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도 집중 못했던 제가 캔바로 2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캔바여왕 ‘미대언니’로 불리는 이정은 대표는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그림책 작가를 거쳐, 50대에 AI 기반 디자인 교육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특히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플랫폼 ‘큐리어스‘에서 활동하며, 캔바를 중심으로 한 창작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혼자서는 너무 막막했어요”
Q. 먼저 어떤 계기로 디자인 및 교육 분야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저는 처음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시작해서 광고회사를 거쳐 그림책 작가로 전향했었어요. 그런데 경력 단절이 되면서 정말 막막한 상황에 놓였죠. 게다가 온라인 사기까지 당해서 정말 탈탈 털린 상태였고요.
그때 50대가 되어서야 제 성향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요. 혼자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큐리어스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혼자서 교육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거든요. 수강생 10명, 20명을 모으는 것도 힘들었는데, 큐리어스를 통해서 더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어요.
Q. 큐리어스라는 플랫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큐리어스는 중장년층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플랫폼이에요. 지금 한국 인구 밀도에서 50~60대가 가장 많잖아요. 일찍 퇴직하고, 가장 공부 열심히 했던 세대이면서도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이 많은 분들이죠.
큐리어스를 만나면서 안정감이 생겼고, 비슷한 연령대나 더 연세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서로 응원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게 됐어요. 강의도 중요하지만, 큐리어스만의 특징은 개인적인 인간관계, 특정한 경험을 했던 세대의 공감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AI 초창기, 터미네이터 영화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지켜보고만 있었죠.”
Q. AI를 처음 접하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초창기 AI를 만난 건 한 5~6년 전이었는데, 그때 NFT 이미지 생성하던 시절에는 너무 매력이 없었어요. 그림의 퀄리티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해서 기술 발전을 지켜보고만 있었죠.
최근 1년 반 정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비로소 쓸만해졌다고 생각해요. 2년 전 처음 생성형 AI가 나왔을 때는 터미네이터 영화 같은 세상이 오나 싶어서 공포였어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확실히 깨달은 건, AI가 우리 생활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고 앞으로는 더 심해질 거라는 점이에요. 저처럼 중장년이어도 공부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가 나고, 일자리도 달라질 거예요.
“막막하고 답답하던 시기, 캔바로 힐링했어요.”
Q. 수많은 디자인 툴 중에서 왜 캔바를 핵심으로 선택하셨나요?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요. 경력 단절되고 정말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10분도 집중하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캔바를 하는 동안은 완전히 미쳐있는 거예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2시간을 훌쩍 보내고 있더라고요.
캔바는 정말 쉬워요. 이미 나이도 많고 돋보기 끼고 봐야 되는 나이가 됐는데, 너무 어려운 툴은 엄두도 못 내잖아요. 캔바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툴이라고 생각해요.
캔바로 저는 정말 힐링이 됐어요. 일상을 회복시켜 주는 전환의 툴이었죠. 그래서 ‘위캔바 캠페인’도 시작했어요. ‘We can-바’라는 이중적 의미로, 우리가 바라는 바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Q. ‘위캔바 캠페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캔바를 통해서 성과물을 만들고 아웃풋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어요. 공부만 해서는 소용없거든요. 너무 많은 분들이 공부만 하고 아웃풋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전자책을 만들어보거나 그림책을 만들어보면, 그다음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게 보여요. 스스로 뭐라도 하는 능동적인 변화가 보이거든요. 이런 경험을 하게 해드리는 계기를 이 캠페인이 제공해요. 그냥 소일거리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거죠.
“비전문가도 전문가 뺨을 칠 수 있어요”
Q. 캔바의 AI 기능들이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시나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어도, 색감이나 디자인 감각이 없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툴이에요.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게 중요한데, 많은 캔바 강사들이 핵심을 짚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실제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비전문가가 전문가 뺨을 칠 수 있다고 말해요. 캔바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검색 기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려요. 10시간 작업할 걸 2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거든요.
Q. 실제로 일할 때도 주로 캔바를 사용하시나요?
네, 최대한 캔바 안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미드저니 같은 경우 멋진 그림을 생성하는 데 최강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드저니에서 작업을 끝낼 수 있어도 캔바에 접목시켜봐요.
실제로 미드저니에서 캔바로 연결시킨 영상이 처음으로 조회수 2,500을 기록했어요. 수노(Suno)로 음악을 만들고, 영상 편집을 캔바에서 했거든요. 그 영상에 한 분이 댓글을 달았는데,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는데 너무 위안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AI와 소통하는 나만의 방법이 필요해요”
Q. AI 발전 시에도 인간만의 창의성은 어떤 영역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일상에서 AI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아직 과도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단계가 올라서고 있어요. 미드저니의 무드보드나 퍼스널라이제이션 기능이 메인으로 나온 것을 보면, AI를 쓰는 사람 자체가 가지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AI가 어떤 이미지를 생성하더라도 디렉터 같은 크리에이터의 역량이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사람이 깨닫는 게 중요하거든요. 같은 툴과 방법을 알려줘도 결과물이 다른 건 개인이 가지는 감각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에요.
할루시네이션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저는 네이버 검색도 잘 안 믿던 사람이었어요. 심지어 서울 아리수 물 연구소에 전화해서 필터 사용법을 연구원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을 정도거든요.
점점 더 드는 생각이, 더 많이 공부하는 사람일수록 AI를 더 잘 쓸 거라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AI에게 의존만 하면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 점점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AI를 많이 쓰려면 공부하면서 활용해야 해요.
“즐거움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Q. 지금 시행착오를 겪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요?
저는 최근 2년 사이 개인적으로 엄청 큰 DX 전환을 했어요. 검색도 거의 안 하던 사람이었고, 핸드폰은 전화와 알람, 시계였거든요.
AI가 급격하게 대중화되면서 다들 너무 긴장해서 아둥바둥하는 것 같아요. 조금 여유를 가지면서 즐길 수 있도록, 뭐가 재미있을까 하는 접근을 추천해요. 살짝 관망하듯 가볍게 알아보자 하는 태도로 시작하면 좋겠어요.
프롬프트를 잘 몰라도 잘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만, AI와 소통하는 방식은 여전히 필요할 거예요. 나만의 방법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어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달내기보다는 즐거움으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AI가 창작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시나요?
예전에는 자본력이 없으면 개인의 브랜딩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 AI를 통해서 개인이 큰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AI라고 다 해주는 게 아니에요. 나의 감각이 있어야 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게 너무 중요해요.
즐거움과 경각심 모두 가지고 AI를 활용하기를 바라요. 너무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면서도, 5060세대들이 즐거움과 좋은 경험을 AI를 통해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정은 대표와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I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었습니다. 기술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무조건적 거부도 아닌, 실용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접근 방식이었는데요. 특히 50대에 시작한 디지털 전환과 AI 학습 경험은, 나이를 이유로 새로운 기술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개인적 시련을 딛고 새로운 영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AI 시대의 창작자로서 살아가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미지 출처: 큐리어스 제공, AI 매터스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