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6일, 국내 대표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네이버가 이번 주총을 통해 AI 전략을 공개하면서 두 회사의 결이 다른 AI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는데요. 네이버는 ‘소버린 AI’와 ‘온서비스 AI’를, 카카오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내세우고 있지만, 글로벌 AI 강자들과의 격차 속에서 이러한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사내이사로 선임… AI 전략 강화한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진 한국의 현실
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AI 분야에서 만큼은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 시장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후발주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중국의 바이두나 유럽의 미스트랄AI와 비교해도 인지도와 기술력 측면에서 뒤처져 있습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와 같은 자체 AI 모델은 글로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국내 시장에서 조차 채택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업이 발표한 전략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보다는 국내 시장에서의 생존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두 기업의 대조적인 AI 전략
네이버: 기술 독립성과 서비스 통합에 중점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하이퍼클로바X’를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AI 모델을 위한 AI가 아닌, 실제 서비스에 AI를 접목하여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이해진 창업자의 7년 만의 이사회 복귀는 이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해진 창업자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이지만, 현실적으로 글로벌 AI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주요 추진 전략:
- 자체 모델 개발 집중: 검색, 커머스, 콘텐츠 등 전 서비스에 AI 통합
- B2B 시장 공략: 2,000여 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
- 투자 확대: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 6년간 1조 원 규모의 ‘네이버임팩트펀드’ 조성
카카오: 유연성과 실용적 협업 강조
반면 카카오는 자체 개발 모델과 외부 모델을 혼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빠른 시장 대응과 서비스 혁신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으로, 오픈AI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형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카카오, 국내 최초로 오픈AI와 제휴 체결… 카카오톡·카나나 등에 오픈AI 기술 적용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개인화된 맥락과 이를 기반으로 액션을 유도하는 ‘에이전틱 AI’를 생각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에이전트 플랫폼을 따로 준비하고 있고, 시점은 올해 연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종속의 위험을 안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주요 추진 전략:
- 다양한 AI 모델 혼용: 자체 모델(나노, 에센스)과 오픈AI의 챗GPT를 결합한 ‘카나나’ 출시
- 메신저 플랫폼 활용: 카카오톡과 연동해 그룹 채팅방에서 AI 상호작용 기능 강화
- 글로벌 협업: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로 한국형 서비스 고도화 추진
한국 AI의 한계와 도전 과제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위치
한국 AI 기업들은 자금력, 컴퓨팅 자원, 데이터 규모 면에서 글로벌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네이버의 R&D 투자 규모(1.36조 원)는 오픈AI의 연간 운영 예산(약 10조 원 이상)이나, 구글의 AI 관련 투자(연간 30조 원 이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격차는 단기간에 좁혀지기 어렵습니다.
뒤늦은 대응과 전략적 혼란
두 기업 모두 글로벌 AI 혁명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상당 기간 뚜렷한 방향성 없이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 모델 개발에 집중하다가 최근에야 ‘온서비스 AI’라는 실용적 접근으로 선회했으며, 카카오는 초기에 자체 모델 개발을 강조하다가 오픈AI와의 협업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혼란은 두 기업이 글로벌 AI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어 데이터의 한계
한국어 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약 1%에 불과하다는 점은 한국 AI 모델의 글로벌 확장성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져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어 이해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한적인 경쟁력만을 제공합니다. 영어, 중국어, 인도 언어권에 비해 확장 가능한 시장 규모가 현저히 작은 것이 현실입니다.
구체적인 서비스 전략과 미래 로드맵
네이버의 AI 구현 계획
네이버는 ‘AI 브리핑’,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커머스 특화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AI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하려 합니다.
- AI 브리핑 서비스: 3월 27일 출시 예정인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요청한 질의에 대해 정리·요약된 검색 결과를 제시하고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이용자의 나이·성별·관심사·구매패턴 등을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가이드’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 멀티모달 AI 도입: 2025년 상반기 중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입력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검색 서비스를 모바일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네이버의 국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글로벌 확장성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AI 브리핑 서비스는 구글 Bard나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이 이미 제공하고 있는 기능과 유사하며,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카카오의 AI 생태계 확장
카카오는 일상 생활과 밀접한 메신저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하여 AI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 카나나: 자체 모델과 오픈AI의 챗GPT를 결합한 AI 서비스로, 사용자의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에이전틱 AI 플랫폼: 올해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인화된 맥락을 기반으로 액션을 유도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준비 중입니다.
- 메신저 통합 AI: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서 AI 상호작용 기능을 강화하여 일상 대화 속에서 AI의 자연스러운 활용을 촉진합니다.
카카오의 전략은 오픈AI의 기술력과 카카오의 서비스 노하우를 결합한 현실적 접근으로 평가받지만, 독자적 기술력 확보 없이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두 기업의 도전과 기회
네이버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적 맥락을 이해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수연 대표가 언급한 “자체 모델을 가지고 있는 만큼 유연성을 확보하고, 외부 LLM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은 그러한 고민을 반영하지만, 이러한 절충적 접근이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 강점: 방대한 검색·커머스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최적화, 자체 기술 독립성
- 도전 과제: 글로벌 대형 AI 기업과의 기술 격차 극복, 해외 시장 확장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 있는 AI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종속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또한, AI 투자 확대로 인한 영업손실 증가는 주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구체적인 수익화 모델 제시가 시급합니다.
- 강점: 5,300만 메신저 사용자 기반을 활용한 빠른 시장 진입, 글로벌 협력 체계
- 도전 과제: 외부 모델 의존성 증가에 따른 기술 종속 가능성, 수익 모델 구체화
2025년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략이 시장에서 검증받는 중요한 해가 될 것입니다. 두 기업의 접근법은 각자의 강점을 활용한 현실적 전략으로 평가받지만, 글로벌 AI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 과감한 투자 확대: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대규모 투자
- 인재 확보 및 육성: 국내외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
- 글로벌 협력과 독자성의 균형: 기술 종속 없이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전략 수립
- 규제 환경 개선: AI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환경 조성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략은 한국 IT 산업의 현실과 도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보다는 뒤쳐졌지만, 후발국보다는 앞선 애매한 위치에서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두 기업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전략 실행과 시장 반응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관련 콘텐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