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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캠페인 탐구] AI로 ‘나다운 목소리’를 지킨다면? 델과 인텔이 보여준 기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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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단순히 말을 못 하는 것 이상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억양, 감정을 담는 톤까지 모두 사라지는 거죠. 운동신경세포질환(MND) 환자들이 마주하는 건 바로 이런 현실입니다. 근육 기능을 점차 잃어가며, 결국 자신만의 목소리마저 잃게 되는 질환. 이는 신체적 고통을 넘어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기존 음성은행 기술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이 걸리는 녹음 과정, 복잡한 절차 앞에서 많은 환자가 포기했죠. 실제 이용률은 고작 12%에 불과했습니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와 인텔(Intel)이 던진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기술로 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지킬 수 있다면?”

30분의 기적, AI가 만든 ‘나다운 목소리’

델과 인텔이 선택한 방법은 음성 합성 AI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을 들이대는 대신, 가장 인간적인 방식을 고민했죠. 핵심은 ‘I Will Always Be Me’라는 48쪽 분량의 책이었습니다. 환자들은 이 책을 소리 내어 읽기만 하면 됩니다. 마치 가족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자연스럽게요. AI가 그 30분간의 목소리에서 음소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해 디지털 음성을 완성해냅니다. 수개월이 걸리던 과정이 단 30분으로 압축된 겁니다.

이 책은 단순한 데이터 수집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질 트위스(Jill Twiss)가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니콜라스 스티븐슨(Nicholas Stevenson)이 그린 이 이야기는, MND 환자의 시선에서 자신이 겪게 될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됐습니다. “나는 항상 나일 거야”라는 제목처럼,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기록하는 의미 있는 경험으로 설계됐죠. 기술에 대한 두려움 대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MND Association이 보급과 환자 지원을, VMLY&R이 감성적 콘텐츠 제작을, 델과 인텔이 기술 인프라를,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기술 파트너십을 담당하며 완벽한 협업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12%에서 72%로 “진짜 변화는 숫자로 증명됐다”


2022년 2월 영국 전역(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 무료로 제공된 이 캠페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론칭 이후 700명 이상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저장했고, 론칭 후 3개월 만에 음성 뱅킹을 하는 사람들이 50%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기존 음성은행 이용률이 12%에 머물렀던 반면, 이 캠페인을 통해 신규 환자의 72%가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죠. 기술 장벽을 낮추고, 감정적 경험으로 포장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겁니다.

캠페인은 PR과 earned media를 통해 17억 건의 노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화제를 모았고, Cannes Lions 2022 Pharma 부문 그랑프리를 포함해 다수의 국제 광고·테크 어워드를 휩쓸며, 크리에이티브와 기술이 만난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언어 “기술은 따뜻할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의미는 AI를 ‘효율의 도구’가 아닌 ‘존엄의 도구’로 재정의했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음성합성 기술을 ‘책 읽기’라는 친근한 행위로 풀어내고, 환자의 정체성과 감정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만들었죠. 특히 UX 관점에서 ‘시간 단축’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수개월이 걸린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환자가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기술이, 30분이라는 현실적 시간으로 바뀌자 72%가 참여한 겁니다.

델과 인텔은 이 캠페인을 통해 기술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시에 보여줬습니다. AI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질적 사회 공헌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죠.




[리얼 캠페인 탐구] AI로 ‘나다운 목소리’를 지킨다면? 델과 인텔이 보여준 기술의 온도 – AI 매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