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을 찍기 어려워하는 사용자에게 최고의 카메라는 스마트폰이다. 이런 경우 사람이 찍는다기 보다 스마트폰의 AI가 사진을 찍는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에도 AI가 적용돼 있다. 주로 피사체 추적, 자세 추적, 인카메라 업스케일링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미러리스는 조금 다르다. 풀프레임의 매력은 프레임을 가득 채워 RAW 포맷으로 찍고, 추후 보정의 예술을 실행하는 맛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타인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는 평이 존재하며, 초심자에게는 늘 어려운 존재로 남아있다. 그러나 소니의 Alpha 7 Ⅴ는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AI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소니코리아가 17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알파 시리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2013년 세계 최초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DSLR 중심의 카메라 시장을 재편한 지 12년, 소니는 이제 AI를 무기로 시장의 기준을 다시한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카메라의 핵심은 재정의입니다. AF, 화질, 경험의 삼각형을 AI가 완성했습니다.” 소니코리아 디지털이미징 마케팅팀 김재민 팀장의 이 한마디가 알파 7 마크 5(A7M5) 특성을 설명한다. 물론 혁신은 맞지만 캐치프레이즈에서 올드한 느낌이 난다.

AI 프로세서 통합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BIONZ XR2 프로세서다. 기존 알파 시리즈는 메인 프로세서 2개와 별도의 AI 칩셋으로 구성돼 발열과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A7M5는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했다. 결과는 놀랍다. AI 기반 리얼타임 트래킹, 딥러닝 화이트밸런스, 인물 자세 예측 AF가 모두 하나의 칩셋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특히 AI 딥러닝 화이트밸런스의 진화가 눈에 띈다. 김 팀장은 “그늘이나 사막처럼 화이트밸런스 측정이 어려운 환경에서 A7M4는 파란색이나 노란색으로 치우쳤지만, A7M5는 상황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최적의 화이트밸런스를 자동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교 사진에서 흐린 날(약 7000K) 촬영 시 A7M4의 창백한 피부톤이 A7M5에서는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표현됐다. 초보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화이트밸런스 설정인데, 이 설정을 소니 본사에서 AI 모델로 학습하고, 이 모델을 펌웨어로 기기에 내려받아 사진을 찍으면 온디바이스 처리하는 방식이다. 사진찍는 환경, 피사체 등을 종합적으로 인식해 가장 좋은 화이트밸런스 설정을 가져와 찍은 사진에 반영해준다.
오토포커스 역시 놀라운데, 실시간으로 인물의 뼈대를 인식해 포커스를 처리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의 뒷모습, 헬멧 쓴 사람의 측면 등 기존 AF로 인식할 수 없었던 영역까지 처리하며, 개, 고양이, 새는 물론 곤충 등도 인식할 수 있다.
부분 적층형 센서
3300만 화소 부분 적층형 Exmor RS CMOS 센서는 A7M5의 심장이다. 기존 비적층형 전자식 셔터는 리드아웃 속도의 한계로 롤링 셔터와 워블링 문제가 있었다. 완전 적층형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소니는 센서 상하단에만 적층 구조를 적용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았다.
결과는? 리드아웃 속도 4.5배 향상, 초당 60회 AF/AE 연산, 블랙아웃 프리 30fps 연사. 김 팀장은 “플래그십 급 AF 성능이 드디어 기본 카메라에 왔다”고 강조했다. 블랙아웃 프리는 특히 중요하다. 기계식 셔터나 미러가 화면을 가리는 순간 AF 트래킹이 중단되지만, A7M5는 영상을 찍듯 사진을 연사하면서도 피사체를 놓치지 않는다.
AI 기반 피사체 인식도 한 단계 진화했다. 사람, 동물, 새는 기본이고 곤충, 자동차, 기차, 비행기까지 인식한다. “애벌레의 눈도 잡아냅니다. 전투기를 찍으면 콕핏을 정확히 인식하죠.” 헬멧을 쓴 레이서의 눈까지 인식하는 수준이다. 자동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가 현재 피사체를 판단해 최적의 인식 모드를 자동 선택한다.
중형 카메라급 16스톱 다이나믹 레인지
A7M5는 소니 카메라 중 최초로 16스톱 다이나믹 레인지를 구현했다. 기존 14스톱에서 2스톱 향상된 이 수치는 중형 카메라에서나 볼 수 있던 성능이다. 명부에서 암부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능력은 풍경 사진가들에게 특히 환영받을 전망이다.
영상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7K 오버샘플링으로 픽셀 비닝 없이 4K 60p를 뽑아내고, 4K 120p 촬영도 지원한다. 6K 오버샘플링 모드는 약간의 크롭 대신 남는 자원을 고감도 노이즈 제거에 활용한다. 다이나믹 액티브 모드는 짐벌 없이도 핸드헬드 촬영을 안정화하고, AI 기반 자동 프레이밍은 혼자 촬영 시에도 자동으로 구도를 잡아준다.
발열·배터리·내구성
소니는 성능만큼 사용성에도 공을 들였다. 시그마형 발열 전도체를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후면에 마그네슘 합금을 적용해 방열 성능을 개선했다. 소니 내부 테스트에서 최고 화질로 2시간 연속 촬영해도 발열 경고가 뜨지 않았다. 40도 고온 환경에서도 60분 촬영이 가능해 기존 10분에서 6배 향상됐다.
미러리스의 고질적 문제인 배터리 활용 시간도 개선됐다. BIONZ XR2의 전력 효율 개선으로 같은 배터리로 EVF 사용 시 630장, LCD 사용 시 750장 촬영이 가능하다. 소니 관계자는 “연속 촬영으로 배터리 하나로 1만 장을 찍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저전력 모드는 LCD 밝기와 프레임을 조절해 DSLR처럼 전원을 켜둔 채로도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한다.
12년 연속 1위의 자신감, 2026 전략
소니코리아 김태형 부장은 발표에서 “2013년 알파 7 출시 당시 풀프레임 미러리스 점유율은 5%였습니다. 2018년 A7M3로 대변혁을 일으켰고, 현재는 전체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50%가 풀프레임 미러리스입니다. 그리고 소니는 6년 연속 풀프레임 시장 1위, 12년 연속 풀프레임 미러리스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라며 시장 지배력을 강조했다
2026년 전략은 ‘포토테인먼트(Photo+Entertainment)’다. 7만 8천 명이 구독하는 알파 유니버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통한 숏폼 콘텐츠 250개 제작, 마이알파 365 인스타그램 이벤트, 연간 100회 이상의 출사 이벤트, 소니 이미지 갤러리 사진전 등 온·오프라인 통합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니시 노리코 소니 프로덕트 플래닝 리더는 “A7M5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추가한 게 아닙니다. 플래그십의 핵심 기술을 타협 없이 기본 라인업에 담아 진정한 기본을 재정의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A7M5는 12월 18일 오전 11시부터 소니스토어 온·오프라인에서 359만 9천 원에 정식 판매된다. 출시를 기념해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 전국 체험회도 진행된다.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가 “AI 화이트밸런스를 기존 제품에도 업데이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소니 측은 “향후 업데이트 일정은 현재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픈게이트 영상 촬영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 제품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