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시간을 버는 도구’
함샤우트 글로벌 AI 연구소가 발표한 ‘ATR 2026’은 한국인의 AI 사용 행태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포착했다. 바로 ‘타임 해커(Time Hacker)’의 등장이다. 이들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로 인식하며, 탐색의 과정보다 즉각적인 결과를 중시한다.
실제로 생성형 AI 사용자 1,3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6.9%가 ‘AI를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으로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꼽았다. 이는 과제·학습 도움(23.9%), 재미/호기심(17.9%), 실생활 문제 해결(13.5%)을 모두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수치다. 고민할 시간에 실행을 택하는 ‘시성비(Time-efficiency)’ 중심의 태도가 명확히 드러난 결과다.

실용성 중심의 AI 평가- 더 잘하기 위해 맡긴다
주목할 점은 사용 목적에 따라 AI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이다. 과제·학습 목적으로 AI를 사용한 응답자의 88.9%, 실생활 문제 해결 목적 사용자의 86.6%, 편리함/시간 절약 목적 사용자의 86.5%가 ‘AI가 일을 잘 도와준다’고 답했다. 효율을 기대하고 쓴 만큼 실제로 효율을 경험한 것이다.
반면 재미·호기심 목적 사용자의 긍정 평가는 69.6%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현재의 생성형 AI가 엔터테인먼트보다는 실제 과제 처리와 시간 단축에 특화된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AI 사용자의 63%가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실생활 문제 해결을 위해 AI를 쓰는 응답자들의 경우 이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전체 사용자의 83.6%는 “AI가 내가 일을 더 잘하게 도와준다”고 답했다(그렇다 58.4% + 매우 그렇다 25.2%).
24시간 최적화 도구로 자리잡은 AI
AI 사용 장소를 살펴보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직장(57.4%)과 집(55.6%)에서의 사용 비율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AI가 더 이상 업무 상황에서만 필요한 전문 도구가 아니라 하루 전반을 관통하는 ’24시간 최적화 도구’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직장에서 업무를 정리할 때도, 집에서 일상을 관리하거나 궁금증을 해결할 때도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하며, 하나의 도구로 서로 다른 생활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다만 이동 중 사용 비율은 8.3% 수준으로 낮았는데, 이는 AI 활용이 여전히 집중력과 큰 화면을 필요로 하는 정식 작업(Task) 중심 경험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타임 해킹의 비밀: 정보 탐색 방식의 근본적 변화
그렇다면 타임 해커들은 어떻게 시간을 절약하는 것일까? 핵심은 정보를 찾고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 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링크를 클릭하며, 각 페이지의 정보를 비교·분석한 뒤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과 인지적 부담이 상당했다. 응답자의 36.9%가 ‘편리함·시간 절약’을 주된 사용 목적이라고 답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보 탐색과 비교에 드는 시간이 실제로 상당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AI를 사용하는 타임 해커들은 다르다. 여러 정보를 찾아 비교할 필요 없이, AI가 필요한 내용을 바로 정리해주며, 하나의 대화 안에서 탐색과 판단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검색을 열고 여러 정보를 비교·정리하던 방식보다, AI에게 바로 묻고 요약된 답을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강화된 것이다.
실생활 문제 해결 목적 사용자 중 63%가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답한 결과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탐색 과정 전체를 대체하는 즉시형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 절약은 단순히 ‘빠른 답변’이 아니라 ‘탐색 과정의 생략’에서 오는 것이다.
DCA 모델: 정보 탐색 패러다임의 전환
함샤우트 글로벌 AI 연구소는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DCA(Desire-Chat-Action)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2024년에 발표한 개념으로, AI가 가져온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구조의 전환을 포착한다.
- 전통적인 정보 탐색 방식: 욕구 발생 → 검색 엔진 → 여러 링크 클릭 → 정보 수집 → 비교·분석 → 의사결정 → 행동
- 생성형 AI 시대 정보 탐색 방식: 욕구 발생(Desire) → AI와 대화(Chat) → 즉각 행동(Action)

DCA 모델의 핵심은 ‘탐색(Search)’과 ‘분석(Analysis)’ 단계가 ‘Chat’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욕구가 생기면 검색보다 AI에게 먼저 질문하고, AI는 수많은 정보를 종합·정리해 하나의 답변으로 제시하며, 사용자는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당장 필요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탐색 생략’과 ‘즉시성 선호’ 패턴은 DCA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타임 해커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정보의 바다를 헤매는 대신, AI라는 ‘정보 큐레이터’와 대화하며 필요한 결론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다.
AI 답변이 만드는 새로운 정보 게이트웨이
DCA 모델이 확산되면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AI가 어떤 답변을 제공하느냐’가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좌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검색 결과 상위 10개 링크가 정보 접근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AI의 단일 답변이 그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여러 출처를 비교하기보다 AI가 종합·정리한 하나의 답변을 신뢰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떤 노트북을 사야 할까?”라고 물었을 때 AI가 추천하는 3가지 제품은 사실상 사용자의 최종 선택지가 된다. 의료, 금융, 법률 등 전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제시하는 정보의 출처, 근거, 최신성, 그리고 어떤 정보를 포함하고 배제하느냐가 곧 사용자의 판단 기준이 된다.
이는 곧 AI의 답변 품질과 편향성이 개인의 의사결정, 나아가 사회 전체의 정보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가 중요했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AI 답변 최적화’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의 과제: 새로운 의사결정 환경에 대응하기
함샤우트 글로벌은 리포트를 통해 2026년의 핵심 과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AI 서비스 제공자 관점: 사용자 행동이 DCA 방식으로 이동함에 따라, 서비스는 방대한 기능 제공보다 ‘바로 묻고 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탐색 단계를 최소화하고, 명확한 근거·요약·다음 행동 제안을 포함한 결과 제공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즉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구조화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AI 사용자 관점: AI가 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중심 도구가 될수록,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결과를 해석하고 비교·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즉시성 기반의 의사결정 환경에서 비판적 판단력과 질문 역량은 개인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AI가 사람보다 낫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사용자는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타임 해커가 만드는 미래
타임 해커(Time Hacker)는 단순히 AI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정보 탐색 방식의 구조적 전환을 체화한 선두 그룹이며, 시간이라는 자원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실천하고 있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이들에게 단순한 ‘편리한 기능’이 아니라, 탐색 부담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다.
2026년, AI는 이제 ‘알면 좋은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다. 검색창 대신 대화창을 여는 순간, 우리의 의사결정 구조는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가져올 효율성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AI가 제시하는 답변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하는 것과 생각을 절약하는 것은 다르다. 타임 해커의 시대, 우리는 전자를 추구하되 후자를 경계해야 한다.
ATR 2026에 담긴 자세한 조사 결과와 인사이트를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ATR 2026 풀버전을 다운받을 수 있다.
![[ATR 2026] 타임 해커의 시대: AI가 바꾸는 의사결정의 새로운 패러다임](https://aimatters.co.kr/wp-content/uploads/2025/12/AI-매터스-기사-썸네일-타임해커.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