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동반자와의 연애가 인간 관계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 논쟁적 주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뉴욕에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테크크런치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오픈 투 디베이트(Open to Debate)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아리조나 주립대학교 타오 하(Thao Ha) 교수와 킨제이 연구소의 저스틴 가르시아(Justin Garcia) 총괄이사가 맞붙었다.
해당 토론은 저널리스트이자 영화제작자인 나예마 라자(Nayeema Raza)가 진행했다. 라자는 이전에 “온 위드 카라 스위셔(On with Kara Swisher)” 팟캐스트의 온에어 총괄 프로듀서였으며, 현재 “스마트 걸 덤 퀘스천스(Smart Girl Dumb Questions)”의 진행자다. AI 동반자 편에서는 아리조나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이자 모던 러브 콜렉티브(Modern Love Collective) 공동창립자인 타오 하(Thao Ha)가 나섰다. 그녀는 사랑, 공감, 웰빙에 대한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을 옹호한다. 인간 연결을 대변한 쪽은 킨제이 연구소(Kinsey Institute)의 총괄이사이자 수석 과학자 저스틴 가르시아(Justin Garcia)였다.
AI 동반자를 옹호한 하 교수는 “AI는 자아 없이 당신의 말을 들어준다. 판단 없이 적응하고, 일관되며 반응이 빠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신이 말하기 시작하면 한숨 쉬는 파트너나 폰만 보며 ‘듣고 있어’라고 하는 현재 연인과 비교해보라”며 AI의 장점을 강조했다. 반면 가르시아 총괄이사는 “지속적인 검증과 관심을 받는 것은 관계 역학의 정직한 지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AI가 우리가 갈망하는 관계의 기복과 복잡함을 대체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가르시아는 AI 동반자가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의 데이트 연습용으로는 유용하다고 인정했다. “기술을 기르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영구적인 관계 모델이 된다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매치닷컴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파트너의 AI와의 관계를 불륜으로 간주한다고 답했다. 가르시아는 “사람들이 이를 진짜 관계로 여기지만, 동시에 우리 관계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가르시아는 신뢰를 관계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미국인의 3분의 1이 AI가 인류를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65%가 AI의 윤리적 결정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신을 죽이거나 사회를 파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 옆에서 잠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사람들이 AI에게 가장 친밀한 이야기와 감정을 맡기고 있다”며 “실용적 차원에서 사람들이 AI를 인간 관계와 같은 방식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가르시아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신체 접촉을 필요로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접촉 기아 상태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옹 같은 접촉이 기분 좋은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VR에서의 접촉 가능성과 AI와의 연결은 엄청나다. 햅틱 슈트 같은 촉각 기술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두 전문가 모두 AI가 공격적 행동을 증폭시킬 위험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가르시아는 “사람들이 챗봇을 훈련시켜 비동의적 언어를 증폭시킬 수 있다”며 “결국 공격적이고 비동의적인 파트너가 되는 방법을 훈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 교수는 “신중한 규제, 투명한 알고리즘, 윤리적 설계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최근 백악관의 AI 액션 플랜이 투명성이나 윤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현재 젊은 성인의 4분의 1이 AI 관계가 인간 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당 기사의 원문은 테크크런치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Ryan Rose / Open to Deb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