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환자의 얼굴을 3초간 스캔해 통증을 수치화하는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실제 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스스로 통증을 표현하기 어려운 치매 환자들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15일(현지 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페인첵(PainChek)이라는 스마트폰 앱이 호주를 중심으로 전 세계 요양 시설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앱은 환자의 얼굴에서 3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스마트폰을 들고 3초간 스캔하면, AI가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포착해 0~42점 사이의 통증 점수를 즉시 산출한다.
페인첵은 1970년대 후반 개발된 얼굴 행동 코딩 시스템(FACS)을 기반으로 한다. 신경망이 윗입술 올림, 눈썹 찌푸림, 볼 긴장 등 통증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9개의 특정 미세 움직임을 감지한다. 페인첵의 선임 연구 과학자이자 공동 발명가인 크레슈닉 호티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얼굴 표정 중 9개가 통증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스캔 후에는 신음이나 수면 장애 같은 다른 징후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해 결과를 클라우드 대시보드에 저장한다. 호티는 “처음에는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AI와 인간 입력의 결합이 우리의 주요 강점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페인첵은 2017년 호주 의료용품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승인을 받았으며, 캔버라의 국가 보급 자금 지원으로 호주의 수백 개 요양원에 도입됐다. 회사 전체 데이터에 따르면 항정신병 약물 사용이 약 25% 감소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낙상이 42% 감소했다.
영국 북부의 치매 전문 요양 시설 체인인 오처드 케어 홈스(Orchard Care Homes)도 2021년 1월부터 페인첵을 도입했다. 당시 품질 책임자였던 셰릴 베어드는 기존의 애비 통증 척도(Abbey Pain Scale)를 “사람들이 통증 지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체크박스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초조한 환자들은 행동 문제가 있다고 간주돼 향정신성 진정제를 처방받았지만, 정작 통증 자체는 치료받지 못했다.
페인첵 도입 몇 주 만에 향정신성 약물 처방이 줄고 입소자들의 행동이 안정됐다. 발견되지 않은 치과 통증으로 식사를 거르던 입소자들이 다시 먹기 시작했고, 통증으로 고립됐던 사람들이 사교 활동을 시작했다. 베어드는 통증을 “혈압이나 산소 측정과 같다”고 비유하며 “우리는 그것들을 추측하지 않는데, 왜 통증은 추측하나”라고 말했다. 전체 애비 통증 척도 시행에는 20분이 걸리지만 페인첵은 5분도 안 걸린다.
페인첵은 영국에서도 승인을 받았고, 캐나다와 뉴질랜드에서는 시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페인첵의 엔지니어들은 현재 얼굴 표정이 성인보다 빠르게 변하는 1세 미만 아기를 위한 페인첵 인펀트(PainChek Infant)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해당 기사의 원문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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