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5] 유럽인들 “가전에 AI가 필요해?”삼성 ‘돌봄’ LG ‘에너지·공간·최적화’로 화답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에서 두 한국 가전 거인이 서로 다른 철학으로 AI 홈의 미래를 제시했다.

AI 홈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철학

삼성과 LG가 IFA 2025에서 선보인 AI 홈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매년 다른 회사 AI 기능과 유사한 기능들을 계속해서 출시 중이다. 그러나 IFA 2025를 기점으로 두 회사의 철학이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다.

삼성은 AI를 ‘케어 중심’으로 선보였다. 삼성의 이번 홈 AI는 딥러닝처럼 ‘사용자를 학습’한다. 올해 초 CES 2025에서 선보인 스마트싱스 홈은 고령 사용자나 반려동물의 낙상 사고 등에 대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을 통합해 AI 기술을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김철기 부사장이 강조한 ‘앰비언트 AI’는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온도, 조명, 음향 등 환경 전반을 최적화하고 가족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패밀리 케어’는 따로 부모님이 떨어져 살아도 집안의 연결된 가전, 스마트폰 등의 사용 패턴에 이상 징후가 있거나 동작이 일정 기간 감지되지 않으면, 안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알림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로봇청소기를 통해 집안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펫 케어’ 서비스는 집을 비운 사이 반려 동물의 짖음이 감지되면 진정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재생하기도 한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기기 연결과 갤럭시 AI, 비스포크 AI, 비전 AI 등 각 제품군별 특화 AI의 유기적 결합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미래의 필요를 예측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집을 나서면 자동으로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식이다.

LG는 유럽에 맞춰 공간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효율 중심으로 설계된 AI 허브와 사용자에게 반응하는 제품들이 주를 이뤘다. 유럽인들은 타 지역보다 공간 최적화에 노력하고 에너지 소비에 민감하다. 유럽 지역의 집값이 대부분 비싸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에 AI 기술을 ‘생활 효율성’ 극대화의 도구로 본다. 씽큐 온 허브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한 것처럼,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집 안의 모든 기기가 조화롭게 작동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현 방식에서는 씽큐 온이라는 중앙 허브가 모든 기기를 조율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용자가 음성이나 앱을 통해 요청하면, 허브가 이를 분석해 최적의 기기 조합과 설정을 실행한다. 이는 사용자의 즉각적인 요구에 정확히 대응하는 방식으로, 예측보다는 반응에 중점을 둔다.

삼성과 LG의 전시 차이점

정리해보면 삼성 AI 홈은 사용자의 눈에 띄진 않지만 온도∙조명∙소리∙움직임 등 사용자 환경과 행동 패턴까지 파악하고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의 일부가 돼 실시간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앰비언트(Ambient) AI’를 지향한다.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은 “향후 3년 내 10억 대의 AI 기기가 전 세계 가정에 확산될 것”이라고 삼성의 AI 홈 리더십을 강조하며 “삼성 AI 홈 경험은 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고객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키노트에서도 ‘AI 홈’에서 누릴 수 있는 4가지 핵심 경험인 ▲쉽고 편리함(Ease) ▲나와 가족의 건강과 안전(Care) ▲시간과 에너지 효율(Save) ▲강력한 보안(Secure)을 미래가 아닌 지금,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실제 시나리오를 통해 소개했다.

전시관을 화려하게 만들기로 유명한 LG전자는 ‘LG AI홈’을 오케스트라 공연에 빗대 행사장을 꾸렸다. 가로 폭 20m의 미디어월을 배경으로 총 21대의 AI 가전을 오케스트라 공연장처럼 배치하고, 미디어월 속 ‘LG 씽큐 온’의 지휘 아래 다양한 가전들이 서로 연결되는 미디어 아트를 더해 고객과 교감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하는 ‘LG AI홈’을 형상화했다.

제품 시나리오도 삼성전자가 케어에 집중한 반면, LG전자는 제품 자체의 성능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주방에 들어서며 “영양 균형이 좋은 메뉴를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LG 씽큐 온’이 레시피를 검색 및 추천하고, 오븐 예열 등 필요한 기기를 자동으로 준비하는 전시를 진행했다. 이어 휴식 공간에서 “요리가 되는 동안 잠깐 숨 좀 돌릴까?”라고 말하면 ‘LG 씽큐 온’의 화자 인식 기능으로 사용자를 인식하고 집 안 조명과 온도, 음악까지 사용자 맞춤형으로 조절하는 식이다.

또한, 유럽 지역에 최적화한 제품들도 선보였다. 예를 들어 냉장고는 좁은 유럽 가옥 구조에서 벽이나 가구장에 밀착해 제품을 설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이도록 제로 클리어런스 힌지를 적용했고, 프렌치 도어의 높이도 유럽 사람들의 평균 키를 고려해 기존 제품 대비 80mm가량 키웠다.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IFA 2025’는 유럽 생활가전 시장이 고효율 가전과 AI홈 솔루션으로 재편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삶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LG AI홈’ 솔루션과 유럽 고객들에게 꼭 맞는 제품들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IFA 2025는 삼성의 돌봄·통합 생태계 전략과 LG의 체감형·커스텀 AI 기능이 각각 부각된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의 영역별 AI 차별화가 두드러진 현장이다. 두 기업 모두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삶의 방식을 바꾸는 플랫폼임을 증명하며, 유럽 시장에서의 차세대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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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LG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