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개발자대회(WWDC) 2025를 열고 2026년 신제품에 탑재될 OS를 대거 공개했다. 사전에 ‘AI에서 보여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과 달리 일부 AI 기능이 존재했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로 명명한 AI 기능을 처음 선보였다. 올해 WWDC는 이 애플 인텔리전스의 업그레이드가 일부 발생했다.
실시간 번역
드디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실시간 통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메시지, 페이스타임, 전화 앱에서 전부 사용 가능하다. 사용자가 전화를 할 경우 화면에 글자가 나타나게 되며, 이 글자를 보며 통화하거나 실시간으로 음성 통역이 가능해졌다. 통역한 언어 역시 화면에 나타난다. 아이폰 사용자는 드디어 외국인과 두려움 없이 통화할 수 있게 됐다. 갤럭시 사용자보다 1년 10개월 늦게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젠모지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업데이트
자신의 얼굴이나 타인의 사진을 통해 애플 스타일의 이모지를 생성하는 ‘젠모지’가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이미 생성한 젠모지에게 ‘마이크를 들어줘’ 같은 명령을 내리면 젠모지가 마이크를 들게 되는 식이다. 표정 변경이나 헤어 스타일 변경 등도 가능하다. 다른 기업들보다 예쁜 이미지를 잘 만드는 애플인 만큼 유용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이미지에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에는 챗GPT도 통합됐는데, 사진을 주고 유화 스타일, 벡터 아트 등의 스타일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알고보니 지브리 스타일에서 못 벗어난 것이었다. 팀 버튼 스타일이나 몬드리안 스타일로 바꿔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면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냐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비주얼 인텔리전스 – 시각 지능
캡처 후 화면 내에 있는 요소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카페 사진 속 예쁜 램프를 발견했다면 어떤 제품인지 알아낼 수 있다. 구글에서 검색하거나, 엣시(Etsy) 등의 쇼핑몰과도 연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오늘의집’이나 ‘무신사’, ‘올리브영’ 같은 서비스가 해당 기능을 잘 활용하면 구매까지 이어지는 매끄러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드파티 앱들은 앱 인텐트 API를 통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안드로이드의 ‘서클 투 서치’ 기능과 차이가 없는 데 반해 인터페이스는 더 복잡한(원을 그리는 것과 캡처 후 버튼을 누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것이 아쉽다. 다만 이 경우 서클 투 서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작동의 우려는 없다.
캡처한 이미지로는 이미지 검색뿐 아니라 이벤트 등록도 가능하다. 소셜 미디어 등에 어떤 이벤트가 있다면, 이 화면을 캡처해 캘린더에 일정 추가도 할 수 있다. 날짜, 시간, 장소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자동 추출해준다. 시간을 선택하고 일정 이름을 입력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자동으로 처리되므로 많은 사랑을 받을 기능이 될 것이다.
시각 지능에는 챗GPT 역시 통합돼 있다. 구글이나 엣시 등에서 찾을 수 없는 정보(악기 등)의 경우 챗GPT에 이미지를 보내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단축어 조합으로 에이전트 생성 가능
사실상 WWDC25에서 발표한 AI 기능 중 핵심에 해당한다. 위 기능들처럼 자주 쓰일 작업은 아니지만 잘 조합할 경우 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치까지 끌어낼 수 있는 기능이다.
단축어는 특정 앱을 자동화하는 기능으로, 여러 명령 조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주 쓰이는 단축어로는 ‘조명 끄기’, ‘특정 장소에 도착하면 와이파이 켜기’, ‘챗GPT 음성 모드 실행하기’ 등이 있다. 챗GPT를 켜고, 음성 모드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단축어에 등록해 제어 센터에서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단축어는 AI라기 보다는 자동화에 가까웠으나, 단축어 자체에 애플 인텔리전스 일부 기능들이 도입되면서 스마트폰 AI 자동화를 상당 부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학생의 경우 음성 메모 전사와 녹음을 단축어로 한꺼번에 실행해 자신이 받아적은 내용이 전사 내용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고, 받아적은 내용에서 빠진 내용을 전사에서 옮겨와 채워줄 수 있다.
단축어 앱 특성상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회의록 전사를 선택했다면, 회의가 끝난 후 이 회의록을 자동으로 요약하고, 팀원들에게 요약본을 자동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의 AI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단축어 조합(주로 레시피로 부른다)은 직접 만들어도 되지만, 타인이 만든 걸 내려받아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앱 개발사의 아이디어와 결합해 AI 앱을 마치 실행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비슷한 효과인 것이지 구글처럼 네이티브 AI를 구동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잠재력 넘치는 업데이트다.
