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품을 그냥 내주지 말라!” 콜드플레이, 폴 매카트니, 두아 리파 등 영국 창작 산업계 인사 400여 명이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보낸 공개 서한은 창작자들의 절박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작권을 “생명선”이라 부르며, AI 기업들이 허락 없이 자신들의 작품을 학습하도록 허용하는 정부 정책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2025년 5월 현재, 이 문제는 전 세계 법정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즈가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영국에서는 Getty Images가 Stability AI를, 중국에서는 개인 창작자들이 AI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단순한 기술적, 법적 갈등을 넘어 창작 산업의 미래와 예술가들의 생존이 걸린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입니다.
생성형 AI 모델들은 위키피디아, 유튜브, 신문 기사, 온라인 도서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창작물이 무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빈번해 창작자들의 경제적 권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국내 AI 기업들
국내 AI 기업들도 저작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에이닷’ 서비스에 저작권 보호를 포함한 AI 윤리 원칙을 적용하고, 업스테이지는 ‘1T 클럽’을 통해 콘텐츠 제공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확립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저작권이 만료됐거나 공공 도메인의 콘텐츠, 직접 계약을 맺은 자료를 우선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AI 생성물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AI 기업들은 콘텐츠 보유자와의 라이선스 계약 및 보상 체계를 모색 중이며, 해외 기업들이 도입한 ‘저작권 방패’와 유사한 고객 보호 정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창작자들의 자구책
한국 정부도 생성형 AI 저작권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2023년 말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안내서는 2024년 4월 영문본으로 제작되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등 국제기구에 배포되었습니다.
2025년에는 AI 학습 데이터 제도, 거래 활성화, AI 산출물 활용 세 분과로 협의체를 확대해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 중입니다. ‘문화한국 2035’ 비전 아래 AI 저작물 등록 기준 개편, 학습 데이터 출처 명확화, 원저작자 보상 체계 구축 등 저작권 제도의 전면 개편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콘텐츠 제작사와 창작자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권리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미디어 기업들은 AI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AI 학습 데이터 제공에 대한 수익 분배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개인 아티스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 학습을 방해하는 ‘파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기술적 방어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AI로 인한 일자리 위협과 창작 기회 감소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포괄적 보상 체계나 예술인 기초소득 등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존의 묘수는 있는가? – 기술 혁신과 창작권의 균형점
AI와 저작권 갈등은 앞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일 전망입니다. 이 싸움에서 승자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그런 구도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일지 모릅니다.
현재 정부는 ‘문화한국 2035’ 비전 아래 AI 저작물 보호 기준 정립, 데이터 출처 명확화, 원저작자 보상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로 인해 구체적인 합의점 도출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핵심은 AI 기술 혁신과 창작자 권리 보호의 균형입니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AI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고, 반대로 창작자의 권리가 무시된다면 창작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까지 확장됩니다.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창작 패러다임 속에서, 인간 창작의 가치와 보상 체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 지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