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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 2026] AI 기업 비상, 공짜 AI 경제에서 어떻게 돈을 벌까?

AI 매터스 기사 썸네일 공짜 AI 경제
이미지 출처: 이디오그램 생성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시식 코너에서 맛본 과일이 너무 달고 신선해서 결국 한 팩을 사게 되는 순간. 넷플릭스는 한 달 무료 체험으로 우리를 끌어들인 뒤, 어느새 매달 자동 결제되는 필수 구독 서비스가 됐다. 무료 샘플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였다. 맛을 보여주고, 익숙하게 만든 뒤,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 이것이 ‘공짜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이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 바로 생성형 AI 시장이다. 여기서는 공짜가 마케팅이 아니다. 공짜가 표준이고, 공짜가 전부다. 더 놀라운 건 이 공짜의 품질이 웬만한 유료 서비스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시식 코너의 과일이 집에서 먹는 과일보다 더 달고, 무료 체험판이 정식 버전과 거의 다르지 않다면? 누가 돈을 내겠는가.

함샤우트 글로벌 AI 연구소가 지난 10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전국 만 14세부터 69세까지 남녀 2,1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TR 2026’ 조사 결과는 이 현상을 수치로 증명했다. 생성형 AI 사용자의 97.7%가 무료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료 서비스만 이용하는 사용자는 단 2.3%에 불과했다. 100명 중 98명이 한 푼도 내지 않고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AI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다. 공짜가 이렇게 좋을 때, 기업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97.7%의 충격, 무료가 지배하는 시장

무료 사용자 97.7%라는 숫자는 여러 층위로 구성돼 있다. 무료만 사용하는 경우가 68.3%, 무료와 유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29.4%다. 결국 거의 모든 사용자가 무료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유료만 사용하는 2.3%는 통계적 오차 범위에 가깝다.

이는 현재 AI 시장이 사실상 거대한 무료 경제 위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무료 체험 후 상당수가 유료로 전환되는 구조가 아니다. 무료가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무료로 시작해서 무료로 끝난다.

함샤우트 글로벌 ATR 2026 그래프
함샤우트 글로벌 ATR 2026 그래프

챗GPT의 압도적 독주

무료 경제 속에서도 승자는 명확하게 갈렸다. 응답자의 93.2%가 챗GPT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2위인 구글의 제미나이는 43.4%의 사용률을 기록했지만, 챗GPT와는 약 50%p나 차이가 났다. 3위 퍼플렉시티는 16.4%, 4위 뤼튼은 10.9%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1위의 의미를 넘어선다. 보고서는 ‘챗GPT가 생성형 AI의 카테고리 그 자체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에게 ‘AI 써봤어?’라는 질문은 사실상 ‘챗GPT 써봤어?’와 동일한 의미가 됐다는 것이다. 마치 검색이 곧 구글이고, 포털이 곧 네이버였던 것처럼, 이제 생성형 AI는 곧 챗GPT가 됐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 현상이다. 선두 주자가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그 데이터로 서비스를 개선하며,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 후발 주자들은 이 벽을 넘기 어렵다.

무료로도 충분하다는 인식

사용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료 AI의 성능이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생성형 AI 사용 목적 1위는 ‘편리함과 시간 절약’으로 36.9%를 차지했다. 과제나 학습 도움을 받기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은 23.9%, 재미나 호기심 때문이라는 답변은 17.9%였다. 실생활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는 응답도 13.5%에 달했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사용은 6.5%로 가장 낮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실생활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사용한 응답자들의 평가다. 이들 중 무려 63%가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느낀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를 놓고 보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5.8%, ‘매우 그렇다’는 16.6%로, 합산하면 72.4%에 달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무료 버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무료 버전은 기능 제한이나 성능 저하로 사용자에게 불편을 주고, 그 불편을 해소하려면 유료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무료로도 불편함이 없다. 아니, 사람보다 심지어 낫다.

함샤우트 글로벌 ATR 2026 그래프 (4)
함샤우트 글로벌 ATR 2026 그래프

사용자의 천국, 기업의 지옥

이러한 현상은 사용자와 기업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황이다. 보고서는 사용자들이 ‘무료 호핑’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무료 툴을 오가며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텍스트 작업은 챗GPT 무료 버전으로, 이미지 생성은 다른 무료 툴로, 검색이 필요하면 또 다른 무료 서비스로. 이렇게 무료 서비스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각의 장점을 취한다. 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으면서 최신 AI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이제 공짜에 익숙해졌다. 아니, 공짜가 당연해졌다.

하지만 AI 기업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보고서는 이를 ‘고성능 무료 시대의 역설’이라고 명명했다. 무료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 모델이 붕괴되고, 질문 한 번당 발생하는 막대한 GPU 서버 비용이 누적되면서 지속적인 재무 압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질문 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서버를 돌리고, GPU를 가동하고, 전력을 소비한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질문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수익은? 97.7%의 사용자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보고서는 “‘충분함’을 넘어선 유료 가치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난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무료로도 충분한데 왜 돈을 내야 하는지 사용자를 설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료 버전이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들은 ‘조금 더’에 돈을 내지 않는다.

현재의 무료 중심 생태계는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기에는 취약한 구조라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무료 경제는 왜 만들어졌나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배경은 간단하다. 무료 AI의 성능이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챗GPT-5, 제미나이 3 같은 최신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사용자들은 일상적으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무료로 충족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무료 버전은 제한적이고 느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사에서 36.9%가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AI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실생활 문제 해결 목적 사용자의 63%가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무료 버전만으로도 실용적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유료 전환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더 좋은 성능’이 유료화의 무기가 되지 못하는 딜레마를 지적했다.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용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무료로도 충분한데, 왜 돈을 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

여기에 플랫폼 독점까지 겹쳤다. 압도적 시장 1위인 챗GPT가 고성능의 모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선두 주자와 사용자를 끌어오려는 후발 주자 모두 무료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모두가 무료 경쟁에 갇혔다.

기업들의 생존 전략

이러한 위기 속에서 보고서는 AI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을 제시한다.

우선 프리미엄 차별화가 필요하다. 무료의 ‘충분함’을 넘어서는 ‘탁월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신 모델 독점, 멀티모달 통합, 속도 무제한 같은 압도적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 아니라, 무료 사용자가 명확히 체감할 수 있는 격차가 필요하다.

생태계 락인 전략도 중요하다. AI가 단순 도구가 아니라 작업 환경 자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GPT Store, 플러그인, 워크플로우 자동화로 사용자가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와 쉽게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이 AI 툴 없이는 일을 못 한다’는 의존성이 형성되면, 유료 전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유료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더 빠르다’가 아니라 ‘업무 시간 30% 단축’ 같은 구체적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기능 나열이 아니라 사용자 삶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B2B 중심 전략이다. 개인은 무료 중심으로 유지하되, 기업 고객에게는 보안, 전용 모델, 관리 기능 같은 필수 니즈를 설계해야 한다. 기업은 개인과 달리 이런 가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2026년, 선택의 시간

보고서는 2026년을 AI 경제의 분기점으로 본다. 현재의 무료 중심 생태계는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기에는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시장 점유를 위해 쏟아붓는 비용은 언젠가 회수해야 한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이미 무료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2026년쯤 본격적인 수익화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때 사용자들의 선택은 미지수다.

백화점 시식 코너에서 우리는 결국 과일을 샀다. 넷플릭스 무료 체험 후 우리는 구독을 시작했다. AI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 아니면 공짜의 법칙이 깨지는 새로운 역사가 쓰일까? 2026년, 그 답이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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