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캠페인 탐구] Dove는 왜 AI를 ‘반대’하지 않고, ‘교육’했을까

AI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여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일까요? 최근 AI 이미지 생성기에 ‘beautiful woman’을 입력하면 거의 동일한 모습의 젊고 백인에 가까운 여성이 나타나는 현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뷰티 브랜드 Dove가 내린 결정은 놀라웠습니다. “우리는 AI를 거부하지 않겠다. 대신 AI를 제대로 교육하겠다.” 20년간 ‘Real Beauty’ 캠페인으로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옹호해 온 Dove가 AI 시대를 맞아 선보인 ‘The Dove Code’ 캠페인은 바로 이런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AI야, 진짜 아름다움이 뭔지 Dove에게 배워봐”

캠페인 영상은 마치 동화 같은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Pure Imagination’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여성들이 AI 툴에 ‘완벽한 여성’을 검색하자 똑같이 생긴 금발의 인물들이 무한 반복됩니다. 그런데 프롬프트에 ‘according to Dove Real Beauty Campaign’을 추가하자 마법처럼 화면이 바뀝니다. 다양한 인종, 체형, 연령의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 순간 시청자들은 깨닫게 됩니다. “아, AI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느냐의 문제구나!” Dove는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기술을 적대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기술이 올바른 가치관을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요.

캠페인에 참여한 드루 배리모어는 자신의 SNS에서 “AI가 우리에게서 배운다면,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Dove는 기술 비판보다는 ‘올바른 교육’이라는 건설적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AI 사용 거부” 선언의 진짜 의미

Dove의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광고에 AI 생성 여성 모델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니었습니다. Dove 자체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90% 이상이 온라인에서 ‘유해한 뷰티 콘텐츠’를 접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그것이 합성 이미지임을 알면서도 외모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20년간 진정한 아름다움을 외쳐왔는데, AI가 다시 획일적 미의 기준을 강화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 결정의 배경이었습니다. Forbes는 Dove를 “AI 여성 모델 사용을 거부한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했고, Fast Company는 “AI 윤리를 브랜드 전략으로 끌어올린 획기적 캠페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Dove의 진짜 혁신은 ‘AI 반대’가 아닌 ‘AI 교육’에 있었습니다. 브랜드는 ‘Real Beauty Prompt Guidelines’를 제작해 누구나 더 포용적인 AI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공유했습니다. “우리는 AI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AI가 올바른 것을 학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접근이었죠.

5억 조회수가 증명한 ‘신념 마케팅’의 힘

‘The Dove Code’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동시 전개되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캠페인 영상 누적 조회수 5억 회 이상, 전체 온라인 노출 40억 회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Dove 역사상 가장 높은 SNS 긍정 반응률 94%를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타임스퀘어와 피카딜리 서커스에 등장한 대형 옥외광고는 “If AI learned from Dove”라는 메시지로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고, #KeepBeautyReal 해시태그는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 드루 배리모어, 비니 펠드스타인 등 유명인들도 앰배서더로 참여해 캠페인 메시지를 확산시켰죠.

이 캠페인은 2024년 칸 광고제 은사자상을 수상했고, 2025년 클리오 어워드 전략 부문에서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크리에이티브 완성도까지 인정받았습니다.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기술보다 신념이 먼저다

Dove의 ‘The Dove Code’ 캠페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브랜드가 무엇을 믿고 실천하느냐”라는 점입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AI를 마케팅 도구로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상황에서, Dove는 오히려 “우리는 AI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차별화된 포지션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거부를 넘어 ‘AI 교육’이라는 건설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희망적 비전을 보여줬습니다.

“만약 AI가 Dove에게서 배운다면, 아름다움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이 한 문장에는 기술을 활용하되 가치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Dove의 철학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AI가 광고, 콘텐츠, 커머스 전반에 확산되는 지금, ‘The Dove Code’는 브랜드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했습니다.

결국 이 캠페인이 전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도구에 어떤 가치를 담느냐다.” Dove는 이를 전 세계에 증명하며,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 철학의 힘을 보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