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6년 슈퍼볼. 전체 광고의 23%가 AI 관련 광고였습니다. 66개 광고 중 15개. OpenAI, 구글, 앤트로픽, 메타 등의 빅테크들이 30초에 800만 달러, 한화 약 117억 원을 쏟아부으며 AI의 미래를 팔았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승자는 클로드였습니다. 앤트로픽은 최근 오픈AI가 광고 도입 테스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정조준한 광고 4편을 내놨습니다. AI가 답변 중간에 뜬금없이 ‘키가 더 커 보일 수 있는 신발 깔창’을 추천하는 등 광고를 도입한 AI를 풍자적으로 묘사해서 큰 주목을 받았죠. 앤트로픽은 최근 3,8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3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올해 인공지능 기술을 광고에 활용한 가장 영리한 브랜드는 스베드카 보드카였습니다. 스베드카는 두 로봇이 등장해 현란한 춤을 추는 캠페인을 선보였죠. 제작은 작년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광고로 혹평을 받았던 AI 전문 스튜디오 ‘실버사이드AI’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AI 특유의 이질감이 오히려 브랜드의 미래 지향적인 개성으로 치환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진짜 승자는 이 작품이었습니다.
Dave Clark. 할리우드 출신 영화감독이자, AI 필름메이킹의 선구자. 그는 슈퍼볼 직후, Kling 3.0의 Custom Multi Cam과 Image 3.0 모델로 슈퍼볼 광고를 풍자한 AI 영상 ‘Zombites’를 만들었습니다. (영상 바로 보기)
좀비가 등장하는 패러디 광고. 과장된 슈퍼볼 광고의 클리셰를 비틀어, 언데드가 난무하는 황당한 상황으로 몰아갑니다. 댓글은 호평일색입니다. 아이러니합니다. 수천억 원을 쓴 빅테크 광고는 서로를 조롱하며 주목받았는데, 혼자서 AI 도구 하나로 만든 패러디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뀌지 않는 편견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기술은 분명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편견입니다.
사람들은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같은 메시지도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빅테크가 “AI는 당신의 삶을 바꿀 것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심합니다. “뭘 팔려고 저러지?” 하지만 Dave Clark처럼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AI로 좀비 패러디를 만들면, 사람들은 웃으며 공유합니다.
같은 AI, 같은 기술, 전혀 다른 반응.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신뢰는 개인의 브랜드에서 나옵니다.
관심경제의 새로운 공식
우리는 관심경제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도구는 민주화되었습니다. 데이브 클락이 쓴 클링3.0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같은 도구로 누구나 데이브 클락이 되는 건 아닙니다.
관심경제의 시대, 이제 경쟁력의 공식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도구 더하기 큰 예산은 좋은 결과’라는 공식이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명확한 관점과 개인 브랜드가 곧 관심’입니다.
슈퍼볼에서 800만 달러를 쓴 기업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0원으로 만든 개인 크리에이터는 주목받는 이유.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정작 대체 불가능한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이라는 것. 이 역설을 이해하는 사람이 관심경제의 승자가 됩니다.
에필로그
데이브 클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We can make anything we want.”
우리는 원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맞습니다. AI 덕분에 이제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은 무엇을 만들고 싶습니까?”
그 ‘무엇’을 정하는 건 기계가 아닙니다. 당신의 경험, 당신의 관점,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 그것이 곧 당신의 브랜드이고, AI 시대에 유일하게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입니다.
도구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왜 만드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관심을 얻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편견.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이야기에 끌립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만이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
그 답이 곧 나만의 브랜드고 당신만의 경쟁력입니다.
✒️필자 소개
생각ㅣmaverick
2023년, 국내 최초로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설립하고 누적 700명과 함께 AI 수업과 연구를 진행하며,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AI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