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크루즈, 그리고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일상까지. 이제 우리는 광고 안에서 ‘남’이 아닌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내 사진이 광고 속 주인공의 얼굴이 되거나, AI 음성이 내 이름을 불러주며 대화를 하는 경험—바로 AI 개인화 마케팅이 만들어 내는 초몰입적 브랜드 경험입니다. 과연 AI 기술은 소비자를 어디까지 끌어당기고, 기업에는 어떤 기회를 열어줄까요? 아래 세 가지 캠페인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과 경계선을 함께 살펴봅니다.
1. “광고의 주인공이 되세요!” – 카타르항공 ‘AI 어드벤처’
지난해 9월 카타르항공이 선보인 AI 광고 캠페인, ‘AI 어드벤처(Adventure)’.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여러 도시를 전전하다가 카타르 공항에서 재회한다는 로맨틱한 줄거리로 시작되는 이 광고의 진짜 매력은, 바로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딥페이크 기술로 얼굴 합성, 10초 만에 완성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카타르항공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을 선택하고,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됩니다. 단 10초 만에 얼굴 특징과 피부 톤이 자연스럽게 합성된 나만의 영상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죠. 카타르항공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딥페이크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얼굴을 분석해 자연스러운 얼굴 모션과 음영을 더해 진짜 나 같은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완성된 영상은 SNS나 메신저로 쉽게 공유할 수도 있어, 참여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2주 간 유튜브 조회수 1,300만 회
이 캠페인은 단 2주 만에 유튜브에서 약 1,300만 회의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직접 주인공이 된 광고”라는 점에 강한 감정적 몰입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공유에 나섰습니다. 카타르항공 CEO 바드르 모하메드 알미르는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앞으로도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고객 중심 서비스를 계속 전개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높은 호기심과 흥미를 느낍니다. 광고 소비에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인화 기술의 잠재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다만, 얼굴 이미지와 같은 민감 데이터가 다뤄지는 만큼, 딥페이크 기술의 오남용 위험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2. AI 스타가 내 이름을 부르다 – 버진보야지 ‘Jen AI’
크루즈 여행사 버진보야지(Virgin Voyages)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제니퍼 로페즈를 AI로 재탄생시켜, 고객들에게 개인적인 인사를 건네는 ‘Jen AI’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니퍼 로페즈가 “OOO님, 안녕하세요?”
버진보야지가 만든 이 가상인물 ‘Jen AI’는, 실제 제니퍼 로페즈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AI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크루즈 여행 예약을 완료한 고객이 앱을 열면, Jen AI가 직접 고객 이름을 언급하며 맞춤형 축하 메시지를 전합니다. 기존 안내 음성처럼 건조한 멘트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마치 스타가 개인적으로 축하를 해주는 듯한 팬 미팅 같은 경험이죠.
셀럽 효과 + 개인화의 시너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삼아 광고를 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셀럽이 직접 개인별로 이름을 불러주고 맞춤 인사를 한다는 점은 완전히 색다른 방식입니다. AI를 활용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운 개인화가 가능한것이죠. 버진보야지 측은 이를 통해 “평범한 고객도 VIP 대우를 받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크루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예약 전환율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고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셀럽의 얼굴이나 음성을 AI로 재가공할 때에 발생하는 저작권·초상권 문제도 큰 이슈가 되는데요. 버진보야지는 제니퍼 로페즈 본인과의 정식 계약을 통해 목소리와 이미지를 AI에 활용할 권리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향후 더 다양한 셀럽이나 일반인 목소리·얼굴로 확장된다면, 데이터 활용 범위와 윤리를 둘러싼 논의의 규모도 더욱 확장될 수 있겠죠.
3. 나의 무의식까지 읽는 배달 앱 – 헝거 스테이션 ‘The Subconscious Order’
AI 개인화 마케팅의 마지막 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 배달 앱 헝거 스테이션(Hunger Station)의 ‘The Subconscious Order’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은 2023년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았죠.
매일 132시간이 낭비된다?
우리는 배달 앱을 키고, 수많은 음식 메뉴를 훑어보며 ‘오늘은 뭘 먹지?’를 고민합니다. 헝거 스테이션은 여기서 착안해, “매년 132시간을 이런 고민에 낭비한다”는 충격적인 데이터와 함께 AI 기반 시선 추적 기술로 음식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시선추적으로 무의식을 읽다 “당신은 사실 지금 햄버거가 먹고 싶습니다”
앱 내에서 제공되는 이미지들을 사용자에게 빠르게 보여주고, AI 기반 시선 추적 기술이 어느 음식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무르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무의식적 반응 데이터를 통해 “사실 당신은 지금 이런 종류의 음식을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추천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헝거 스테이션은 이 방식으로 2주 만에 200만 명의 노출과 7만8천 명의 신규 소비자 유입을 달성했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이 “AI가 은근히 내 취향을 잘 맞춰준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이는 고도의 개인정보(시선 추적 정보, 반응 속도)를 다루는 만큼, 소비자 동의와 데이터 보호가 필수적입니다. 무의식을 ‘읽는다’는 점에서, “이는 한편으로 ‘무의식적 욕구를 조작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헝거 스테이션은 소비자들이 해당 기능을 자발적으로 실행해야 하고, 서비스 사용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상품이 아닌, 소비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
카타르항공의 딥페이크 광고, 버진보야지의 AI 셀럽, 헝거 스테이션의 무의식 분석—이 모든 사례가 말해주는 것은, 광고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매체’가 아니라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AI 개인화는 소비자 입장에서 ‘광고를 보는 행위’를 ‘광고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으로 전환시킵니다. 이는 분명히 강력한 브랜드 유대와 몰입을 낳지만, 동시에 데이터 윤리와 프라이버시라는 커다란 과제를 남깁니다.
미래 광고 시장은 소비자의 감정과 일상을 전방위로 파고들 더 강력한 AI 기술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브랜드가 할 일은, 소비자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투명한 데이터 정책을 마련해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광고 속 주인공이 ‘나’가 되는 순간이 반가울 수 있으려면, 결국 그 기반에는 건강한 AI 윤리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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