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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작가가 AI 대체 위험 1~2위? 9년 전 예측과 완전히 달라진 이유

번역가·작가가 AI 대체 위험 1-2위? 9년 전 예측과 완전히 달라진 이유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제목은 명확했다. “인공지능·로봇시대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당시 AI는 곧 자동화를 의미했고, 로봇과 한 묶음으로 여겨졌다. 사람들이 우려한 것은 공장의 로봇 팔이 인간 노동자를 밀어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2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미국 직장인 20만 건의 AI 대화를 분석한 결과,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코치’, ‘조언자’,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대화 10건 중 9.6건에서 사람과 AI는 서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업무를 담당했다.

AI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과거의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였다면, 현재의 생성형 AI는 ‘사람과 협업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우리가 일자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180도 바꿔놓았다.

사라질 일자리 1위, ‘콘크리트공’에서 ‘번역가’로

직업 위험도 순위의 변화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016년 대체 위험 직업 TOP 5

  1. 콘크리트공
  2. 정육원 및 도축원
  3.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조립원
  4. 청원경찰
  5. 조세행정사무원

2025년 AI 영향 직업 TOP 5

  1. 번역가 및 통역사
  2. 역사학자
  3. 승무원
  4. 서비스업 영업사원
  5. 작가


놀라운 반전이다. 9년 전에는 단순반복적인 육체 노동이 위험 1순위였지만, 지금은 고도의 지식과 언어 능력이 필요한 직업들이 AI의 주요 협업 대상이 되었다.

특히 2016년 연구에서 “자동화에 의한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받았던 예술 관련 직업들의 운명도 엇갈렸다. 작가는 AI 영향도 5위에 올랐지만, 시각 디자인과 예술 창작 분야에서는 오히려 사용자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생성형 AI가 글쓰기에는 탁월하지만 시각적 창작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미지 생성 기술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는 걸 보면, 지금의 결과도 곧 뒤바뀔지 모른다.

실제로는 대체가 아닌 협업이었다

MS 연구진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AI에게 부탁하는 일과 AI가 실제로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사용자의 목표는 ‘사무기기 조작’이지만 AI는 ‘기술 지원 제공’을 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를 찾아줘”라고 하면, 사용자는 ‘정보 수집'(기자나 연구원의 일)을 원하지만 AI는 ‘정보 제공'(사서나 상담원의 일)을 수행한다.

실제 대화 10건 중 4건에서 사람이 하려는 일과 AI가 실제로 하는 일이 아예 달랐다. 이는 AI가 기존 직업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업무 분담 체계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들이 AI에게 가장 많이 부탁하는 일은 ‘자료 찾기’와 ‘글쓰기’였고, 이 분야에서 만족도도 가장 높았다. 많은 사용자들이 AI를 검색엔진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반면 AI가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도 명확했다. 복잡한 수학적 데이터 분석, 고객과의 직접 상담,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업무, 개인정보 확인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고소득 직업이 더 위험하다?

생성형 AI가 데이터 분석, 법률 검토 같은 고차원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이런 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고소득 전문직들이 AI 대체 위험이 더 크다는 가설도 성립하지 않았다. 실제로 연봉과 AI 영향도 사이의 관계는 거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라도 편차가 컸다. 환자의 비언어적 신호나 복잡한 증상의 종합적 해석이 필요한 의사는 상대적으로 AI 영향이 적은 반면, 판례 검색부터 소장 작성 등 AI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주 업무로 하는 변호사나 회계사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얼마를 버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임이 드러난 것이다.

직업 분야별로는 영업직이 0.3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다음이 컴퓨터 관련직(0.30점), 사무직(0.29점) 순이었다. 반면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의료 보조직이 0.05점으로 가장 낮았고, 농업(0.06점)이나 건설업(0.08점) 같은 몸을 쓰는 일들도 AI 영향이 적을 것으로 나타났다.

위협에서 기회로, 일자리 담론의 대전환

이런 변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라는 방어적 질문에서 “AI와 어떻게 협업할까?”라는 적극적 질문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은행 ATM 사례를 들어 이를 설명했다. ATM이 은행원의 핵심 업무인 예금과 출금 업무를 자동화했지만, 오히려 은행이 더 많은 지점을 열 수 있게 되면서 은행원 일자리가 늘어났다. 은행원들은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 관계 관리 같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AI 기술이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기업들이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지난 100년간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직업들이 현재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린 뭘 해야 하지?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제시했던 교육 패러다임 전환 방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교육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5년 현실은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할 것을 요구한다. 바로 ‘AI 협업 능력’이다. 생성형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번역가나 작가처럼 AI 영향도가 높은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AI를 적대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을 AI와 결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9년 전 우려했던 AI 위협은 지금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가져왔다. “AI가 내 일자리를 뺏을까?”가 아니다. “AI와 함께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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