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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한다고 AI 웨어러블이 쓸모가 생길까?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한다고 AI 웨어러블이 쓸모가 생길까?
이미지 출처: 오픈AI

출시 당시 휴메인의 AI 핀과 래빗 R1의 인기는 정말이지 뜨거웠다. 아이폰과 스마트워치 등장 이후 답습만을 반복하던 스마트 디바이스 계에 새바람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간과했다. 미국이 환불 천국이라는 것을.

두 기기는 모두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웨어러블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주머니나 옷깃 등에 꽂아 사용한다.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가 사용하는 기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사만다가 탑재된 해당 제품은 엄연히 스크린을 갖추고 있으므로 스마트폰과 AI 웨어러블이 결합된 형태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휴메인은 2025년 2월 AI 핀 서비스를 종료하고 잔여 기술을 HP에 1억16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2018년 창립 이후 받은 2억3,000만 달러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작년 봄에는 10억 달러 근처의 금액으로 HP 매각을 추진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699달러에 판매됐던 AI 핀 구매자들은 90일 환불 기간을 넘긴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없으며, 휴메인은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89일째에 보통 환불을 시도한다. 얼리어답터 유튜버들의 콘텐츠 제작용으로만 쓰이다 버림받는 것이다.

AI 핀은 가슴에 착용하는 형태의 디바이스로, 레이저 프로젝션과 음성 인식을 통해 작동한다. 하지만 제한적인 기능과 높은 가격(월 24달러 서비스 요금 별도), 그리고 실용성 부족으로 비판받았다. 그냥 쓸모가 없었다.



래빗 R1도 혹독한 평가 직면


199달러에 출시된 래빗 R1은 손바닥 크기의 독립형 AI 디바이스다. CNET에 따르면 2.8인치 스크린, 스크롤 휠, 800만 화소 카메라, 128GB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우버 호출, 도어대시 음식 주문, 스포티파이 음악 재생 등 스마트폰이나 심지어 스마트 워치에서도 다 되던 기능을 지원했다.

다만 래빗 R1은 AI 핀과 다르게 여전히 작동 중이다. 래빗은 현재 RabbitOS 2.0을 내놓고 여러 에이전트를 조정해 작업을 처리하는 AI 운영체제를 제공 중이다.

기술 전문가들은 이들 디바이스의 실패 원인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면서도 대체하려 들었다는 점이다. 사실은 스마트 워치도 대체하지 못했다.

두 제품은 챗 GPT 등의 생성형 AI를 실행하고, 이를 통해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총열량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신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이런 열량 정보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열량을 궁금해할 때는 어제 먹은 것들을 정리하며 자책할 때뿐이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뭔가를 정리할 때다.

만약 이랬다면 어땠을까. 현재의 스마트 글래스가 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을 돕는 제품이 되었다면.



오픈AI와 조니 아이브의 새로운 접근법


오픈 AI와 조니 아이브의 협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대감을 준다. 조니 아이브는 아이팟, 맥북, 아이폰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만든 장본인이다. 특히 이 제품들의 핵심 인터페이스를 제품 사용성의 핵심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아이팟의 클릭 휠이나 아이폰의 멀티 터치는 조니 아이브가 개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조니 아이브가 해당 부품이나 기능을 적극 활용해 제품 활용성을 극대화한 바 있다. 조니 아이브는 이처럼 기술을 인간 중심적이고 매력적인 객체로 변환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러니 “혹시 조니 아이브라면?” 싶은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비전은 노트북처럼 직관적이고 보석처럼 은밀하면서도 ChatGPT와 지능적인 대화가 가능한 디바이스다. 복잡한 화면이나 키보드 없이 음성, 제스처, 또는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디자인 철학의 차이

여기서 AI 핀이나 래빗 R1과의 차이가 발생한다. 조니 아이브의 접근법은 단순히 “예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픈 AI의 CEO 샘 알트먼과 조니 아이브의 대담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조니 아이브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목걸이 형태가 될 가능성

애널리스트이자 애플 제품 팁스터인 밍치 궈는 자신의 x에서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할 AI 제품이 웨어러블이며, 목걸이 형태가 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


밍치 궈에 따르면, 제품 양산은 2027년에 시작되며, 아이팟 셔플처럼 작고 우아한 형태로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주변 환경 감지를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가 탑재될 수 있고, 스마트폰과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밍치 궈는 “오픈 AI와 조니 아이브의 협업 발표는 구글 I/O에서 시장 초점이 구글에 맞춰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지극히 마케팅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조니 아이브가 오랜 시간 몸담았던 애플은 이런 식으로 경쟁자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을 방해해 왔다.

기술 업계의 교훈

휴메인 AI 핀과 래빗 R1의 실패는 기술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혁신적인 기술도 사용자의 실제 니즈와 사용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버지에 따르면, 휴메인은 “기술 역사상 가장 극적인 가젯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퀴비(Quibi), 파이어 폰(Fire Phone), 애플 뉴턴(Apple Newton)과 함께 언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퀴비는 숏폼계의 넷플릭스를 표방하던 업체고, 애플 뉴턴은 시대에 맞지 않던 PDA 기기, 파이어 폰은 아마존이 만든 안드로이드 폰으로 그야말로 아마존을 불 지를뻔했다.

오픈AI와 조니 아이브가 제시하는 방향은 진화가 아닌 혁명이다. 단순히 또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가 아니라 기술과 관계 맺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듣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AI 디바이스. 영감을 주고, 감동시키고, 평온함을 주는 디자인.

조니 아이브가 AI 핀을 두고 “형편없다(very poor)”고 말했지만 오픈 AI와 io의 기기 역시 웨어러블의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대되는 바가 있다. “혹시 조니 아이브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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