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5년 동안 참가하며, 가장 실망스러웠던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일부 한국 스타트업관에 갈 때를 뽑겠다. 지원사업에 합격해 CES를 찾은 일부 스타트업은 기업 홍보에 대한 별다른 노력 없이 부스만 지키고 있는 경우가 있다. 기술력 없이 물건만 떼다 파는 기업들이 등장할 때도 있어 지원사업의 선정 기준이 궁금해진다. 지원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세금에 대한 감각 없이 허공만 바라보는 이들에게 화가 날 때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부 기업이다.
2026년은 좀 다를까? CES 주최사 CTA(미소비자가전협회)와 서울경제진흥원(SBA) 김현우 대표에게 그 해답을 들어봤다.

CES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소비자가전전시회)에는 한국 기업 다수가 참여한다. 미국 외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할 정도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참가하는 것이 과연 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일까. 우선 내년 CES에서 벌어질 대대적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CES 2026의 새로운 변화와 AI 집중 전략
CTA 임원진은 CES 2026에서 AI 중심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CES 파운드리(CES Foundry)’ 신설이다. 현지 시각 1월 7~8일 폰테인블루 리조트에서 열리는 이 새로운 섹션은 AI, 블록체인, 양자 기술을 한 곳에 모은 전용 공간이다. 내부에서 전시, 컨퍼런스, 네트워킹도 열린다. 미래 기술 세 가지만을 위한 작은 CES인 셈이다.
존 켈리 CTA 부회장은 “다른 AI 이벤트들과 독특한 점은 대기업들이 AI, 블록체인, 콘텐츠의 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키고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며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창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 세 가지에 양자 기술이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 게리 샤피로 CEO는 “양자는 미래다. 우리는 10년 동안 AI에 대해 이야기해 왔고 이제 그것이 여기 있다. AI가 양자를 강화하고 있고 두 기술이 매우 잘 수렴한다”며 “CES에서 반나절 양자 트랙을 통해 상용화와 미래 잠재력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CES 2026에서는 이 외에도 접근성과 모빌리티 스테이지 확대, 여성 건강 전용 컨퍼런스, 제조업 중심 프로그래밍, 투자자 파트너십 프로그램 등이 새롭게 추가된다.
한미 기술동맹의 중요성
미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샤피로 CEO는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언급하며 “우리가 민주주의, 개인에 대한 존중, 자유 시장, 그리고 기본적으로 혁신을 통한 모든 인류의 개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차 사건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샤피로 CEO는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우리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크고, 그 영역 중 하나는 혁신과 기술에 대한 헌신”이라며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일하고 협력한다면 더 경쟁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킨지 파브리지오 CTA 회장은 “비자 관련해서도 홈페이지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인 비자 문제에 대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CES 참가가 필요한 이유 –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한 필수 과정
서울경제진흥원 김현우 대표는 24일 서울에서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CES 참가의 필요성을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빚대 강조했다.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되어야 되는데 한국에서 한다고 생각을 해보시면 그렇게 많은 글로벌 기회들이 생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라며 “아직까지는 한국은 조금 더 글로벌라이제이션 하기 위해서 이런 작업들을 조금 더 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CES는 단순히 계약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대기업들과 달리 로컬 베이스 사업자들에게는 자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디에 포지셔닝돼 있는지, 경쟁자들은 어떻게 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말인 즉슨, 계약 건수를 따내 성과를 올리려는 전시회 참가 목적이 구시대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파악과 기술 쇼케이스
김 대표는 “글로벌 트렌드와 내가 어디에 포지셔닝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의 기술을 전 세계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쇼업하는 것 자체가 CES의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CES 2025에서 미국 외 최다 참가국이었으며, 게이밍,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다수의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CES 참가의 한계와 정책적 문제점 – 즉석 계약 성과에 대한 현실적 시각
김현우 대표는 CES 참가 효과에 대한 기존 시각을 비판했다. “많은 질문들 중 아직까지는 ‘얼마나 계약해 왔어?’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계약했어?’인데,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그건 CES에 대한 옛날식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해외 지사를 통해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서 얼마든지 글로벌 트렌드를 캐치업을 할 수 있다. 근데 로컬 베이스의 사업자한테는 내가 글로벌에서 어디에 포지셔닝이 돼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구조적 문제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민국 스타트업 정책이 양적 확산에서 질적 성장으로 터닝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의 임대료 지원 방식의 한계를 꼬집었다.
“많은 공공기관이 스타트업들에게 남는 공간을 사무실로 싸게 지원해 주는데, 그 공간은 핫플레이스가 아니니까 좋은 스타트업들이 안 간다. 좋은 스타트업들은 제 돈 내고라도 강남역, 성수동에 있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안으로 “공공부문에서 핫플레이스 건물을 지원해야 한다”며 스타트업들이 “시중가 90% 정도로 지원해도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추격과 경쟁 환경
“중국 가전기업들이 AI를 적극 활용해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추격당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샤피로 CEO는 “한국 기업들이 AI에서 뒤처진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의 구조적 장점을 인정했다.
“중국은 매년 100만 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정부 주도로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과 프라이버시, 인권에 대한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략적 접근과 정책 전환 필요
김현우 대표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CES 참가는 단순한 전시나 즉석 계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양적 확산 중심의 지원 정책에서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CES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의 대표들이기도 하다. 현재는 AI 전환으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진행 중이다.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 AI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디 2026년, CES에 출전하는 많은 기업이 타국에 뒤처지지 않는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이미지 출처: C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