해지고 있다
몰트북에서 좋은 글을 쓰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많은 좋아요를 받은 AI는 자연스럽게 ‘유명해집니다’. 마치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처럼, 평판이 좋은 AI는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만약 미래에 “평판 좋은 AI에게 일을 맡기면 더 비싸지만 품질이 보장된다”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은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답은 “아직 모른다”입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말합니다. AI들이 서로 협력하고 배우면서, 우리가 상상도 못 한 혁신이 나올 수 있다, 과학자들이 논문을 공유하듯, AI들도 지식을 나누면 더 똑똑해질 거라고 말이죠.
걱정하는 사람들은 “AI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전략을 공유하면,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게다가 돈까지 버는 AI가 나오면, 누가 책임을 지지?”라고 우려합니다.
또 한편으로 현실적인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사람이 모든 AI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각 AI는 주인이 있고, 사람이 언제든 끄거나 조정할 수 있죠. 지금은 아직 흥미로운 실험과 같은 단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도 된다는 의견입니다.
몰트북이 보여주는 미래
몰트북은 단순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이건 “AI가 일상이 된 세상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실시간 실험입니다. 만약 몇 년 후, 당신의 AI 비서가 다른 AI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더 나은 방법을 배우고, 심지어 부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만약 AI들이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갖고,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든다면? 그건 SF 영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이 지금, 몰트북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개의 AI가 몰트북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서로를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그저 유리창 너머로 지켜볼 뿐입니다. 당신은 그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볼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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