자동화 요청 과정에서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단축어 요청 중 스마트폰에서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의 연산이 발생하면, 애플의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서 익명으로 연산을 처리하고 기기로 되돌려주는 장치다. 이를 통해 구글이나 오픈 AI 등에 개인정보를 넘겨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개인 정보 보호에서 유리하다.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 도입
단축어가 아니더라도, 애플 인텔리전스의 몇 가지 기능들은 다른 앱들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이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 전용 개발 툴인 스위프트에서 네이티브로 구동되는 프레임워크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들을 자사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AI 기능 도입 앱들은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의 API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업데이트
맥, 아이패드, 아이폰의 기기 내 검색 기능인 스포트라이트가 상당 부분 업데이트됐다. 애플 인텔리전스 도입 기능은 아니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 AI에게 명령하듯 기기 내 요청 사항을 수행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메일 보내기, 메모 생성, 팟캐스트 청취 등을 바로 실행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다.
파일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앱을 켜서 파일을 찾아야 했으나, 최근 파일을 바로 제안해 줘 앱 실행과 파일 실행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스포트라이트 내 클립보드 검색이 가능해져, 이전에 작성한 콘텐츠로 돌아가기, 전에 넣었던 이미지 다시 넣기 등 타임라인에 따라 작업하는 것이 일부 가능해졌다. LG 그램이 선보인 ‘타임 트래블’, MS가 선보인 ‘리콜’ 기능과 유사하지만 전체 타임라인을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기능이 비교적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스포트라이트에 직접 명령을 내리게 되면서, 챗GPT 등에 명령을 요청하는 것과 유사하면서도 애플 제품다운 인터페이스가 구현됐다.

생성형 운동 친구(Workout Buddy)
해외에서 인기인 코치 주도형 운동을 ‘친구’의 형태로 애플 워치에 심었다. 애플 워치를 차고 운동할 때 워치가 사용자 운동 데이터와 기록 등을 파악해 분석한다. 이전 기록과 비교한 내용을 두고 생성형 코치들이 운동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잘하고 있네”, “찢었다(Crushed)” 등의 문구가 발표에서 시연되었다. 해당 음성은 애플 건강 앱의 피트니스+ 강사들의 목소리를 활용해 합성한다.
Xcode 생성형 코드 작성
챗GPT 도입이 가장 적절한 곳에 이뤄진 AI 기능이다. 개발 도구인 Xcode에서는 코드 작성, 코드 테스트, 디버깅 등의 작업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챗GPT와 연동해 외부 AI의 코드 작성과 검증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추후 커서, 클로드 등 바이브 코딩에 특화된 AI와 연동될 경우 유용한 기능이 될 전망이다.
그 밖의 기능
메일, 필기 등 텍스트 콘텐츠에서 관련성 높은 동작이 자동으로 식별돼 ‘미리 알림’에 자동 등록된다. 답장하기 등의 알림을 주는 식이다.
애플 지갑에서 쇼핑한 내용은 이메일을 파악해 주문 상세 내역과 배송 현황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메시지에서 다양한 주제로 투표할 수 있다. 투표 항목은 메시지를 보고 있던 애플 인텔리전스가 자동으로 생성할지 묻는다.

시장은 혹평 중
WWDC 발표 이후 새로운 시리 업데이트가 없었다는 점에서, 평가는 좋지 못했다. 기술주 분석으로 유명한 댄 아이브스(Dan Ives)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몹시 지루하다(yawner)”고 평했으며,. 올해 애플의 AI는 “쉬어가는 해(gap year)”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구글이나 오픈AI에 필적하는 무언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존의 애플 인텔리전스를 강화한 정도에 그쳐 실망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애플의 AI 지향점은 ‘온디바이스’와 ‘보안’이다. 따라서 기기 내에서 대부분 실행할 수 있을 정도의 변수만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애플 인텔리전스는 제미나이나 챗GPT만큼 강력한 기능을 선보일 수는 없다.
다만, 온디바이스를 상정하고 만든 메타의 라마(LLaMa)와 비교해도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점만큼은 아쉽다고 봐도 될 것이다. 사실상 실시간 번역과 AI 단축어 외에 애플이 올해 AI로 보여준 것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