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Mozilla Firefox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깨뜨렸고, 2008년 구글 크롬이 속도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2025년 10월 21일(현지 시각), 오픈AI(OpenAI)가 챗GPT 아틀라스(ChatGPT Atlas)를 공개하며 브라우저 시장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오픈AI가 첫 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3개월 전인 7월 9일,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이미 코멧(Comet)이라는 AI 브라우저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월 200달러의 Max 구독자에게만 제공되던 코멧은 수백만 명의 대기자 명단을 기록하며 “올해 가장 원하는 AI 제품”으로 불렸다. 10월, 퍼플렉시티는 코멧을 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그리고 오픈AI는 불과 19일 후 아틀라스로 응수했다. 아틀라스는 단순히 “AI 기능이 추가된 브라우저”가 아니다. 웹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한다. 사용자가 정보를 검색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고, 여러 탭을 오가며 작업하던 20년간의 관습이 하나의 대화 창으로 압축된다. “AI 퍼스트” 시대의 본격적인 브라우저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퍼플렉시티 코멧과의 비교
AI 브라우저 시장에서 퍼플렉시티 코멧이 먼저 출발했지만, 오픈AI 아틀라스는 몇 가지 면에서 더 공격적이다. 물론 두 브라우저는 기본적으로 유사한 접근을 취한다. 둘 다 사이드바 AI 어시스턴트를 제공하며, 웹 페이지를 보며 질문하면 즉시 답변한다. 에이전트 기능으로 사용자를 대신해 쇼핑, 예약, 리서치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기존 브라우저에서 북마크와 비밀번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같다. 둘 다 Chromium 기반으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분명하다.
차이점
1. 출시 전략
코멧은 유료 구독자(월 200달러 Max)에게 먼저 제공되다가 3개월 후 무료로 전환했다. 아틀라스는 처음부터 챗GPT 무료 사용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출시를 택했다. 오픈AI는 이미 1억 명 이상의 챗GPT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초기 견인력에서 유리하다.
2. 브라우저 메모리
아틀라스의 “브라우저 메모리” 기능은 코멧보다 더 적극적이다. 아틀라스는 사용자가 방문한 모든 웹페이지의 맥락을 AI가 기억하고, 나중에 그 정보를 활용한다. 코멧도 컨텍스트를 유지하지만, 주로 현재 세션 내에서 작동한다.
아틀라스만의 핵심 차별점 3가지
챗GPT 아틀라스가 기존 브라우저들, 그리고 코멧과도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브라우저 메모리(Browser Memories) 기능이다. 아틀라스는 사용자가 방문한 웹사이트의 맥락을 기억한다. “지난주에 봤던 채용 공고들을 찾아서 업계 트렌드를 정리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과거 브라우징 히스토리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더 이상 북마크를 관리하거나 메모를 따로 남길 필요가 없다. 브라우저 자체가 당신의 디지털 기억이 된다.
둘째, 에이전트 모드(Agent Mode)다. 이것은 아틀라스의 가장 파괴적인 기능이다. 사용자가 “저녁 파티 레시피의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직접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상품을 찾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단, 실제 결제나 민감한 작업은 반드시 사용자의 승인을 받는다. AI는 준비 과정을 자동화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다. 웹 브라우징이 “내가 하는 것”에서 “AI가 대부분 준비하고 내가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셋째, 통합 검색 경험이다. 새 탭을 열면 검색창이 아니라 챗GPT 대화창이 나타난다. “휴가 계획 세워줘”라고 입력하면, 검색 결과, 항공권, 숙소, 현지 날씨, 추천 일정이 하나의 대화 흐름 안에서 제공된다. 검색-클릭-읽기-다시 검색하는 기존의 반복 과정이 사라진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이 아니다. 웹 사용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일상화되면, 기존 브라우저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스마트폰을 쓴 사람이 피처폰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빅테크 생태계 충격파 분석
- 직격탄 맞는 구글
아틀라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구글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검색 엔진 지배력에 균열이 생긴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아틀라스 사용자들은 더 이상 google.com에 접속하지 않는다. 새 탭을 열면 챗GPT가 있고,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웹 전체를 검색해 통합된 답변을 제공한다. 검색 행위 자체가 대화로 대체된다.
둘째, 크롬의 시장점유율이 위협받는다. 크롬은 현재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약 72%를 차지한다(Statcounter 2025년 9월 기준). 구글이 검색과 브라우저를 모두 장악하며 만든 생태계의 핵심이다. 아틀라스가 사용자들을 빼앗아가기 시작하면, 구글의 데이터 수집 능력과 광고 타겟팅 정확도가 동시에 약화된다.
셋째, 광고 수익 모델의 근간이 흔들린다. 구글의 2024년 광고 매출은 약 2,38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대부분이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그런데 아틀라스에서는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AI가 직접 답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검색 결과 페이지를 클릭할 이유가 줄어들면, 광고 노출도 줄어든다.
구글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제미나이를 크롬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구글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AI가 직접 답변을 제공할수록 사용자들이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줄어든다. 자신의 수익 모델을 스스로 파괴해야 하는 상황이다.
- 미묘한 입장의 MS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다. 2019년부터 총 1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동시에 엣지(Edge) 브라우저를 운영하고, 빙(Bing) 검색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아틀라스의 성공은 오픈AI 투자 수익이 증가함과 동시에 엣지의 입지 약화로 연결된다. 현재 엣지의 시장점유율은 약 5%로, 이미 크롬에 압도당하고 있다. 아틀라스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엣지는 더욱 설 자리를 잃는다.
