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렉시티는 올해 2월, AI 브라우저 출시 계획을 공식화하며 브라우저 시장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7월, AI 에이전트를 기본 탑재한 코멧(Comet) 브라우저를 공개했습니다. 단순히 또 하나의 브라우저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웹을 탐색하고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코멧 출시 한 달 뒤인 8월, 퍼플렉시티는 무려 345억 달러 규모의 구글 크롬 인수 제안이라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퍼플렉시티 자체 기업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터넷 생태계의 판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독자 브라우저를 출시한 뒤 곧바로 구글의 핵심 자산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퍼플렉시티가 단순히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 환경 자체를 주도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코멧이 바꾸려는 인터넷 경험
코멧 브라우저의 가장 큰 특징은 AI를 중심으로 한 웹 경험의 재구성입니다. 기존 브라우저에서 페이지를 열면 수많은 광고와 불필요한 정보가 함께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코멧에서는 이런 광고 배너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단순한 광고 차단이 아니라, AI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에 집중해 화면을 필터링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링크를 일일이 열어볼 필요 없이 필요한 정보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멧은 검색과 브라우징 과정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합니다. 기존에는 검색창에서 결과를 찾고, 다시 브라우저에서 페이지를 열어보며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멧에서는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브라우저 안에서 바로 요약된 답변과 관련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웹 탐색의 흐름이 간결해지고,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됩니다.
퍼플렉시티는 광고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출 중심의 배너 광고 대신 Discover 피드처럼 별도의 공간에서 개인화된 광고와 콘텐츠를 제시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적게 보이지만 더 효과적인 광고 모델을 구현하려는 전략입니다. 사용자는 기존처럼 광고에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더 맞춤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누리게 됩니다.
웹 정보 탐색, 이제는 AI에게 맡기게 될까
코멧의 등장은 단순히 브라우저 경쟁을 넘어, 인터넷 사용 습관 전반의 변화를 예고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직접 검색하고 수많은 페이지를 열어보던 시대에서, AI가 콘텐츠를 선별해 보여주는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광고를 덜 보고, 더 깔끔한 화면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AI가 페이지를 선별하고 요약해 보여주는 구조는 사용자의 탐색 과정을 단순화하는 동시에, 우리가 AI가 보여주는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환경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정보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가 접하는 콘텐츠의 범위를 플랫폼이 통제할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브라우저 전쟁 속 퍼플렉시티의 승부수
퍼플렉시티가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도 분명합니다. 크롬, 사파리, 엣지처럼 OS와 기기에 기본 탑재된 브라우저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코멧은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고착화된 사용자 습관을 흔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또한 광고 생태계에서도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기존의 노출 중심 광고 수익을 줄이고, 개인화된 광고와 AI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광고주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확보하는 일은 아직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퍼플렉시티의 무기는 분명합니다. 광고 없는 깔끔한 사용자 경험, AI 중심의 브라우징 흐름, 그리고 전환율 기반의 광고 모델은 기존 브라우저와 차별화된 경쟁력입니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가 손쉽게 코멧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이전과 설정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해야 하며, AI가 재구성한 웹 경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사용자 불안을 잠재우는 일도 필수적입니다.
AI가 그리는 인터넷의 다음 장
퍼플렉시티는 코멧 출시와 크롬 인수 제안을 통해 인터넷 경험의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빠르고 가벼운 브라우저의 등장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웹을 탐색하고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입니다.
앞으로의 인터넷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브라우저의 성능이 아닙니다. AI가 어떤 정보를 보여주고 숨길지를 결정하는 새로운 관문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멧은 이 전환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장이자, 브라우저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흔드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