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체 또는 확장, 두 게임사는 왜 똑같은 기술로 천국과 지옥이 갈렸을까?

AI로 대체 또는 확장, 두 게임사는 왜 똑같은 기술로 천국과 지옥이 갈렸을까?
이미지 출처: 미드저니 생성



게임 업계는 사실 오래전부터 AI를 활용해 왔다. NPC의 행동 패턴부터 절차적 생성까지, AI는 게임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였다. 하지만 최근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게임에서의 AI 활용이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새로운 AI 물결 속에서 완전히 다른 운명을 맞은 두 게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첫 번째 주인공은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3이다. 프론티어 디벨롭먼츠가 자신만만하게 “과학자 초상화를 생성 AI로 제작했다”고 발표한 순간, 팬들은 벨로시랩터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게으른 선택이다”, “인간 아티스트를 무시하는 거냐”, 심지어 “쥬라기 파크가 기술 오남용의 위험성을 다룬 작품인데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나”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스팀 포럼은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3
이미지 출처: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3



프론티어는 결국 한 달도 안 되어 백기를 들었다. “팬들의 피드백을 수용해 AI를 제거하고 수작업 초상화로 교체하겠다”는 항복 선언을 했다. 팬들은 환호했지만, 개발사에게는 뼈아픈 교훈이 남았다.

정반대의 성공 스토리

한편 다른 우주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헬로 게임즈의 노 맨즈 스카이는 AI로 180경 개의 행성을 만들어내며 게이머들을 매혹시키고 있었다. 각 행성은 고유한 지형과 생태계, 날씨를 갖고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매번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었다.

노 맨즈 스카이
이미지 출처: 노 맨즈 스카이



팬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25명의 소규모 팀이 어떻게 이런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냈지? AI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 “이게 바로 AI의 올바른 사용법이야!”, “무한한 탐험이 가능해서 게임이 지루할 틈이 없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같은 AI 기술인데 왜 이렇게 180도 다른 반응이 나왔을까?

천국과 지옥을 가른 결정적 차이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3는 AI로 인간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하려 했고, 노 맨즈 스카이는 AI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확장’했다는 점이었다.

쥬라기 게임에서 AI가 그린 과학자 초상화는 한 번 보고 끝나는 정적인 이미지였다. 인간 아티스트라면 충분히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굳이 AI로 만든 것이다. 팬들 눈에는 “돈 아끼려고 사람 대신 기계 쓴다”는 식으로 보였다. 반면 노 맨즈 스카이의 행성들은 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콘텐츠였다. 25명의 개발팀이 손으로 180경 개의 행성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였다. 프론티어는 “AI 썼습니다”라고 사실만 통보했지만, 헬로 게임즈는 “AI로 이런 놀라운 경험을 만들어보겠습니다”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자는 변명처럼 들렸고, 후자는 혁신처럼 들렸다.

게이머들의 숨겨진 윤리 코드

이 두 사건을 통해 드러난 흥미로운 사실은 게이머들이 AI 사용에 대해 나름의 정교한 윤리적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AI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용되는 방식을 문제 삼았다. 절차적 생성이나 동적 콘텐츠 제작처럼 인간이 할 수 없는 규모의 작업에 AI를 쓰는 것은 환영했지만, 예술 작품을 대체하거나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의 AI 사용은 강력히 거부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투명성에 대한 요구였다. 두 회사 모두 AI 사용 사실을 숨기지 않았는데도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이는 단순히 공개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임 업계가 놓치고 있는 것

이 두 사례는 게임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첫째, 기술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노 맨즈 스카이는 2016년 출시 당시 “거짓 광고”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개선과 소통으로 팬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반면 쥬라기 게임은 기술적으로는 문제없었지만 팬들의 감정을 간과해 실패했다.

둘째, 게임 커뮤니티는 AI 사용에 대한 나름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있으며, 개발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게이머들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민감하다. 그들은 AI가 게임의 영혼을 해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셋째, 투명하고 솔직한 소통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같은 AI 사용이라도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혁신이 될 수도 있고 논란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선택

게임 업계의 AI 사용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프론티어처럼 넘어질 것인가, 헬로 게임즈처럼 날아오를 것인가의 선택이다. 성공의 열쇠는 간단하다. AI로 인간을 대체하려 하지 말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확장하라. 그리고 팬들과 솔직하게 소통하라.

쥬라기 파크에서 존 해먼드 박사가 “자연이 길을 찾아낸다”고 말했듯이, 게임 업계도 결국 AI와 인간 창의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찾아낼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이제는 어떤 길이 옳은지 알게 되었으니까.


P.S. 혹시 이 기사가 AI로 쓰여졌다고 의심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것은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FAQ

Q1. 왜 같은 AI 기술을 사용했는데 게임 팬들의 반응이 달랐나요?
A.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3는 AI를 통해 기존에 인간이 하던 작업(초상화)을 대체하려 했고, 이는 팬들에게 창의성 무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노 맨즈 스카이는 AI로 인간이 할 수 없는 방대한 콘텐츠(180경 개의 행성)를 확장시켜 팬들의 감탄을 이끌어냈습니다.

Q2. 게임 업계가 AI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A.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 방식’입니다. AI 사용에 대한 투명한 설명과, 그것이 팬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성공 여부를 좌우합니다.

Q3. 앞으로 AI는 게임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것으로 보이나요?
A. AI는 절차적 생성, 동적 콘텐츠 제작 등 인간이 물리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을 확장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만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반발을 살 수 있으므로, 윤리적 기준과 사용자와의 신뢰 형성이 필수적입니다.

이미지 출처: 미드저니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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