MS는 최근 몇 년간 엣지에 코파일럿을 통합하며 “AI 브라우저” 포지셔닝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아틀라스가 본격적인 AI 네이티브 브라우저로 등장하면서, MS는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픈AI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지, 아니면 자체 AI 역량을 키워 독립적인 길을 갈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 고민 깊어지는 애플
애플은 사파리(Safari)를 통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iOS 생태계 내에서 사파리는 사실상 기본 브라우저이며, 이를 통해 애플은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며 차별화해왔다.
그런데 오픈AI와 애플은 2024년부터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iOS 18에 챗GPT가 통합되었고, 시리(Siri)도 챗GPT를 활용한다. 아틀라스가 iOS 버전을 출시하면 애플은 미묘한 입장에 놓인다. 사파리의 사용자들이 아틀라스로 이동하면, 애플이 강조해온 “프라이버시 우선” 브라우징 경험이 흔들린다. 아틀라스는 브라우징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오픈AI와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사파리의 경쟁력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간접적으로 타격 받을 아마존과 메타
직접적인 브라우저 사업자는 아니지만, 아마존과 메타도 영향을 받는다. 아마존의 경우, 전자상거래 트래픽 유입 경로가 바뀔 수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들이 구글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아마존 링크를 클릭해 들어왔다. 하지만 아틀라스의 에이전트 모드가 활성화되면, AI가 여러 쇼핑몰을 비교하고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아마존이 아닌 다른 플랫폼이 추천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아마존도 알렉사(Alexa) 기반의 음성 쇼핑, AI 추천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브라우저 레벨에서의 경쟁은 새로운 변수다.
메타의 경우, 소셜 미디어 접근성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사용자들이 습관적으로 페이스붓이나 인스타 탭을 열어두는 대신, 아틀라스의 대화창에서 정보를 얻는다면 체류 시간이 줄어든다. 메타 역시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브라우저 밖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오픈AI의 수익화 전략 분석
현재 아틀라스는 챗GPT의 구독 모델을 그대로 따른다. 아틀라스 자체는 Free, Plus, Pro, Go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되지만,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무료 사용자는 AI 어시스턴트와 대화하고 웹 검색을 할 수 있지만, 핵심 기능인 에이전트 모드는 Plus($20/월), Pro($200/월), Business 구독자 전용이다. 즉, AI가 웹사이트를 직접 조작하고 작업을 자동화하는 가장 파괴적인 기능은 유료 결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오픈AI는 아틀라스를 통해 훨씬 더 큰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첫째, 제휴 수수료 모델이다. 아틀라스가 사용자를 대신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레스토랑을 예약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아마존 어소시에이트, 호텔 예약 수수료, 배달 앱 중개 수수료 등 기존의 제휴 마케팅 시장(미국 기준 연간 약 80억 달러 규모)에 AI가 중간자로 진입하는 것이다.
둘째, 엔터프라이즈 B2B 확대다. 아틀라스는 Business, Enterprise, Edu 버전을 제공한다. 기업들이 아틀라스를 도입하면, 직원들의 웹 리서치,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업무가 자동화된다. 기업용 AI 소프트웨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며, 아틀라스는 “AI 운영체제”로서의 포지션을 노릴 수 있다.
셋째, Apps SDK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다. 오픈AI는 10월 6일 Apps SDK를 발표했다. 개발자들이 챗GPT용 앱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틀라스에서도 이러한 앱들이 작동한다면, 앱스토어처럼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애플 앱스토어의 2023년 수수료 수익은 약 290억 달러였다. 오픈AI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광고 형태의 등장?
기존의 구글 검색 광고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한다. 사용자가 “운동화”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 상단에 나이키, 아디다스 광고가 뜬다. 클릭당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그런데 아틀라스에서는 사용자가 “여름 운동화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가 직접 추천 목록을 제공한다. 기존의 광고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광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AI 추천 자체가 새로운 광고 채널이 될 수 있다. “sponsored recommendation”처럼, 브랜드가 비용을 지불하고 AI의 추천 목록에 포함되는 방식이다. 이미 아마존은 이런 모델을 운영 중이다. 검색 결과에 “Sponsored” 표시가 붙은 상품들이다.
현재 아틀라스에는 광고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오픈AI 입장에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 브라우저의 사용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광고 없는 프리미엄 경험”을 유료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무료 사용자에게는 절제된 형태의 광고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브라우저 표준의 재정의
AI 브라우저가 확산되면, 기존의 웹 표준 역시 바뀔 수 있다. W3C(World Wide Web Consortium)는 AI가 웹을 읽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표준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픈AI는 웹사이트 소유자들에게 ARIA(Accessible Rich Internet Applications) 태그를 추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AI가 웹사이트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는 웹 개발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보기 좋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AI가 읽기 좋은 웹사이트”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AI 브라우저는 주류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얘기한 바와 같이 챗GPT 아틀라스의 등장은 단순한 서비스 출시가 아니다. 웹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난 30년간 웹 브라우저는 “창문”이었다. 사용자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들여다보는 도구였다. 하지만 아틀라스는 “비서”를 지향한다. 사용자를 대신해 생각하고, 움직이고, 결정한다.
이 변화는 필연적으로 빅테크 생태계를 재편한다. 오픈AI는 선수를 쳤지만, 구글은 반격할 자원이 있고, MS는 협력과 경쟁 사이에서 전략을 짜고 있다. 애플은 프라이버시 카드를 들고 있고, 아마존은 커머스 데이터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가, 통제권을 지킬 것인가. AI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AI가 나를 감시하는 것은 거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5년 브라우저 전쟁은 기술 전쟁이자 비즈니스 전쟁이며, 동시에 가치관의 전쟁이다. 당장의 몇 개월이 웹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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